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 주관 - ‘숲으로 떠나는 행복열차’

“내가 무엇이 될 수 있나 … 꿈을 갖고 싶다”

“1박2일 꿀 같은 여행 … 학교생활 지친 친구들에게 권하고 싶다”

지역내일 2014-07-16



교육부가 주관한 ‘숲으로 떠나는 행복열차’가 1박2일 일정(8~9일)으로 대전지역 중학교 남학생 50명을 싣고 경북 청도 운문산 자연휴양림으로 향했다. 세월호 참사 이후 공식적인 첫 야외체험학습이다.
열차가 출발하자 전문산악인 이상은(43)씨가 특강에 앞서 안전교육을 실시했다. 이어 이 씨는 ‘등산가도 직업이 될 수 있다’는 주제로 ‘꿈 찾기’ 열차특강을 진행했다. 아이들은 등산하는 게 무슨 직업이냐며 시큰둥했다.
이 씨는 “좋아하는 것을 열심히 하다 보니 꿈을 이루게 됐고, 자연스럽게 많은 직업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이 씨가 2003년 히말라야 니레카 6159m 세계최초 등정, 2004년 중미최고봉 등정, 아프리카 킬리만자로 5895 등정, 터키 최고봉 아라라트 한국인 최초 등정, 북미 시에라산맥 존무어트레일 358㎞ 완주, 안데스산맥, 파타고니아 등등 세계의 이름난 산을 등반한 과정을 설명했다.
아이들은 “저렇게 연약한 여자 몸으로 …” ‘설마’하는 반응을 보였다.


“꿈은 나만 포기하지 않으면, 내 것이 된다”
이 씨는 “대둔산 암벽 등반을 할 때 무서워서 놓지 못하고 망설였는데 선배의 권유로 두 손을 놓고 돌아보니 눈앞에 펼쳐진 세상은 짜릿한 ‘자유’를 느끼게 해주었다”며 산을 좋아하게 된 사연을 고백했다.
직업이 뭐냐는 아이들 질문에 “글쎄? 하도 하는 일이 많아서 나도 잘 모르겠다”며 웃었다.
이 씨는 산 덕분에 많은 직업을 경험했고, 현재도 EBS, KBS, MBC 등 방송출연과 라디오 방송 진행, 대학 강의, 산 관련 잡지 기자 등을 맡아 활동 중이다.
이 씨는 스마트폰이나 인터넷게임 대신 세상에 대해 많은 것을 알려주는 다큐멘터리를 권했다. 
이 씨는 “꿈이 부담되고 잘 모르겠으면, ‘하고 싶은 것’이라도 찾아내 간직했으면 좋겠다”며 “꿈을 포기하지 않고 간직하고 있으면 이룰 수 있다. 나만 포기하지 않으면, 내 것이 된다”며 열차특강을 마쳤다.
강의를 듣고 난 심준보군은 “등산가가 될 생각은 없지만, 지금부터 내가 무엇을 하고 싶은지 무슨 일을 할 것인지, 꿈을 갖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김용택 시인과 ‘글 놀이에 빠지다’

김관우군은 자신이 쓴 시를 큰소리로 읽었다. 김 군이 쓴 시는 12명의 또래 친구들로부터 지지를 받았다. 그러나 아깝게 2등에 그쳤다. 이날 장원은 ‘틈’이라는 시를 써 19표를 받은 대전중학교 서훈석군이 차지했다.
“내가 시를 쓰다니! 이거 시 맞아요?”
“이게 시라고요? 신기하기도 하고 재밌기도 하고 … 얼떨떨하네요” 

    ‘이 캠프도 공짜
 기차 버스도 공짜
 닭백숙도 공짜
 대답 잘하니
 꽁돈까지 주네’
 제목 : 공짜 (대전대성중 2학년 김관우)

