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격이 어때요?”
“나대는 편입니다. 낯선 집단에 섞이면 비집고 들어가 기어이 존재감을 보이죠.”
“최상위권 성적이라 학교에서 기대를 많이 하겠어요.”
“면학 분위기를 이끌라는 무언의 압박을 받지만 제가 모범생 타입과는 거리가 있죠. 쉬는 시간에는 맘껏 놀아야 하고, 틈 날 때마다 운동장에서 공도 차야 하고...(웃음)”
오승준군의 답변은 직설적이고 쿨했다. 또래들과 어울리는 걸 즐기고 골목대장 기질도 엿보였으며 무엇보다 ‘자기 고집’이 뚜렷했다.
‘책상 지킴이형 범생이’를 못견뎌한다는 오군에게 쉼 없이 질문을 던지며 ‘기질’ 탐색에 나섰다.
다양한 주제로 남 앞에서 말하기를 즐긴다는 그. ‘내면의 곳간’이 가득 차 넘쳐야 입 밖으로 이야기가 술술 나오는 게 세상 이치라 ‘오승준 곳간’의 원동력이 무엇인지부터 물었다.
“내 취미이자 특기가 신문 읽기입니다. 초등 시절부터 지금까지. 고3인 지금도 매일 정독합니다. 정치면부터 시작해 사회면, 사설, 스포츠면, 문화와 연예면까지 샅샅이 훑지요. 스크랩을 따로 하지는 않지만 인상적인 기사는 꼭 저녁밥상 앞에서 부모님과 이야기를 나눠요. 내 나름의 해석과 감상평까지 곁들여서요.”
신문이 세상을 읽는 창이라 어렸을 때부터 무작정 좋았다는 그는 신문을 읽으며 내용을 간추려 핵심을 요약하는 기술, 자신만의 논점을 세워 비판하는 능력을 터득했다. 덕분에 장래 목표도 일찌감치 세울 수 있었다.
정치인 꿈꾸는 골목대장
“초중고 내내 변함없이 내 꿈은 정치인입니다. 삶을 개선시키고 사회에 좋은 영향을 미치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수년전 미국에 오바마가 혜성같이 등장했을 때 무척 신이 났다고 한다. “자서전부터 오바마 대통령에 대한 책들을 찾아 읽으며 리더로서의 비전, 인류애에 감동했고 자극도 받았어요. 물론 지금은 그의 동아시아정책을 보면서 자국 이익을 최우선으로 두는 ‘미국의 대통령’일 수밖에 없다는 한계가 읽혀지지만요.”
국내외 통틀어 롤모델로 삼을 만한 정치인이 없기 때문에 꼭 정치인이 되고 싶다는 그에게서 10대의 호기가 느껴졌다.
고교시절 틈틈이 외교부캠프, 모의국회캠프에 참여한 것도 장래 목표가 분명했기 때문이다. “송파구내 여러 학생들끼리 국회에 모여 치열하게 토론하면서 법안을 만든 게 특히 기억에 남네요. 입법의 전 과정을 체험해 보는 흔치 않은 기회였거든요.”
시사탐구 동아리 운영하며 ‘소통’ 필요성 절감
교내 시사탐구 동아리를 새로 만들어 운영해 본 경험도 ‘좋은 약’이 됐다고 자평한다. “신문에서 발췌한 시사 주제를 가지고 함께 토론하며 결과물을 만드는 동아리를 기획해 공격적으로 회원 모집에 나섰어요. 신입회원도 꽤 많이 모아 의욕적으로 시작했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동아리장인 내가 일방적으로 주제를 잡아서 회원들에게 배경 설명하는 식으로 운영이 돼더군요. 아쉬움이 남았지만 동아리 활동하며 얻은 점도 꽤 있어요.”
‘혼자하면 빨리 가지만 함께하면 멀리 간다’는 평범한 진리를 현장에서 배웠고 ‘소통 기술’의 중요성도 터득했다. “정치인이 지녀야 할 덕목으로 소통과 도덕성을 꼽는데 소통이 말처럼 쉽지 않다는 점, 무엇보다도 구성원들과 신뢰관계부터 쌓아야 한다는 걸 절감했어요. 한편으로는 복지정책을 이슈로 다루면서 송파구청 국장님과 현장인터뷰를 성사시킨 건 뿌듯한 경험으로 남았습니다.”
오지랖 넓게 ‘부딪히며 배운다’는 오군의 삶의 태도는 고교생활을 풍성하게 만들었다. 토론, 논술, NIE, 영어경시, 독후감쓰기 대회까지 교내 각종 대회는 두루 참여했고 학생회활동도 신나게 했다.
‘사진 찍듯’ 공부하다
겉보기에는 ‘놀 것 다 놀면서 공부까지 잘하는’듯 보이지만 실제의 그는 치밀하고 계획적이라 공부를 ‘짧고 굵게’ 할 수 있는 나름의 전략과 전술을 터득해 놓았다. “수업시간에는 초집중하고 쉬는 시간에는 맘껏 놀고 대신 공부는 시험기간에 몰아쳐서 하지 않고 미리미리 계획적으로 하지요. 공부 스트레스는 축구를 좋아하니까 틈날 때마다 운동장을 뛰면서 풀고요. 다만 공부와 놀이는 철저히 분리합니다.”
오답노트, 요점정리 공책도 따로 없는 오군의 공부스타일은 독특하다. 눈으로만 책을 보되 ‘사진 찍듯’ 공부를 한다. “어느 페이지 몇째 줄에 어떤 내용이 있다는 걸 줄줄 외울 만큼 교과서를 꼼꼼하게 탐독해요. 그래야만 시험에서 실수가 없어요. 나 혼자서 정한 공부의 룰이지요.”
영어는 문제집 풀거나 문법책 달달 외는 방식이 잘 맞지 않았다. 대신 관심 분야 영어책을 꾸준히 읽으며 어휘와 구문을 익혔다. 이처럼 과목별로 ‘오승준식 공부 비법’을 착착 만들어 놓았다.
“남이 짜 놓은 공부 판에 자신을 맞추지 말고 스스로의 공부 판을 만들어 나가야 ‘진짜 공부’가 되요. 또 그래야만 시간 활용이 자유로워져 동아리 활동이나 교내 행사도 고루 참여할 수 있지요. 후배들에게 꼭 효율적으로 시간 관리하는 법을 터득하라 권하고 싶습니다.” 주도성과 적극성. 두 개의 키워드가 거침없이 고교시절을 보내는 오군의 비결이었다.
오미정 리포터 jouroh@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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