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동의 엄마들이 동화책을 꺼내들었다. 단순히 내 아이만 읽어주는 것이 아니라 자녀가 다니는 학교 도서관에서 지역공공도서관으로 모든 아이들을 위해 이야기꾼으로 변신했다. 책을 읽어주는 것 외에 다양한 인형극을 무대에 올려 아이들이 책 읽는 재미에 속 빠지게 만든 양천구 마을공동체 ‘책 읽어주는 엄마와 함께 도서관에서 행복하기’ 회원들을 만났다.
송정순 리포터 ilovesjsmore@naver.com
재능기부로 책 읽어주기, 마을공동체를 만들다
지난 11월 28일 오전 신정동의 한 카페에 양천구 마을공동체 ‘책 읽어주는 엄마와 함께 도서관에서 행복하기(이하 책 읽어 주는 엄마)’ 회원들 모두 모였다. 이날은 역사논술 지도사 자격증 시험을 치른 후 마을공동체 사업을 결산하는 날이다.
1시간 동안 역사 시험이 끝나자 이 모임의 회장을 맡고 있는 이영주씨는 회계 결산을 발표했다. 공동체 회비와 자기 부담금을 모은 금액과 어디에 썼는지를 정산하고 다음 활동 계획과 내년 모임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다음 주에는 서정초등학교에서 학부모 간담회가 있을 예정입니다. 목운초등학교에서는 3일간 독서캠프가 진행되는데요. 이번에는 역사수업으로 진행합니다.”
역사논술 자격증이 있는 엄마들의 도움을 받아 선사시대 만년고도의 세월이 담긴 ‘반구대 암석화’를 통해 암각화 스크래치 그리기, ‘나는 왕이로소이다’ 책을 읽고 금관 만들기, ‘문화를 사랑한 화폐’를 이용한 역사와 문화 이해하기 등 진행할 프로그램을 설명한다.
이렇게 활발한 활동을 하는 양천구 마을공동체 ‘책 읽어주는 엄마’ 는 3년 전 결성됐다. 이영주 회장이 직장을 그만두고 아이가 다니던 학교에 ‘도서명예교사’를 맡으면서 지금의 공동체를 만들게 됐다. 책 읽어주기를 시작하면서 책놀이지도사 자격증을 딴 이 회장은 자신의 아이에게만 적용 시키는 게 아까웠다. “내 아이가 아닌 다른 아이들에게도 이 즐거움을 알려주고 싶고 책 놀이지도를 원하는 엄마들에게 재능기부로 수업을 하기 시작했어요.”
첫째 아이가 다녔던 서정초, 둘째가 다니던 목운초 그리고 아이가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목운중학교를 입학하게 된 엄마가 생기면서 양천구에 위치한 세 학교의 엄마들을 모을 수 있었다. 지금은 33명의 엄마들과 아빠 1명이 팀을 이뤄 학교, 유치원, 도서관 등으로 인형극이나 책을 읽어주는 등의 책 놀이 봉사를 하고 있다.
“목운초에서 인형극을 하기 위한 재료를 먼저 만들었죠. 그리고 서정초에 빌려줬습니다. 서정초는 5~6학년 학생 전체가 인형극을 듣고 재미있어 했어요. 그리고 답례로 서정초에서 ‘아씨방 일곱 동무’ 인형극을 할 수 있는 재료를 목운초에 빌려줬어요.” 이렇게 서로 정보를 교류하면서 올 초에는 고학년 대상 ‘아낌없이 주는 나무’ 그림자극도 무대에 올리는 등 실력이 날로 발전하게 됐다.
청일점 아빠, ‘얼음땡’과 ‘깍두기’를 알려주다
청일점 아빠는 서정초 1학년에 자녀를 두고 있다. 하루 회사에 휴가계를 내고 서정초 전체 학생들에게 ‘얼음땡’ 놀이와 ‘깍두기’를 소재 삼은 만화가 강풀의 그림책 ‘얼음땡’을 읽어줬다. 어릴 적 편을 나눠 놀이를 할 때 편에 끼지 못한 마지막 한명인 ‘깍두기’에 대한 이야기를 왕따와 연결시키고 ‘우리 집에 왜 왔니’ 놀이로 조용한 도서관이 떠들썩하기도 했다고.
양천구 마을공동체 ‘책 읽어주는 엄마’ 는 학교 도서관에서 책읽어주기, 양천도서관에서 북스타트 봉사, 갈산도서관에서 유치원 견학생을 위한 책 놀이 등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 34명의 회원 중 20명이 독서논술지도사와 역사논술지도사 자격증을 가지고 있을 만큼 점점 전문화돼 가고 있다.
내년에는 ‘책 읽어주기’에서 한 단계 더 발전한 ‘철학논술’ 수업도 진행하고 초등학교를 졸업한 엄마들을 중심으로 중학생까지 영역을 넓힐 예정이다. 게다가 새로 생긴 갈산도서관에서 활동도 늘릴 계획이다.
강희경 회원은 “독서지도사 자격증과 역사논술지도사 자격증을 딸 수 있어 보람됐다”며 “타 기관에서 독서논술 지도사 자격증을 따려면 비용이 상당히 많이 드는데 무료로 봉사도 하면서 자격증이 생겨 좋았다”고 덧붙인다.
송영임 회원은 “모임에 나오면서 사람들도 많이 만나고 자기 계발의 기회도 되는 것 같다. 예전에는 책 읽어주는 것에 관심이 없었는데 즐겁게 책을 읽어주게 되고 봉사활동을 하면서 우리 아이만이 아닌 다른 아이도 함께라는 공동체 의식이 생겨났다”고 전한다. 특히 영임씨는 엄마를 보고 배운 아이들이 학교 도서관에서 점심시간을 쪼개어 책읽어주는 모습을 보고 교육방법에 대한 확신이 생겼다고 한다.
이윤희 회원은 “아이 교육에도 도움이 되고 엄마도 배울 수 있는 기회가 되어 이 모임이 즐겁다”며 “아이가 3명인데 학년마다 수준에 맞춰 책도 읽어주게 되고 독후 활동으로 북아트도 만들다보면 책 내용 이해도 더 잘되는 것 같다”고 덧붙인다.
미니 인터뷰
최은진 회원
“양천도서관에서 북스타트 봉사와 목운중학교에서 학부모봉사단 활동을 하고 있어요. 모임에 참여하면서 엄마들을 통해 배우게 된 내용과 내가 알고 있는 것을 조합해 심화된 내용으로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줄 수 있어 자심감이 생깁니다.”
최은영 회원
“아이들이 공연을 보고 재미있어 하고 또 보고 싶다는 반응을 보일 때 보람을 느낍니다. 예전에는 아이가 책을 읽고 나면 ‘내용이 뭐였어?’라는 질문 밖에 안했는데 요즘은 ‘계절이 언제인거 같니?’ 등 다른 관점에서 질문을 던질 수 있어요.”
정현정 회원
“미술 전공을 살려 만든 소품이 우리 아이는 물론 다른 아이들을 위해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 좋아요. 부끄러움을 많이 타 처음 공연을 할 때는 다른 활동은 아무 것도 못하고 책 일기는 것만 했는데 이제는 뭐든지 자신 있게 할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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