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기 위니아트 대표

‘음악은 내 운명’, 능동로 거리에 음악을 입히다

지역내일 2014-08-13

생기 잃은 사람들의 퍼석거리는 마음을 음악으로 잇자며 광진아트브릿지 야외 공연을 뚝심 있게 이어오는 중년의 사내가 있다. 700년 넘은 느티나무가 멋진 화양동을 정이 흐르는 동네로 만들기 위해 마을사업에도 열심이다. 덕분에 그는 올해 광진구민대상 문화예술체육 부문의 주인공이 됐다. 김용기 위니아트대표(54세)를 만나 머릿속에 구상중인 ‘광진 몽마르트르 프로젝트’를 들어보았다.

김용기


“일곱 살 때 광진으로 이사왔죠. 그 시절 이 동네는 버스 종점이라 기사식당이 즐비한 서민 동네였습니다.” ‘유별난 광진 사랑’의 근원을 캐묻자 김 대표는 유년의 추억을 풀어낸다. 그가 지칭하는 ‘그 시절 이 동네’는 하루 유동인구만 15만 명으로 제2의 홍대로 부상중인 건대입구. 초중고 시절 내내 살았고 대학도 건대를 나온 토박이라 자연스럽게 동네 변천사를 줄줄 꿰고 있으며 애정 또한 남다르다.
“이 일대는 나루아트센터와 건대 새천년 대공연장, 세종대 대양홀, 어린이대공원 돔아트홀로 이어집니다. 서울시내에서 대형공연장이 운집한 유일한 거리입니다. 게다가 남쪽으로는 한강시민공원 뚝섬지구가 잇닿아 있고 드넓은 어린이대공원까지 있어 하드웨어가 탄탄하지요.”


광진아트브릿지, 음악으로 사람과 사람을 잇다
탐나는 건대 거리에 문화의 향기를 입히고 싶었던 그는 2012년 문화촉매자로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아트’로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자는 소망을 담은 ‘광진 아트브릿지’를 광진구 능동로 분수광장 한켠에 주말 저녁마다 펼쳤다. 점찍어 뒀던 홍대 인디밴드를 섭외해 음향과 조명까지 제대로 갖춰 공연을 선보였다.
횟수가 거듭될수록 토요일밤 공연을 보러 나오는 동네 관객이 늘고 시즌별로 예술가들과 조촐한 아트마켓까지 열자 지역의 문화 브랜드가 됐다.
‘광진의 돈키호테’처럼 수천만원의 자비까지 털며 야외공연을 선보이는 그의 꿍꿍이는 무얼까?
한글학회이사장까지 지낸 원로 국문학자 김승곤 교수의 4남매 중 장남인 김 대표는 “자신의 젊은 시절을 돈텔파파(Don''t tell papa 제발 아버지께 비밀로 해주세요) 그 자체”로 추억한다. 
“아버지의 음악 끼를 물려받은 덕에 어릴 때부터 노래를 잘했어요. 그러다 고교 신입생 환영회장에서 중창단 선배들의 노래를 듣는 순간 전율을 느꼈어요. 내 길이구나 싶었죠.”
곧장 오디션을 봐 중창단원으로 뽑혔다. 성악의 기본기를 닦으며 음악가의 꿈을 키웠지만 지엄한 아버지의 반대는 거셌고 결국 쫓기듯 법대에 진학할 수밖에 없었다. “법대 입학은 했지만 법전 대신 여전히 노래가 삶의 1순위였지요. MBC강변가요제에 출전해 입선까지 했고요.” 또 다시 집안이 발칵 뒤집혔다.
질풍노도의 대학시절을 마감하고 졸업 후에는 아버지 뜻에 따라 얌전히 조흥은행에 입사했다. “의외로 은행일이 재미있고 실적도 좋아 승진이 빨랐어요. 그런데 고객서비스를 보니까 예금액이 100억이든 100만원이든 고객에게 주는 선물은 똑같이 비누세트더군요. VIP고객 초청 클래식 음악회를 열자고 행장을 끈질기게 졸라 허락을 받아냈어요. 정상급 성악가와 오케스트라를 섭외해 1800명을 초청해 음악회를 열었지요.”
당시 은행권에서 고객 대상으로 첫 선을 보인 문화 이벤트는 ‘대박’이 났다. 덕분에 비서실로 발탁돼 행장 수행 비서를 맡으며 ‘날개 단 행원’이 됐다.
“음악 좋아하고 사람 좋아하는 탓에 기분파로 살았던 내가 꽉 짜인 은행원 생활을 하면서 숫자와 조직의 체계를 익히며 경영을 배웠습니다.” 당시 그에게 은행은 일터이자 배움터. 은행에서 일한 10년 세월은 ‘CEO 김용기’의 토대를 닦는 시간이었다.
“문화 수요는 느는데 세종문화회관, 예술의전당 같은 손꼽히는 공연장을 빼면 공간이 마땅치 않았어요. 운영 체계도 허술했고요.” 비즈니스 틈새를 발견한 그는 공연장이 새로 문을 열 때 마다 쫓아다녔다. 공간 구성이며 콘셉트, 마케팅을 어깨너머로 배우며 문화예술 경영의 노하우를 익혔다.
 
은행원에서 문화공간 운영회사 대표로 변신
IMF로 온 나라가 떠들썩했던 1997년 은행에 사표를 던지고 문화공간 운영회사 위니아트을 차렸다. 당시는 문화예술회관 건립 붐이 지자체에 이어 대학까지 번지던 시절이었다. 그는 전문적인 공간 운영 인력도 경험도 없는 대학에서 비즈니스 가능성을 찾았다. 
“모교인 건국대 총장을 찾아가 공연장 운영을 제대로 해보이겠다며 설득했죠.” 그가 세운 위니아트는 건대 새천년관 대공연장, 국제회의장, 야외극장, 세미나홀을 비롯해 호원대 호원아트홀, 한국산업기술대 KPU아트센터까지 운영 중이다.
“공연장 운영하다 실패한 사람이 부지기수죠.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 부단히 뛰어다닌 덕에 우리는 17년째 건재합니다. 이 분야 최장수 회사이죠.” 특히 그는 공연장 운영 뿐 아니라 오케스트라 지휘, 동요제 심사위원, 대학 강의까지 음악과 연관된 일은 원 없이 다해 봤다.


이제 ‘거리’가 무대가 될 차례
요즘 그의 관심사는 공연장을 넘어 ‘거리’에 꽂혀있다. 광진아트브릿지를 뚝심 있게 밀어붙이는 것도 거리를 무대 삼아 아티스트와 관객이 한데 어울리는 음악축제를 꿈꾸기 때문이다. “최근 오스트리아, 체코 등 유럽 일대 거리 예술가를 둘러보며 아이디어를 많이 얻어왔습니다. 능동로에서 한강까지 광진만의 색깔을 담은 문화의 거리를 만드는 게 앞으로 나의 꿈이자 숙제입니다.”
고교시절 운명처럼 만난 음악을 38년째 인생의 화두로 붙잡고 행복하게 고군분투중인 사나이가 앞으로 능동로에 선보일 ‘음악의 향기’가 궁금했다.  


오미정 리포터 jouroh@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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