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신문이 만난 사람 - 영춘모찌 김승훈 대표

맛과 멋이 만나 감동으로 피어난다

지역내일 2014-12-03



대전의 문화예술인이 많이 모여 있는 대흥동에 작지만 특별한 모찌전문점이 있어 화제다. 김승훈(49)씨는 직접 떡을 빚는 영춘모찌의 주인장이자 캘리그라피를 하는 예술가이다. 뚜렷한 이목구비에 서글서글하고 큰 눈, 건장한 체격이 마치 체육관 사범에게 어울릴 만한 외모다. 상남자인 그의 큰 손에서 예쁘고 앙증맞은 모찌가 빚어지고, 손끝에선 마술처럼 아름다운 캘리그라피가 태어난다.


모찌는 사업, 캘리그라피는 취미
캘리그라피는 밋밋한 글자들이 가진 평범함을 넘어서 아날로그적인 느낌을 더해 독특하고 창조적인 표현을 할 수 있다. 그는 해서, 행서, 초서 등 다양한 서체를 포함해 고전적 서풍과 창작, 전위적 서풍을 아우르며 다양한 감성을 인간적이고 따뜻하게 표현해 낼 수 있는 캘리그라피를 ‘감성손글씨’라고 부른다.
1986년 군대 행정병으로 있을 때 글씨 쓰기를 시작해 독학으로 캘리그라피를 공부했다. 교회를 비롯한 여러 곳에서 아름다운 글씨로 봉사활동을 하기도 하고 세종시 행사나 축제에 캘리그라피로 재능 기부를 하기도 한다.
바쁘지 않은 시간 가게로 찾아온 손님들과 차를 나누며 손님의 이름을 캘리그라피로 써 주면 사람들은 감동한다. 그가 사람들과 소통하는 또 다른 방법이다.


인생의 기로에서 만난 ‘모찌‘ 
김 대표는 모찌집을 열기 전 옛날과자 공장을 운영했다. 2008년 세계를 강타한 소위 ‘멜라민 파동(중국산 유제품 멜라민 오염사건)’은 분유와 무관했던 김 대표의 사업에도 큰 영향을 끼쳐 결국 공장문을 닫는 지경에 이르렀다.
사업이 망하고 생활고에 직면한 김 대표의 선택은 떡방앗간 취직이었다. 도매와 납품을 전문으로 하는 떡집에서 새벽부터 일하며 각종 떡을 만드는 기술을 익혔다. 떡집일은 힘 좋고 손재주 좋은 김 대표에게 잘 맞았다. 이후 직접 떡 공장을 차려 납품을 주로 했다.
떡 공장을 운영할 때 모찌 주문이 많은 것을  눈여겨보다가 올해 5월 대흥동에 작은 수제 모찌집을 열었다. 공장을 운영할 때 기계에 필요한 부품도 직접 만들어 쓸 정도로 눈썰미가 있고 손재주가 좋은 그이기에 가게의 인테리어도 모두 직접 했다. 일고여덟 평에 불과한 작은 가게는 예쁘고 아기자기하다. 그가 쓴 손글씨 작품들도 가게를 꾸미는데 일조한다.
개업한 지 채 1년이 안됐지만 입소문을 타고 멀리서도 찾아오는 사람이 많고 주문량도 많은 편이다. 김 대표의 표현을 빌자면 “밥은 먹고 살 정도”이다.
일요일을 제외하고 매일 새벽 4~5시에 나와 일을 한다. 매장 뒤쪽에 있는 작은 조리장에서 불려둔 찹쌀을 갈아서 쌀가루를 만들어 찜기에 찌고, 팥을 삶고 조려서 소를 만들어 하나하나 정성스레 떡을 빚는 일을 모두 혼자 한다. 하루에 빚는 떡은 수백 개에 이른다. 몇 백 개 단위의 주문이 들어와도 혼자 빚어서 주문을 감당한다. 포장 작업은 가게를 도와주는 분의 도움을 받는다. 오후에는 직접 배송하기도 한다. 새벽부터 작업을 해야 해 오후 7시면 영업을 끝낸다.


타협을 모르는 고집스러움을 담은 ‘앙금모찌’
쑥 가루를 섞어서 빚는 쑥모찌와 검은깨를 갈아 옷을 입힌 흑임자모찌, 하얀 전분을 입힌 일반모찌는 고정메뉴다. 계절별로 다른 과일로 만드는 여러 가지 과일모찌들과 양갱들도 인기다.
그가 특히 자부심을 갖는 것은 앙금모찌다. 모찌 속의 팥소에는 땅콩, 호두, 해바라기씨 등 견과류를 넣어 씹히는 맛을 살리고 계피를 넣어 향긋함을 더했다. 설탕을 적게 써 많이 달지 않아 인기가 높다. 요즈음 유행하는 과일모찌에 비해 시간도 많이 걸리고 공도 많이 들어가지만 가격은 더 저렴한 1개당 1000원이다. 쌀과 팥을 모두 국산 재료로 쓰고 이정도의 맛과 품질을 가진 수제 모찌는 찾아보기 힘들 것 같다. 포장까지 특별히 신경 쓴 모습이다. 낱개로 담는 종이 포장지에는 그가 쓴 손글씨로 도장을 만들어 찍어 나름의 운치가 있다.
정성들여 하나하나 빚은 떡을 예쁘게 포장해서 선물용 박스에 담으면 완성이다. 어려운 자리의 선물용으로도 손색이 없다.
아침에 만들어진 모찌는 그날 판매한다. 포장해서 가져가는 경우 당일 먹을 것을 권한다. 찹쌀의 특성상 굳기도 하고 첨가물을 넣지 않아 변질의 우려도 있기 때문이다. 다른 지역의 택배 요청에도 응하지 않는 이유이다.
다사다난했던 그의 인생에 이제는 봄이 오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아 가게 이름을 영춘(迎春)모찌라고 지었다. 작은 영춘모찌에서 맛과 멋이 만나 봄날의 아지랑이처럼 감동으로 피어난다.


위치 중구 대흥동 452-65
영업시간 오전 8시 ~ 오후 7시(일요일 휴무)
문의 042-222-9400
이영임 리포터 accrayy@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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