내일신문이 만난 우리 동네, 글로벌 이웃

언어나 문화는 다르지만 우리는 파주 사람들의 글로벌 이웃

지역내일 2014-12-08

글로벌 시대, 우리 주변을 둘러보면 우리의 생활 속 가까이에 함께 하는 외국인들이 많다. 최근 몇 년 새 이들은 생경한 이방인이 아닌, 우리와 어깨 겯고 함께 할 가까운 이웃으로 성큼 다가왔다.
우리 지역에도 이러한 글로벌 이웃들이 많다. 낯선 한국 땅, 파주에 온 글로벌 이웃들을 만나 그들이 이곳에서 보고 느낀 것은 무엇인지 이야기를 들어봤다.


양지연 리포터yangjiyeon@naver.com, 김수정 리포터 whonice@naver.com



인도네시아에서 봉일천고 교환 교사로 온 ‘란띠’와 ‘싼디’
“한국은 스스로 자부심을 가져도 될 만한 나라,
  저희들의 두 번째 모국이 됐어요”





봉일천고등학교(교장 서영순)는 다문화교육연구학교로 학생들에게 글로벌 감각을 키울 수 있는 교육 환경을 제공하고 있다. 특히 교환학생과 교환교사 프로그램을 운영, 교내에서 다양한 국적의 사람들을 자연스럽게 만날 수 있도록 했다. 지금은 인도네시아에서 온 ‘란띠’와 ‘싼디’가 교환교사로 근무 중이다. 지난 9월 봉일천고에 온 이들은 3개월간 학생들에게 영어와 인도네시아 문화를 가르치며 파주 사람들의 글로벌 이웃으로 생활하고 있다.


간단히 자기소개를 부탁합니다
란띠
: 인도네시아의 지비농 국립고등학교에서 영어를 가르치는 교사입니다. 봉일천고에서는 2학년 학생들의 영어회화 수업을 맡고 있어요.
싼디 : 저는 인도네시아의 지비농 직업고등학교에서 영어를 가르치는 교사입니다. 1학년 학생들에게 영어회화를 가르치고 있어요. 



한국엔 어떻게 오게 됐나요
란띠 : 영어를 외국어로 배우는 나라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며 영어 수업과 영어 소통에 대한 노하우를 쌓고 싶다는 생각을 했죠. 마침 한국에 교환교사로 일해 볼 기회가 있다는 소식을 듣고 지원했어요. 저희 둘은 3차에 걸친 어려운 시험과 치열한 경쟁을 뚫고 한국에 왔답니다. 가문의 영광이라고 할 수 있죠.
싼디 : 늘 한국에 꼭 한번 가보고 싶었어요. TV를 통해 접한 한국을 직접 경험해 보고 싶었죠. 같은 아시아 국가지만 유독 빠르게 발전한 한국이 궁금했어요. 한국문화와 한국 사람에 대해서도 알고 싶고, 만나보고 싶었는데 행운처럼 기회가 왔죠.


봉일천고에서 구체적으로 어떤 일을 했나요
란띠 & 싼디 : 학생들에게 인도네시아의 풍습, 음식, 음악과 문화 등을 알려주는 다양한 수업을 했어요. 인도네시아에서 식재료와 전통 의상 등을 챙겨와 학생들에게 음식을 만들어주고, 전통 의상을 입어 볼 수 있도록 했죠. 교과 수업 시간에는 영어회화 수업을 하고, 방과후에는 다문화 수업을 위해 찾아 온 타학교 학생들과 한국어를 배우고, 그들에게도 인도네시아 문화를 알려주는 시간을 가졌답니다. 



히잡을 항상 착용하고 있는데
란띠 & 싼디 : 저희는 이슬람교에요. 히잡 착용이 의무는 아니지만 저희들이 원해서 날마다 착용하고 있죠. 학생들이 워낙 신기해해서 학생들에게 히잡 착용 방법을 알려주고, 직접 써 볼 수 있도록 했답니다. 또 돼지고기를 먹지 않기 때문에 처음에는 도시락을 직접 싸갖고 다녔어요. 학교 급식에 돼지고기가 자주 나오거든요. 한국 음식이 익숙해 진 후에는 돼지고기가 들어간 음식을 빼고, 학교 급식을 먹기도 했어요. 이슬람교는 하루에 6번 기도를 해야 하는데, 학교에서 별도의 공간을 마련해줘 학교생활 중에도 기도를 할 수 있었답니다.


봉일천고 학생들에 대한 느낌은
란띠 : 학생들이 하루 종일 수업하고, 또 밤 10시까지 학교에 남아 스스로 공부하는 모습에 깜짝 놀랐어요. 책도 많이 읽고 열심히 공부하는 학생들을 보며 한국이 어떻게 지금처럼 발전하게 됐는지 조금은 알게 됐죠.
싼디 : 학생들이 친절하고 예의 바르다고 생각해요. 저희가 1,2학년 학생들만 수업을 하는데, 저희를 만나본 적도 없는 고3 학생들도 항상 친근하게 인사를 해줬죠. 궁금한 게 있으면 점심시간에 찾아와 물어보고, 잘 도와주고... 학생들의 적극적인 모습이 인상적이었어요.


