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동아트센터의 시니어 극단 ‘날 좀 보소’는 공연예술에 관심 있는 강동구 50세 이상의 주민들로 구성된 시니어 연극 동아리이다. 강동아트센터가 추진한 지역주민을 위한 문화사업 이기도 하다. 연극을 통해 인생 2막을 새로운 도전으로 열어가는 이들을 만났다.
열정으로 이룬 무대
수능한파가 몰아친 지난 13일, 강동아트센터 지하에 있는 스튜디오2에서는 ‘날 좀 보소’의 12월 공연을 앞두고 연습이 한창이었다. 바깥은 영하의 기온이었지만 스튜디오 안은 연습 열기로 뜨거웠다. 연습은 간단한 몸풀기부터 시작했다. 동그랗게 원을 그려 서로 손잡고 노래 하며 공연이 잘 되게 해달라는 기도도 이어졌다. 무대 위에 올릴 작품은 최인훈 작가의 ‘달아 달아 밝은 달아’로 심청에 대한 이야기이다.
시니어 극단의 지도는 한양대 연극영화과 교수를 지낸 신일수(72)교수가 맡고 있다.
신 교수는 “타고난 재능도 중요하다. 그러나 교육으로 될 수 있다는 것을 이분들을 통해 절실하게 깨달았다. 물론 시간은 더 걸리지만 반복적인 연습을 통해 이룰 수 있다. 다행스럽게도 남 앞에서 얘기도 못했던 분들이 이제는 무대에서 연기를 할 만큼 발전했다”고 말한다.
대사를 외우기 위해 화장실은 물론 집안 곳곳에 쪽지를 붙여놓고 외운다는 단원도 있고 ‘연습만이 살길’이라는 구호를 붙여 놓는 단원도 있다. 그만큼 연극에 대한 단원들의 열의는 뜨겁다.
‘날 좀 보소’의 단장인 이청자(77)씨는 “남의 인생을 살아보기 때문에 인생의 폭도 넓어지고 연극하는 과정에서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다. 그동안 살아왔던 내 경험이 밑바탕이 되기 때문에 배역을 소화할 때 많은 도움을 받는다”고 말한다.
가족들이 처음에는 ‘과연 할 수 있을까?’ 의아해하다 지금은 적극적으로 응원해준다는 최용태(65)씨는 “대사를 외우다보면 치매예방도 될 수 있고 나는 저렇게 살면 안 되겠구나 또는 저렇게 살아야겠구나 하면서 극중 인물에게 배울 점이 많다”고 이야기 한다.
연극은 삶의 활력소
‘날 좀 보소’극단의 단원들은 각자 사회에서 쟁쟁한 일을 하다 은퇴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제는 연극을 통해 삶의 활력소를 찾고 있다. 임주연(66)씨의 말이다.
“만남 자체가 즐겁다. 부족하고 어색한 부분이 있지만 그것 자체가 아마추어 연극으로서의 재미라고 생각한다.” 극중에서 심봉사 역할을 맡은 이필한(66)씨는 연극을 통해 특별한 경험을 했다고 한다.
“내가 슬픈 연기를 했는데 관객들이 그것을 보고 잠깐 슬펐다는 얘기를 들었다. 내 감정이 전달되는구나 싶어 즐거웠다. 행동 하나, 말 하나에도 수 십 가지 표현이 있는데 그런 것들을 찾는 재미가 있다. 연극을 통해 ‘하면 된다’는 생각을 가지게 되었다.”
12월 공연은 신규반과 기존반으로 나누어 무대에 올린다. 신규반은 올해 처음 공연을 하는 팀으로 12월8일 개인독백과 단막극으로 1회 공연할 예정이다. 12월9일부터 10일까지 기존반의 ‘달아 달아 밝은 달아’공연은 2회 공연이 있다.
신 교수는 말한다. “연극은 소통이다. 내가 극중의 그 사람이 되어본다는 점은 물론이고 관객과도 소통할 수 있다. 재능도 중요하지만 시니어들은 경륜이 쌓여있어 훈련 되어질 수 있다. 그들과 함께 전국의 구민회관을 돌며 시니어들의 연극을 전국 방방곳곳에 올리는 꿈을 꾸고 있다.”
연습은 아침부터 시작해 점심시간을 넘겨서야 끝이 났다. 머리는 세월의 선물로 은빛으로 물들었지만 나이를 잊은 열정과 노력은 노년의 시간을 황금빛으로 바꾸고 있었다.
오현희 리포터 oioi33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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