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신문이 만난 사람 : 효형출판 송영만 대표

파주출판도시, 융복합문화도시 되길 꿈꿔요

지역내일 2014-11-24




“최근에 화목난로 두 개를 사서 사무실에 하나, 북 카페에 하나 들여놓았는데, 불 지필 수 있는 사람이 있어야죠. 오늘 이것들 불 지피느라 정신이 없었어요.”
파주출판도시, 효형출판의 북카페 ‘눈’에서 만난 효형출판 송영만 대표(62)의 첫 마디다. “직원 시키시지 왜 손수 하시느냐”는 물음에 그는 이내 가볍게 손사래를 치며 웃어넘긴다.
효형출판을 이끄는 수장이자 출판도시 입주기업협의회의 회장이기도 한 송영만 대표는 이렇게 화목난로에 불을 지피듯 자신을 둘러싼 일과 환경에서 꾸준히 변화를 이끌어온 인물이다. 삭막함에 온기를, 딱딱함에 부드러움을, 무료함에 재미를.
추위가 빨리 찾아오는 파주출판도시, 그 속에서 월동준비에 한창인 송영만 대표를 만났다.
김수정 리포터 whonice@naver.com



지난 4월 북 카페가 정식으로 허용돼 활력이 더해진 파주출판도시. 사진은 효형출판 북 카페 ‘눈’



효형출판 송영만 대표는 지난 4월 파주출판도시의 북 카페 허용을 이끌어낸 주역이다. 출판도시 입주기업협의회의 회장직을 맡고 있는 그는 출판도시 내 300여개 회원사가 속한 협의회를 이끌며 파주출판도시 내 북 카페 허용이라는 쾌거의 중심에 서 있었다.
그는 또한 ‘인문의 예술화, 예술의 교양화’라는 기치 아래 상아탑에만 머물던 딱딱한 인문교양서적에 풍부한 도판과 감각적인 편집, 흥미로운 해설을 적용, 인문교양서적 편집의 패러다임을 바꾸는데 일조했다는 평을 받기도 했다. 이들 책 중에는 십수 년이 넘도록 스테디셀러의 자리를 지키는 것들이 많다.  


Q. 파주출판도시에 북 카페가 허용된 지 몇 개월이 흘렀는데요. 요새 출판도시 분위기는 어떤가요?
A. 활력이 많아졌죠. 정부차원에서도 국가산업단지를 개선해 문화, 예술을 입히는 작업을 끊임없이 하는 분위기이니까요. 파주출판도시가 시범케이스가 될 수 있죠. 국가산업단지에 서비스공간이 허용된 것은 대단한 진전이에요. 그간에 북 카페 30여 개가 신설됐어요. 



Q. 북 카페 운영에 있어서 몇몇 제약이 따르는 것에 대해선 아쉬움이 있으시겠어요. 
A. 현재 북 카페에서는 대중음식은 판매해선 안 되고 비알콜음료만 판매할 수 있어요. 또 자사 출판사 건물에서 자사의 출판물만을 전시해야한다는 제약이 있죠. 조금 더 판매할 수 있는 품종을 다양화해 허용할 필요는 있다고 봐요. 출판도시 일부구간에서만 근린생활시설로서 여러 가지 식음료를 판매할 수 있는데 그것만으로는 부족하거든요. 또 타사의 발행 도서도 진열할 수 있다면 다양성을 더 확보할 수 있겠죠.


Q. 파주출판도시는 세계 유일의 책 도시로서 가치가 있는 자원인데요. 이 자원을 좀 더 활성화하고 업그레이드하자는 목소리가 있습니다.
A. 파주출판도시는 지구상에서 유일한 ‘북 시티’예요. 이런 컨텐츠는 세계에서 그 유래를 찾아볼 수 없어요. 파주출판도시를 건축학도들이 건축물을 보기위해 찾아오는 곳 정도로 그치게 해선 안돼요. 출판은 물론 박물관, 미술관, 영화관, 카페, 체험학습장 등 모든 문화, 예술이 망라된 융복합문화도시로 활성화해가길 바라는 마음이 크죠. 일반시민은 물론 관광객과 학생들이 찾아와 책도 보고 관광도 하고 즐길 수 있는 도시로 변모시켜야 해요.


Q. 그렇게 되기 위해선 선행돼야 할 과제들이 많을 것 같은데요.
A. 출판도시가 문화관광특구로 지정되면 정부나 지자체의 지원이 활발해지고 많은 제약조건이 풀려 융복합문화도시로 변모하기 좋은 여건이 될 수 있어요. 외국관광객들이 홍대 앞에서 쇼핑을 즐기는 것도 좋지만 출판도시에서 책도 사고 공연도 보고 건축물도 보며 관광을 할 수 있는 것이거든요. 인천공항에서 이곳까지 거리도 가까워요.


Q. 요새 출판도시 내 다른 출판사들도 그러하지만 효형출판 안에서도 인문학콘서트, 책방영화관, 진로체험 등 일반인들을 위한 프로그램들이 다양하게 운영되고 있더군요.
A. 각사 건물들에 출판사만 있으면 재미없잖아요. 파주출판도시의 융복합문화도시로의 변모를 위해 하는 작은 시도들이죠. 


Q. 책방거리 위원장도 역임하셨죠. 출판도시 내 회동길, 광인사길 등 삭막했던 책방 뒷길이 걷고 싶은 길로 조성돼 인상적입니다. 
A. 지금 한길사 등이 위치한 광인사길을 보시면 덕수궁 돌담길처럼 운치 있게 조성돼 있죠. 하지만 예전에는 자동차만 주차돼 있던 삭막한 분위기의 길이었어요. 이곳을 일방통행 길로 만들고 길을 굴곡지게 조성해 곳곳에 나무를 심고 벤치를 놓았더니 분위기가 달라졌습니다.
또 지난해에는 회동길에 사람들에게 딱딱해 보일 수 있는 빨간 주차금지판 대신 재생나무로 된 의자 조형물을 놓았더니 분위기는 좋아지고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주차를 하지 않게 됐어요.


Q. 이야기를 돌려서요. 대표님이 이끄시는 효형출판에서는 주로 오랜 기간 독자들에게 사랑받는 양질의 인문교양서적들을 만들어왔는데요. 요새 스마트폰 등 빠른 문화에 익숙해진 젊은이들이 인문교양서를 찾지 않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러한 분위기에 대해 우려하는 마음은 없으신지요?
A. 인간 자체는 복원력이 있다고 봐요. 아날로그적 심성을 찾는 것 말이죠. 또 인문교양서만 본다고 교양이 올라가는 것은 아니에요. 물론 요새 전반적인 분위기가 스마트폰이나 SNS 등 한쪽에 매몰돼 있는 것은 분명하지만, 이는 문명사의 거대한 패러다임 속, 하나의 현상으로 이 또한 변화가 올 것이 분명하거든요. 책을 읽을 수 있는 심성이나 인간성 회복에 대한 복원력을 믿기 때문에 최근의 분위기에 크게 우려하지 않아요. 


Q. 앞으로의 소망이나 바람이 있으시다면 무엇인가요?
먼저 베스트셀러보다는 독자들에게 오래도록 사랑받는 좋은 책을 만드는 것이 제1의 철칙이자 소망이고요. 그 다음으로는 파주출판도시를 융복합문화공간으로 활성화하는 것, 그래서 세계 유일의 멋진 명소로 만드는 것이 소망이죠. 또 요즘 출판계가 어렵다고 하는데 이곳 입주사들이 경영상의 회복을 통해 예전의 좋은 시절을 되찾았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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