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시 장애인부모회 김동석 이사
대전지역 장애아동은 3342명, 그 중 뇌병변과 같은 중증장애를 앓고 있는 아동은 570여명에 달한다. 뇌병변은 뇌성마비나 외상성 뇌손상 등과 같은 뇌의 기질적인 병변으로 인해 신체적 장애가 발생하는 것이다. 주로 팔과 다리의 기능이 떨어져 앉거나 서기, 걷기가 불편하여 일상생활에 많은 지장을 초래한다. 하지만 현재 상당수의 대전 장애아동들이 적절한 의료서비스를 받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대전지역의 장애아 재활 치료시설이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뇌병변 1급 장애아인 건우(7살)의 아빠이자 대전시 장애인부모회 이사인 김동석씨는 지난해 말 ‘토닥토닥’이라는 장애아 가족 카페를 개설, 현재 40여명의 회원들과 함께 대전 어린이재활병원 설립의 필요성에 대해 목소리를 내고 있다. 그가 체감하는 대전시 장애아 의료시설에 대한 현주소와 장애아 가족들이 겪고 있는 이중고에 대해 들어봤다.
기적의 어린이재활병원설립을 위한 마라톤 대회
의료 사각지대에 놓인 장애아동들
뇌병변 1급인 건우는 2살 때 교통사고로 장애를 얻게 된 후천적 중증장애아이다. 건우는 몸을 움직일 수도 없고 음식을 제대로 먹을 수도 없으며, 말하는 것조차 쉽지 않다. 다른 이의 도움 없이는 살아가는 것이 불가능한 상태로 면역력이 약해 일주일만 치료시기를 놓쳐도 척추와 골반이 틀어진다. 건우에게 있어서 재활치료는 생명과 신체유지를 위한 최소한의 방편이다.
대전지역에는 건우와 같은 뇌병변을 앓고 있는 아이들이 570여명이 넘지만 이들을 수용할 병상은 20개도 채 되지 않는다. 따라서 이들은 치료를 받기 위해 전국을 떠돌아다니며 원정 치료에 나서고 있는 실정이다.
대전시 장애아부모회 김동석 이사는 중증장애아동들이 안정적으로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대전지역에 소아 낮병동 재활센터가 확대 개설되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낮병동은 입원치료와 외래치료의 장점을 통합한 형태로 아침에 입원하여 오후에 집에 돌아가는 효율적인 입원방식이다. 치료비도 입원치료에 비해 1/5 정도 저렴하기 때문에 환자와 보호자 모두에게 도움을 주는 시스템이다. 하지만 현재 대전지역 내에 운영되는 소아 낮병원은 단 두 곳(보람병원, 건양대병원)에 불과하며, 수용인원도 25명으로 턱없이 부족한 현실이다. 지자체에서도 낮병원에 대한 지원 방안을 약속하고 있지만 수익성을 이유로 번번이 미뤄지고 있는 실정이다.
그가 지적하는 또 하나의 문제점은 바로 병원 내 특수학교 신설이다. 김 이사의 아들 건우는 내년이면 초등학교에 다녀야 한다. 하지만 재활 치료로 인해 학교에 갈 수 없는 형편이다. 건우와 같은 중증장애아들은 현재 치료와 교육에서 모든 것이 방치 상태이다. 치료를 받으면서 교육을 병행할 수 있는 병원 내 학교 마련이 시급한 이유다.
김 이사는 “장애아동과 가족들은 이중적인 소외를 느끼고 있다. 장애인 중에서도 장애아는 복지지원에 있어서도 우선순위에서 밀려나고 있다. 가까운 일본의 예를 보더라도 장애아재활전문병원이 200여개에 이른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장애아재활전문병원이 전국에 단 한곳도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 그 사실을 입증한다”고 안타까워했다.
건우와 다른 장애아동들과 함께 장태산에 오르는 김동석씨
나눔에는 크고 작음이 없다
대전지역 장애아동들이 전문적으로 치료를 받으면서 교육을 병행할 수 있는 ‘기적의 대전어린이재활병원’ 건립을 위해 ‘토닥토닥’ 장애아가족 회원들이 뭉쳤다. 지난 5월 25일 김 이사와 아들 건우, 토닥토닥 장애아가족 회원들과 일반 시민들이 참여해 엑스포 남문광장 갑천변에서 ‘심장이 달린다’라는 타이틀을 등에 달고 함께 5Km를 완주했다. 시민들에게 어린이재활병원의 필요성을 알리고 설립기금 모금을 위해 마련된 이 행사에서 500여만 원의 기금이 모아졌다. 병원 설립에는 턱없이 부족한 금액이지만 시민들의 공감을 이끌었다는 점에서 의의가 큰 행사였다.
김 이사는 “기적을 바라는 마음으로 앞으로도 시민들과 함께 할 수 있는 마라톤 대회를 계속해서 진행할 것이다. 장애아 가족과 시민들이 어린이재활병원의 설립을 위해 공감해가는 것이 우리 장애인가족들의 희망이다”면서 “장애는 선택이 아니다. 누구나 일어날 수 있는 일이며 남의 문제가 아니다. 나 자신과 이웃을 위해 꾸준한 관심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6월 28일, 건우와 다른 중증장애아동들과 함께 휠체어를 끌고 처음 장태산을 올랐다는 김 이사는 감회가 남달랐다. 김 이사의 아들 건우는 항상 아래에서 위를 바라볼 수밖에 없는 중증장애아동이다. 하지만 이날만큼은 처음으로 산 정상에 올라 여느 아이처럼 세상을 내려다 볼 수 있었다. 심한 경사구간이 있는 산은 아니지만 지금껏 산에 오를 수 없었던 건우가 드디어 아빠와 함께 같은 곳을 보며 세상을 향해 ‘야호’를 외쳤다. 건우의 외침이 희망찬 메아리가 되어 다시 돌아오길 기원해 본다.
홍기숙 리포터 hongkisook66@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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