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살아가는데 있어서 누구나 우울한 기분을 느낀다. 시기와 정도가 다를 뿐이지 자신의 우울한 감정이 어떤 상태인지 대부분 알고 있다. 그런데 우울증 환자는 자신의 우울상태가 얼마나 심각한지 잘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우울하다고 해서 모두 다 우울증의 진단을 내릴 수는 없는 것이고 또 무조건 우울증에 대한 치료를 해야 하는 것도 아니다.
부모나 형제의 죽음과 같은 애도반응은 정상적으로 따라오는 우울이기 때문에 정도가 아주 심각한 경우가 아니면 치료하지 않아도 시간이 지나면서 해결된다. 따라서 정신과적 치료대상은 우울증상으로 인해 일상생활에 지장을 주고 자신의 역할을 잘 하지 못할 경우가 해당되는데, 이럴 경우 그대로 방치하면 생명을 위협하는 자살의 위험까지도 올 수 있어 우울증이 의학적으로 주목을 받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우울증은 치료를 잘 받으면 곧 일상생활을 잘 할 수 있고, 살아가면서 각종 스트레스에 노출되어 우울증상이 나타난다 하더라도 치료에 대한 반응이 좋아서 우울증을 마음의 감기라 한다.
우울증의 기본증상은 먹고, 자고, 살아나가는 생활패턴에서 그 맛을 잃어버리는 것이다. 즉 수면의 문제가 오거나, 식욕부진, 의욕상실, 흥미상실 등이 주된 증상이고, 심해지면 몸을 가누지 못할 정도로 정신운동 기능이 떨어지고 마지막에는 식물인간 같이 된다. 여성이 남성보다 2배 이상 더 많은데, 여성은 남성에 비해 스트레스 대처 능력이 더 취약하고 여성은 성장과정 중 초경, 임신, 산후 및 페경이라는 여성만의 과정이 있는데 모두 여성 호르몬인 에스트로겐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중년기에 접어들면 에스트로겐이란 여성 호르몬의 분비가 감소되는데, 약 75%의 여성이 신체적, 정신적 변화를 겪게 된다. 소위 갱년기 전구증상이 오거나 실제 나타나기도 한다. 이 가운데 정신적 변화 중 우울증은 뇌의 신경전달물질의 불균형으로 인해 나타난다. 그러나 모든 중년 여성이 우울증이 오는 것은 아니다. 유전적 소인이 있거나 아동기 시절의 안 좋았던 경험이나 사건 등이 잠재되어 있다가 중년이 되면서 스트레스를 주는 생활사건에 부딪쳤을 때 우울증이 생기기도 한다. 또는 다른 신체적 변화로 인해 면역이 약해졌을 때 신체내부 시스템들의 상호작용이 깨져 우울증이 오기도 한다.
중년여성의 우울증상은 대부분 홧병, 신체증상, 가성치매 등의 형태로 나타난다. 중년기 초반의 여성은 아직까지 갱년기에 들어서지는 않았으나, 자녀교육이나 가사일의 부담이 많은 시기이다. 전구증상으로 심리적 불안이나 신경질, 짜증 등으로 나타나다가 심해지면 무력감, 의욕상실, 흥미상실, 불면증 등이 생기는 경우가 많다. 중년기 중반은 실제 갱년기에 접어든 시기이므로 신체적 증상이 많다. 홧병 형태로 나타나고, 몸이 여기저기 아프고 당뇨나 고혈압, 심장병 등이 동반되는 경우가 많다. 질의 위축으로 성생활의 장애가 와서 일시적인 의부증 등의 정신적 증상도 올 수 있다. 중년기 후반은 이미 폐경되었거나 끝나가는 시기로 전형적인 갱년기 증상은 사라지고 대신 인생에 대한 허무감, 죽음에 대한 두려움 등을 내포하는 초조성 우울증의 형태로 나타나고, 뇌신경세포의 소실로 인한 기억력 감퇴 등 가성치매가 나타난다.
중년기 이후 우울증상은 △사소한 일에도 신경이 쓰이고 △걱정거리가 많거나 쉽게 피로해지고 △만사가 귀찮고 △ 재미있는 일이 없고 △모든 일이 비관적으로 생각되고 △자신의 처지가 초라하게 느껴지며 △불면증이 있고 △ 입맛이 바뀌고 △체중이 변하며 △쉽게 짜증이 나고 △집중력이 현저하게 떨어진다. 그 외 자꾸 죽고 싶은 생각이 들거나 두통이나 소화기 장애 등 만성통증이 계속된다.
우울증은 몸과 마음 모두에 변화를 초래하는 당뇨병이나 고혈압과 같은 하나의 내인성 질환이기 때문에 반드시 치료해야 한다. 하지만 예방이 무엇보다 중요하므로 예방을 위한 방법 8가지를 숙지하고 꼭 실천해보도록 하자.
>>>우울증 예방을 위한 8가지 실천방법
1. 자신에게 맞는 목표를 세우고 과도한 책임감에서 벗어나자.
2. 자신에게 너무 많은 것을 기대하지 말자.
3. 즐겁고 재미있는 일들을 많이 하자.
4. 다른 사람들과 자주 어울리자.
5. 종교활동, 사회활동 등 남을 위하는 일들을 많이 하자.
6. 생활주변에서 발생한 불쾌한 경험을 가슴속에 묻어두지 말고 말로 표현하자.
7. 반드시 걷기 등 몸에 맞는 운동을 하자.
8. 규칙적인 식사습관, 6-8시간 정도의 좋은 수면습관을 유지한다.
연규월
서울특별시 서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 이화여자대학교의과대학 교수
Copyright ⓒThe Naeil News. All rights reserved.
위 기사의 법적인 책임과 권한은 내일엘엠씨에 있습니다.
<저작권자 ©내일엘엠씨,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