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과 함께 하는 초겨울 제주도 여행
“하늘, 바다, 바람 … 제 빛깔을 다 하는 것들이 주는 평안함”
푸른빛을 배경으로 뛰어 노는 아이들, 자연이 주는 축복의 시간
바다와 맞닿은 제주의 하늘.
줄곧 바쁘게 1년을 달려온 남편, 그래도 11월 즈음이 가장 한가한 시간이다. 좀 더 긴 시간을 낼 수 있다면 따듯한 나라로 갔겠지만 3일밖에 시간을 낼 수 없는 형편이라 찬바람 많이 불 것 같은 제주도로 여행지를 결정했다. 다행히 뼛속까지 에이는 추위는 아니어서 옷가지를 따듯하게 챙겨 11월 제주의 바람을 맞으러 네 식구가 비행기를 탔다.
박수경 리포터 supark201@naver.com
쫄깃하게 말라가는 옥돔.
동문시장&서귀포시장
동문시장은 제주공항에서 10여분 정도의 거리에 있다. 공항판매점보다 초콜릿이 싸다고 해서 들렀는데 황금향과 옥돔 천지다. 초콜릿 6박스에 1만원, 황금향 5kg에 2만5000원, 적당히 쫄깃하게 말린 옥돔 1마리는 7000원에 구입할 수 있다. 순대국밥집과 오메기떡집이 유명한데 배가 고프지 않아서 순대국밥 보다는 오메기떡을 좀 샀다. 진아떡집이라는 동문시장의 오메기떡집은 오메기떡만을 파는 듯하다. 오메기떡 3000원 어치를 사서 다음 여행지로 발걸음을 옮겼다.
며칠 있다 들른 서귀포시장은 동문시장과는 또 다른 분위기의 시장이었다. 제주 남단에 위치한 서귀포시장은 개량이 많이 된 재래시장이다. 시장 전체가 차양을 해서 시장을 찾는 소비자의 편의를 도왔다. 또 동문시장보다는 먹거리의 종류가 많은 편이어서 구미가 당겼다. 특히 회를 파는 가게들이 많았는데 요즘 제철인 싱싱한 방어회를 1kg에 1만5000원~2만원이면 살 수 있다. 말만 잘하면 줄돔, 꽃돔 등도 싸게 얹어 구입할 수 있다.
동문시장 오메기떡.
월정리 해변
동문시장에서 20여분을 달리면 에메랄드빛 바다색이 펼쳐진 월정리 해변에 닿는다. 제주에 도착해서부터 줄곧 시야에 가득 들어오는 푸른 하늘이 선물처럼 특별했는데 월정리 해변은 바다와 맞닿아 그 푸름이 극치에 이른다. 여름이었으면 더 좋았겠다 싶지만 초겨울 운치도 나쁘진 않다. 바다는 바다대로 하늘은 하늘대로 해변을 뛰어 다니는 아이들은 아이들대로 충만하다. 제 빛을 다하는 자연스러움, 행복은 이런 것이 아닐까 잠시 사념에 젖었다.
바다와 아이들.
섭지코지
섭지코지는 신양해수욕장으로부터 바다 쪽으로 뻗어나간 2km 정도의 돌출된 지형을 가리킨다. 언덕과 해안, 바다, 하늘, 돌 등의 어울림이 아름답고 해안 산책길이 있어 조용히 걸으며 한때를 보낼 수 있다.
드라마 촬영장소로도 빈번하게 등장해 어디선가 본 듯한 익숙함이 있는데 영화 <단적비연수>, 드라마 <올인>등에 등장한 명소이기도 하다. 프레임 안의 세계가 눈앞에 있다는 것도 흥미롭지만 영상 안에 담을 수 없었던 것이 더 많았다는 것을 알게 되는 것도 놀랍다. 바람을 맞으며 걷다보면 자신만의 프레임 속에 오감으로 기억하는 추억이 만들어진다. 한 발자국도 예사롭지 않다.
영실코스 눈덮힌 기암절벽.
한라산 영실코스
한라산 등반코스는 7개의 코스가 있는데 그중에서 가장 많이 알려진 일반적인 경로는 백록담을 오르기 위한 관음사, 성판악 코스와 백록담을 제외하고 윗세오름까지 오르는 영실, 어리목 코스이다. 짧은 일정을 감안해 기암절벽이 아름답다는 영실코스를 등반했다.
산에 도착하기도 전에 진눈깨비가 뿌려대며 심상치 않은 날씨를 예고한다. 아니나 다를까. 한라산에 도착해 영실매표소에서 매표를 하려고 보니 이곳은 벌써 눈이 쌓여 있다. 지나가는 구름들이 심술궂게 눈을 더한다. 부랴부랴 장갑과 목도리를 구입해 중무장을 하고 힘차게 산행을 시작했다. 산을 오른 지 15분쯤, 층층이 쌓여있는 돌길이 나온다. 계단이라고 하기에는 다소 불규칙한 배열들이다. 또 15분쯤 돌길을 오르고 힘이 부칠 무렵 나무로 된 계단이 우측의 풍광과 함께 펼쳐진다. 동네 뒷산에서는 볼 수 없는 웅장함과 깊이가 기암절벽 바위와 깊은 계곡을 통해 느껴진다. 각양각색의 바위를 설명하는 오백형제 이야기 이정표 글을 읽으며 어느 것 하나 허투루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곱씹어 본다. 아이의 운동화가 젖어 윗세오름까지 가는 것은 포기하고 아쉽지만 기암절벽의 설경을 눈에 담아오는 것으로 만족했다. 구름이 지나가는 겨울 산, 하늘이 허락한 풍경을 만끽하며 하산했다.
한라산 영실코스 가는 길.
제주도 감귤체험박물관
아직 어린 아이들을 위해 감귤체험박물관을 찾았다. 제주도 감귤 따기는 사설업체가 워낙 잘 알려져서 박물관이 오히려 한가하다. 박물관을 들어가기 전 일인당 6000원하는 감귤 따기 체험학습을 선택하면 박물관 견학은 무료로 할 수 있다. 감귤 따기를 선택하지 않는다면 어른 1500원, 청소년 1000원, 어린이 800원의 입장료가 든다.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관람 가능하고 마지막 입장은 5시 30분까지 가능하다. 천천히 관람하면 약 1시간 가량 시간이 소요된다. 감귤의 종류나 역사를 살펴볼 수 있고 감귤이나 제주도를 배경으로 즉석카메라도 연출해 찍을 수 있다.
감귤따기 체험장.
우도
소가 누워 있는 모습이어서 우도라고 한다는 섬. ‘그리운 바다 성산포’의 시인 이생진을 떠올리며 성산항에서 배를 탔다. 10여분 항해 후 우도에 내려 우도 관광을 위한 개인관광버스에 승차한다. 4개의 코스로 운영하는 관광버스는 한 코스당 30분 단위로 버스가 들어오고 나가는데 매 코스마다 손님들이 다 내리는 것이 아니어서 기다리다 곤욕을 치를 수 있다.
될 수 있으면 여유 있게 섬을 둘러볼 수 있도록 차를 가지고 가는 것이 좋을 듯하다. 우도봉을 올라가는 언덕에서 말타기 체험을 할 수 있고 작고 고소한 우도 땅콩을 구매할 수 있다. 땅콩 맛은 일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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