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지성사의 중심지 안동을 가다

자연에서 우주의 원리를 배웠던 선비의 고장

지역내일 2014-11-27

아이들을 키우면서 꼭 가야하는 역사체험학습 성지가 몇 군데 있습니다. 그 중 경주와 안동은 초등학교 졸업 전에 반드시 다녀와야 하는 고장입니다. 초등 저학년 때는 볼거리가 많은 경주를 고학년이 되어서는 생각거리가 많은 안동을 추천합니다. 내년 5학년이 되는 딸아이와 안동을 다녀왔습니다. 역사체험여행이 늘 그렇듯 아이보다 내가 더 많이 배운 여행이었습니다. 아이에게는 체하지 않도록 천천히 조금씩 전해 주어야겠습니다.

안동


조선 정신문화의 큰 기둥 ‘안동’
안동은 그 이면에 숨은 정신까지 보지 않으면 실망하기 일쑤인 고장입니다. 명성에 비해 눈에 보이는 것이 적기 때문이죠. 하회마을도 겉모습만 보고 속에 숨겨진 정신을 보지 못한다면 ‘박제화 된 마을’로 치부해 하회마을의 10%도 느끼지 못합니다.
안동에는 유명한 조선시대 학자들이 많습니다. 대대손손 제사를 지내는 불천위 제사가 가장 많은 곳이 안동이고, 조선을 굳건히 지킨 선비를 길러내는 것을 가장 큰 자랑으로 여기는 고장입니다. 하회마을은 그 대표적인 마을입니다.
하회마을의 건축물에는 조선시대 선비정신과 성리학 사상이 잘 묻어납니다. 아흔 아홉칸 부잣집이지만 화장실 지붕만은 초가로 얹었습니다. “달이 차면 기울 듯이 모든 걸 다 가지면 다음은 기울어지기 때문에 부족한 부분을 남겨 둔 것입니다”라는 설명을 듣고서야 고개를 끄덕이게 됩니다. 안채가 안 보이도록 만든 내외담, 풍산류씨 종가댁 양진당의 벼락닫이 창은 남녀가 유별했던 조선시대를 이해해야 제대로 보이는 유물입니다.


진실이라면 두말도 아깝다 ''보통''
그 지역을 잘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 지역 사람들의 특성을 이해하는 것도 도움이 됩니다. 안동 사람을 흔히 ''안동 갑갑이''라고 부릅니다. 그만큼 고집도 강하고 한번 결정한 일은 왠만해서는 뒤집지 않는 사람이라는 뜻이 숨어있습니다. 진리에 대해 깊이 고민하더라 한번 결정된 일은 소처럼 밀어 붙이는 사람이 안동 사람에 대한 이미지입니다.
이번 여행에서도 역시 안동 사람! 이라고 손벽치게 만드는 분을 만났습니다. 안동 한지 공장에서 일입니다. 아이들이 한지 만들기 체험이 끝날 즈음 누가 누가 잘 만들었는지 말싸움이 벌어졌습니다.
한지가 조금 얇게 나온 친구는 ''얇은 한지가 좋다''하고 두껍게 만든 친구는 ''두꺼운 한지가 더 좋다''고 우겼습니다. 결국 도와주시는 할머니에게 여쭈었습니다. "할머니 두꺼운 한지가 좋아요? 얇은 한지가 좋아요?"
할머니의 말씀 두말도 필요 없습니다. "보통!!" 두껍지도 않고 얇지도 않고 보통이 딱 좋은 한지라는 말씀입니다. 질문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보통이라고 외치는 할머니는 역시 안동사람이었습니다.


퇴계 이황의 가르침 ‘자연에서 배우기’
안동에서 꼭 배워야 하는 것이 있다면 바로 퇴계 선생님의 교육철학입니다. 퇴계선생은 조선 지성사를 이끈 선비들을 길러내는 데 큰 역할을 하셨던 분이시죠. 조선의 대표적인 사상인 성리학을 우리나라에 맞게 발전시킨 대표적인 학자였으며 퇴계의 성리학은 일본으로 건너가 일본 지성사 발전에도 큰 역할을 했습니다.
34세 과거에 급제해 성균관 대제학을 지냈으며 70여 차례나 벼슬을 사양하며 교육을 위해 애쓰셨던 퇴계 선생. 도산서원은 퇴계 선생이 직접 학생을 가르친 도산서당과 사후 제를 지내기 위해 지은 서원으로 이뤄져 있습니다. 앞쪽은 서당 뒤편은 제사라는 ‘전학후묘’의 전형적인 공간배치가 나타납니다.
특히 퇴계선생은 자연을 통해 우주의 심오한 참뜻을 가르치려 했습니다. 서원을 중심으로 양편 산기슭을 천연대와 운영대라 부르며 저녁시간이면 제자들과 함께 산책을 나왔다고 합니다. 하늘과 별의 움직임을 관찰하는 자연체험장이었던 셈입니다. 도산 서당에는 이런 선생의 마음 씀씀이가 곳곳에 배어있습니다. 퇴계 선생의 제자사랑은 유별났다고 합니다. 그 때문에 많은 이야기가 전해집니다. 제자 이정과의 이별을 아쉬워하며 4편의 시를 적어 보냈다고 합니다. 석간대에는 선생의 마음을 담은 시가 새겨져 있습니다.
선생이 살아계셨다면 아이들 공부를 위해 바삐 다니는 우리를 기특하다 여겼을까요? 아님 안타까워했을까요? 성적을 위한 지식이 아니라 삶을 살아가는 지혜를 전해줘야겠다는 생각이 든 안동 여행이었습니다.
하혜경 리포터 ha-nul2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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