‘김용택 시인과 글 놀이에 빠지다’라는 주제로 진행된 숲 속 글쓰기 프로그램은 아이들의 글쓰기 공포를 깨는데 충분했다.
김 시인은 ‘자연이 말해주는 것을 받아쓰다’라는 주제로 특강을 했다. 강의가 시작되자마자 아이들은 친구와 장난을 치거나 책상 위에 엎드려 잠을 청했다.
‘산속에까지 와서 수업을 받아야 하느냐’는 원망 섞인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아이들은 시간이 지날수록 시인의 목소리에 빠져들었다. 뒷자리에 앉았던 아이들이 비어있던 앞줄로 자리를 옮기기도 했다.
김 시인은 “어릴 때 무학(無學)인 어머니가 들려주신 이야기, 동네 큰 느티나무에서 일어나는 이웃의 이야기를 썼더니 시가 되고 책이 됐다”며 “시나 수필을 정해놓고 쓰려하지 말고 내 생각을 그냥 글로 종이에 쓰면 된다”고 설명했다.
나무를 자세히 들여다보아야 자연의 소리를 들을 수 있고, 글이 된다고 덧붙였다.
김 시인이 “전북 임실에서 가장 유명한 것은?” 아이들이 곧바로 “치~즈요”라고 답하자, 김 시인은 “에라 이눔스키들~ 김용택이지”하며 큰 소리로 웃었다.
소쩍새 사진을 보여주며 무슨 새냐고 묻자, 아이들은 부엉이 독수리 참새 올빼미 등 온갖 새 이름을 대며 깔깔댔다.
김 시인은 소쩍새가 ‘소~텅텅, 소~텅텅’ 울면 흉년이 들고 ‘소꽉 소꽉’ 울면 풍년이 든다고 말했다. 아이들은 이 말을 이해하느라 한참을 시끌벅적하게 토론했다.
김 시인은 대성중학교 심준보군이 쓴 ‘수면제’, ‘공짜’를 쓴 김관우, ‘당신을 숨기고’를 쓴 대전중 이준우군의 시를 꼼꼼하게 읽은 뒤 “써도 너~무 잘 썼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이 군은 “글쓰기 수업이 답답할 거라 생각했는데 정말 기분이 상쾌하고 좋았다”며 “특히 ‘일상의 한 소재로도 시를 쓸 수 있다’는 시인의 말을 듣고 조금 ‘오글거리게’ 썼는데 당선됐다”고 즐거워했다.


숲에 몸을 맡기니 기분 좋아져
아이들은 저녁식사 후 숲속수련관에서 진행하는 ‘요가와 명상’에 참여했다.
명상에 참여한 학생들은 설문조사에서 “나에 대해서 알아야할 중 3이다. 그런데 나는 그동안 학교생활에 쫓기며 나 자신에 대해 생각해본 적이 없었던 것 같다”며 “나에 대한 고민, 생각을 하기 싫어 피했지만, 오늘은 나에 대해 생각할 수 있었다”고 답했다.
태풍 ‘너구리’가 운문산 골짜기에 오락가락 비를 뿌렸다. 아이들은 비에 개의치 않았고, 숲속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숲 교육은 기존 숲 해설사의 설명에서 한 단계 진화한 ‘숲 치유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친구와 ‘관계’의 소중함과 서로의 생각을 이해할 수 있는 코스별 체험을 했다.
미러체험, 소리로 만나기, 천적놀이, 보호색과 경고색 체험을 통해 내가 하는 행동이 상대방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솔방울을 통해 자식과 부모, 친구 등 ‘관계’의 소중함을 느꼈다.
아이들은 솔방울이 비오는 날과 맑은 날의 모양이 다른 이유가 나무 밑에 떨어지지 않게 하려는 엄마소나무의 사랑이라는 것을 알고 신기해했다.
이동환(대전탄방중 3)군은 “숲 속을 한 바퀴 돌고 나니, 내가 장난으로 하는 것도 친구는 괴롭겠다는 것을 알게 됐다”며 “숲에 와서 그런지 기분이 좋아지고 괜히 웃음이 나온다”고 말했다. 이 군은 살며시 친구 손을 잡았다. 


아이들은 돌아오는 길에 청도 ‘스님 짜장’집에 들려 짜장면과 탕수이를 먹었다. 고기를 쓰지 않아 스님짜장으로 알려졌지만 원래 이름은 ‘강남반점’이다. 고기대신 야채와 버섯, 과일 등을 이용한 요리라는 설명에 아이들은 실망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하지만 짜장면 추가가(18인분) 너무 많았다는 주인장 설명에 추가비용을 지불하지 않을 수 없었다. 강남반점은 배달을 하지 않는다. 주말과 쉬는 날은 전국을 돌며 절이나 어려운 이웃에게 짜장면 봉사활동을 한다.
이준우(대전중 3)군은 “1박2일이 짧아 아쉽다. 정말 꿀 같은 여행이었다. 이 여행을 억지로 말고 학교생활과 도심에 지친 친구들에게 꼭 권하고 싶다”고 말했다.
천미아 리포터 eppen-i@hanmail.net


행복열차, 자아존중감 상승


산림청이 실시한 이번 행복열차 설문조사에서 학생들은 자아존중감이 상승하고 대인관계 만족감이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행복열차 프로그램 참여 후 학생들의 만족도를 분석한 결과, 프로그램 진행시 사용된 교재나 교구의 만족도가 가장 높은 것으로 분석되었다. 또한 행복열차 프로그램의 전체 만족도는 최대값(5.0) 중 4.01로 나타나 전반적으로 높게 나타났다.
산림교육 재참여 및 추천의사는 각각 4.13과 4.08을 보여 다시 오고 싶다는 반응을 보였다.
행복열차 프로그램 중 가장 재미있었던 시간은 김용택 시인과 함께한 ‘숲에서 글 놀이에 빠지다’가 차지했고, 다음으로 숲체험, 열차특강을 꼽았다.
산림과학원 하시연 박사는 “마음먹은 바를 능동적으로 전달하고 수용하는 능력인 대인관계 의사소통, 이성적으로 사리를 분별하는 대인관계 이해성의 평균이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전호성 기자 hsjeo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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