파주 생활은 어땠나요
란띠 & 싼디 : 저희가 학교 근처에서 자취를 하기 때문에 음식을 해먹기 위해 시장이나 마트에 들리곤 하는데, 만나는 분들 모두 친절하게 대해주시고, 배려를 해주셨죠. 뭘 살 때면 꼭 덤으로 조금씩 더 주셨어요. 인도네시아에는 사계절이 없어 겨울을 처음 겪어 봐요. 한국의 가을과 겨울은 너무 추워요. 감사하게도 학교 선생님들께서 겨울옷을 선뜻 나눠 주셔서 따뜻하게 보내고 있어요. 한국의 문화와 생활을 체험해 볼 수 있도록 집으로 초대도 해주셨고요. 파주 생활은 따뜻하고 즐거웠어요.


한국을 떠나며
란띠 : 우수한 교육환경과 시설, 한국 사람들의 부지런함, 노력하는 모습 등이 특별한 기억으로 남네요. 직접 경험해 보니 한국은 정말 스스로 자부심을 가져도 될 만한 나라인 것 같아요. 인도네시아 학생들에게 한국 사람들의 이런 모습을 이야기해주고 싶어요. 
싼디 : 인도네시아와 한국은 너무 다른 문화라 처음엔 적응하기가 좀 어려웠어요. 하지만 지금은 저의 두 번째 모국이 됐답니다. 3개월 동안 함께했던 봉일천고 학생들과 선생님들 모두 가족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한국은 저에게 ‘대박’인 나라였어요. Terima kasih!!(모두 감사합니다) 






파주시청, 사세보시 교환 공무원 ‘카타야마 유키’씨
“사람 냄새 나는 전통시장과
동네 산책길을 좋아해요”





카타야마 유키(36)씨는 파주시청에서 발행하는 ‘상상파주’ ‘파주싱싱뉴스’ 등의 매체를 통해 지역 주민에게는 많이 친숙해진 인물이다. 파주시청 교류협력팀에서 일본 사세보시 교환공무원으로 2년째 근무하고 있는 그는 파주에서 생활하며 겪은 소소한 일상들을 파주시 뉴스매체에 칼럼 형식으로 연재해 관심을 모아왔다. 
“파주는 여러 가지 모습이 있는 재미있는 도시예요. 아파트나 건물이 많은 도시인데 또 가까이에 논, 밭이 있어요. 그리고 헤이리 예술인마을, 출판도시, 아울렛과 같이 특색이 있는 곳들이 많아요.”
카타야마 유키씨는 주말이면 버스를 타고 부인과 함께 나들이 나서기를 즐겨한다.
“한국은 버스를 이용하기가 편해요. 번호만 알면 길 찾기가 편하거든요.”
그는 파주 헤이리, 심학산, 출판도시 등은 물론 인근 일산 호수공원과 라페스타, 서울 광화문과 종로 등 지역 곳곳을 이 버스를 타고 두루 다녔다.
그러한 그가 가장 좋아하는 장소는 그가 지금 살고 있는 동네 앞길. 즉 금촌역 앞에서 금촌시장으로 이어지는 길이다.
“관광지보다는 동네 전통시장이나 집 앞 산책길을 좋아해요. 실제로 사람 사는 모습을 볼 수 있어 재미있어요. 일본에서 파주에 놀러온 친구와 함께 여기저기 관광지를 다녀 본 적이 있는데, 그 친구도 저처럼 사람들이 실제 사는, 사람 냄새 나는 곳을 제일 좋아했어요.”
카타야마 유키씨는 동네 단골집이 많다. 금촌역 앞 치킨집, 전집, 카페 등. 금촌시장 5일장도 그가 즐겨 찾는 곳이다. 한국음식 대부분을 가리지 않고 잘 먹는다는 카타야마 유키씨는 순대국이나 해장국의 깊고 시원한 맛도 즐길 줄 안다. 



“한국 음식은 일본인 입맛에 잘 맞아요. 특히 한국 음식은 반찬이 많아서 좋아요. 일본사람들이 한국 식당에서 밥을 먹을 때 가장 놀라는 것이 바로 반찬이 많은 거예요.”
그러나 이러한 그도 처음 한국에 와서는 일본과는 다른 문화에 생경스러웠던 적이 적지 않았다. 음식문화도 그중 하나.   
“일본에서는 직장에서 점심 먹을 때 자기 책상에서 따로따로 도시락을 먹어요. 그런데 한국에 와보니 팀마다 같이 식사를 하러 나가더라고요. 혼자 먹는 것은 싫어하는 분위기고요. 일본에는 ‘식사하셨어요?’란 인사가 없어요. 처음에는 신기했어요. 사람들과 같이 밥을 먹으면 서로 친해질 수 있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지난 2년간 파주시청 공무원으로, 또 우리의 친근한 동네 이웃으로 지내 온 카타야마 유키씨. 그러한 그가 내년 3월이면 다시 일본 사세보시로 돌아간다. 예정된 교환 공무원 임기가 끝나기 때문이다.
“친하게 지냈던 직장 사람들, 정 들었던 동네를 생각하면 벌써부터 아쉬운 마음이 많이 들어요.”
따뜻한 관광도시인 사세보시에 가기 전, 파주에서 제대로 된 추위를 맛보고 갈 생각이라는 카타야마 유키씨. 모쪼록 남은 기간, 파주에서 더 좋은 추억 많이 쌓아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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