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6학년인 A군은 주말이 되면 친구들과 어울려 중앙동에 자주 나간다. 디팡(디스코 팡팡)이라는 놀이기구를 머리가 아플 때까지 무제한으로 타고 떡볶이나 치킨도 무한리필 가게에서 맘껏 먹는다. A군은 “만원 정도만 있으면 맘껏 먹고 놀 수 있어요. 친구 따라 저렴하기로 소문난 PC방에 가죠. 한 시간에 300원인 이벤트가 있을 땐 사람이 너무 많아 빈 자리를 검색하며 기다려요”라고 말했다.
초등학생부터 중·고등학생들이 중앙동을 찾는 이유를 알아보기 위해 리포터는 중앙동 이곳저곳을 기웃거렸다.
중앙동에 나오는 학생들은 연령층이 다양했다. 학생들이 많은 이유는 이들의 구미에 맞는 식당과 노래방 그리고 PC방 등 다양한 상점들도 많기 때문이었다. 학생들은 상점들마다 진행되는 할인 행사와 ‘무한 리필’ 되는 곳을 SNS를 통해 공유하고 있었다.
안산시청 통계로는 고잔1동을 중심으로 고잔2동과 호수동에는 노래방은 110여개, PC은 50여개가 운영되고 있다. 그 중 반 이상이 중앙동에 위치하고 있는데 규모도 대부분 큰 편이이다.
청소년들 갈 곳이 마땅하지 않다
최수아(가명· 원곡고3) 학생은 “친구들이 만나면 갈 곳이 없다. 공원주변은 만날 장소와 먹을 것이 마땅치 않다”며 “청소년 수련관에서 동아리 토론회를 했는데 갈 곳이 없어 중앙동으로 뒤풀이를 하러 나온 적도 있다”고 말했다.
쉽게 배고픈 청소년들은 우선 맘껏 먹을 수 있는 곳을 좋아한다. 중앙동의 떡볶이 뷔페나 고기 뷔페, 샐러드 무한리필은 저렴하면서도 맛있으니 소문이 날 수 밖에 없었다.
게다가 노래방은 한시간당 7000원~1만원이고 추가시간을 한시간 정도 더 주니 함께 놀기에 딱 좋다는 것이다.
최 양은 “먹 거리, 놀 거리, 멋 부리기에 이 곳 만큼 좋은 것은 찾기 어렵다. 더구나 영화관이 가깝고 대중교통이 편리하니 학 생들이 몰리는 것은 당연하다”며 “청소년들이 갈만한 도서관이나 청소년 교육기관 대부분이 대중교통이 불편하고, 근처에 놀고먹을 수 있는 장소가 거의 없다”고 덧붙였다.
중앙동 당구장에서 만난 한 남학생은 “손을 뻗으면 다 있는 곳이 중앙동이다. 영화관 옆으로 당구장이 있어 시간 맞추기에 좋다”며 “어른들이 별로 없어 편하게 놀 수 있다. 한달에 3~4번 오고 그때마다 3만원~5만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넓은 당구장에는 고등학생으로 보이는 학생들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었다.
동네엔 없는 저렴하고 다양한 매장
청소년 단골이 많다는 수입과자점을 찾았다. 이곳은 종류가 다양하고 게다가 맛이 좋은데 일반 대형할인점보다 과자값이 싸다. 이곳의 운영하는 주부 김 씨는 학생들이 많아 장사는 잘되는 편이라고 했다. 지난 4월 장사를 시작하고 많이 놀랐다며 놀란 이유를 설명했다. “자식을 키우는 부모입장에서 볼때 학생들이 하나같이 노래방과 PC방으로만 몰리는 것이 안타깝다. 수원이나 인천에서 오는 학생들도 있다. 그리고 예의를 지키는 학생들이 많지만 일부 학생들은 과자가게인 이곳에서도 스킨쉽이 너무 진해 민망하다.”
학생들이 자주 찾는다는 대형문구점도 학생들이 붐볐다. 공책을 고르던 한 중학생은 “눈요기 할 것이 많고, 맘껏 만져보고 올해 유행하는 캐릭터도 한눈에 알 수 있기 때문에 친구들과 자주 온다”고 했다. 이곳에서 일하는 직원은 “주말이면 많은 학생들이 많이 몰린다. 불미스럽게 물건을 없어지는 경우도 많다”고 불만을 토로하기도 했다. 옆에 있는 화장품가게 역시 화장품을 발라보고, 향수를 뿌려보는 등 학생손님으로 북적댔다.
스트레스 확 풀고 재충전-서로의 문화와 구분
작년에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중앙동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한 청년은 중앙동 문화가 학생들에게 나쁜 것만은 아니라고 말했다. “학생들이 스트레스 풀고 다시 재충전해서 일상으로 돌아간다. 아쉬운 것이 있다면 다양한 문화를 만나지 못하는 것이라고 한다. 남학생들도 운동하는 공간이 있다면 더 건강하지 않겠는가?”
국제비즈니스고에 다니는 한 여학생은 학생들이 중앙동에 머무는 시간을 지적했다. “친구들과 함께 재미있는 시간을 보낸 대부분의 아이들은 9시쯤이면 집으로 가는 편이다. 어른들이 많은 곳이라 서로의 문화와 구분하고 알아서 잘 피한다. 사실 노래방도 학생들은 10시까지만 출입이 가능하다. 10시가 넘도록 중앙동에 있는 학생들은 확실히 단속이 필요하다.”
‘수험표 할인’과 학생특별 이벤트- 어른들의 관심이 필수
수능이 끝난 날, 리포터는 안산 중앙동 번화가를 다시 찾았다. 갑작스런 추위에도 불구하고 수험생들이 중앙동으로 많이 몰렸다. 일부 학생들은 부모와 나왔지만 대부분은 친구들끼리 어울려 다녔다. 수능시험을 마치고 친구와 중앙동을 찾은 한 여학생은 “‘수험표 할인’을 진행하는 화장품 가게와 미장원이 많아 앞으로 더 학생들이 몰릴 것이다. 수험생 할인 이벤트로 ‘원 플러스 원’으로 진행되는 영화관도 학생들에겐 딱이다”라고 말했다.
때마침 청소년들의 일탈행위를 방지하기 위해 경찰관들도 중앙동 번화가 일대에 청소년 선도 캠페인을 실시하고 있었다. 가게들마다 찾아가 청소년 불법 행위 등에 대하여 설명했다. 전단지를 배부하던 경찰관은 “상도덕이 절실히 요구되는 지역이다. 청소년들의 문화와 성인들의 문화가 공존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처벌보다는 예방, 그리고 어른들의 관심이다”라고 말했다.
박향신 리포터 hyang308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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