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가 청소년기에 접어들면서 대화가 단절되는 가정이 많다. 일터에서 바쁜 아빠와 학업으로 분주한 아이의 대화는 실제로 부족하다. 다 같이 모이는 주말에도 공통의 화제가 없어 서먹서먹한 가족 또한 적지 않다. 양천구 신정동 양목초등학교 운동장에서는 주말마다 아빠와 아이들이 모여 축구를 한다. 아버지와 아들이 함께 축구하는 이들은 바로 ‘아빠와 함께하는 신나는 축구여행(이하 아신축)’이다.
하산수 리포터 ssha71@gmail.com
축구 덕분에 아빠와 아들 함께 건강해져요
양목초등학교 운동장에는 매주 토요일 오후 4시면 축구공을 든 아이들이 하나둘 모여든다. 초등학교 5학년부터 중학교 2학년까지 아이들의 연령대는 다양하다. 아빠들도 운동장에서 함께 땀을 흘린다. 올해로 3년째인 ‘아신축’은 2009년 시작해 지금은 서울시 마을공동체 학부모 커뮤니티로 성장했다. 같은 초등학교에 다녔던 8가족이 ‘아신축’의 주축이 됐다.
아이들의 축구훈련 및 감독을 자임한 천근영씨는 학창시절 축구선수로 활약했던 경험을 살려 아이들을 지도한다. “아이들과 함께 축구를 하면 아빠의 건강이 좋아지고 아이들과의 소통도 좋아져요. 아이들도 마찬가지고요. 서로 몸으로 부딪치니 더 빨리 친해지는 것 같아요. 아이들과 눈높이를 맞추고 같이 어울리니 아이들이 잘 따라줍니다.”
그는 아신축을 이끈 공로로 지난해 서울시에서 수여하는 청소년 지도자부문 서울시민상을 받기도 했다.
아신축에서는 참여하는 학생과 아빠 모두 선수다. 중학생과 초등학생으로 편을 나누고, 아빠들은 초등학생편과 한 팀이 돼 경기를 한다. 오후 4시에 시작하는 경기는 6시까지 계속된다. 한 달에 한 번씩 패널티킥 대회를 열어 작은 선물을 주고 어시스트상, 우정상 등의 시상도 한다. 토요축구 외에 1박2일 캠프, 마라톤대회 참가, 환경봉사활동, 아나바다장터 등 다양한 행사도 활발하다. 아신축 참여자격 조건은 양천구 거주 초등학교 4학년 이상 학생과 학부모로 매주 토요일 오후 축구경기에 참석할 수 있으면 된다.
다양한 활동으로 아이들과 소통해요
아신축 매니저로 활동하는 여수진씨는 “아들이 초등학교 3학년때 아빠와 시작했던 공놀이가 이렇게 큰 모임이 될 줄은 몰랐다”며 “아빠와 아들이 함께 뛴다는 점에 많은 분들이 격려를 해주셨다”고 전한다. 장은의 매니저는 “토요 축구 모임 외에도 다양한 활동을 통해 아빠와 아이들이 소통하고 있다”며 “엄마는 간식을 챙겨주고, 아빠는 함께 축구를 하다보면 어긋나는 아이들을 바로 잡아 줄 수 있다”고 설명한다.
엄마들의 매니저 호칭은 아이들이 지어줬다. 경기가 끝나고 엄마들이 만들어 준 떡볶이, 어묵, 아이스크림 등의 간식은 아이들에게 꿀맛과 같다. 김영실 매니저는 “엄마들은 준비하느라 조금 힘들지만, 1박2일 캠프를 통해 다른 가족들과 친해지고 아이들 또한 서로 끈끈한 우정을 나누게 됐다”고 말한다.
매주 20여명이 넘는 아이들 간식을 챙기자니 사업비만으로는 부족해 회원들끼리 자발적으로 회비를 내고 아나바다 벼룩시장을 통해 얻은 수익금을 운영경비에 보탠다. 여수진 매니저는 “서울시 사업지원이 끝난 뒤에도 모임은 지속될 것”이라고 전한다.
“누가 시켜서 만든 모임이 아닌 아빠와 아이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모임이니까요. 훗날 아이들이 커서 어린 시절 아빠와 함께한 축구경기를 기억할 거예요.”
문의 여수진 매니저 010-3099-0780 http://cafe.daum.net/father-1004
<미니 인터뷰>
천근영 감독
아이들과 함께해서 행복해요
아들과 시작한 공놀이가 이렇게 발전했네요. 감독이자 선수이자 심판으로 매주 토요일 2시간씩 경기를 뛰지만 조금도 힘들지 않아요. 오히려 건강을 챙기며 아이들과 소통할 수 있고, 다른 가족들과 친해지는 등 좋은 점이 훨씬 많아요.
여수진 매니저
학부모 커뮤니티가 지속됐으면 해요
올해로 아신축이 서울시 학부모 커뮤니티로 지정된 지 3년째입니다. 사업비 지원이 올해로 끝나지만 학부모와 아이들이 자발적으로 모임을 이어갈 거예요. 입소문으로 이만큼 성장했고 여러 활동도 많이 해 보람을 느껴요. 같이 하는 아이들과 부모님들에게 좋은 추억으로 남았으면 해요.
장은의 매니저
모두 내 아들처럼 관심을 갖게 돼요
아이들 간식을 챙겨 주다보니 우리 아들뿐 아니라 다른 아이들에게도 똑같이 관심을 갖게 돼요. 아이들이 아빠와 함께 경기를 하다 보니 배려심과 스포츠정신을 배우죠. 정신적, 육체적으로 성장해 가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면 기특하답니다.
김영실 매니저
학교폭력 예방활동으로 좋아요
청소년기의 남자아이들은 학교폭력에서 자유롭지 못하죠. 실제로 나쁜 길로 빠질 뻔 했던 아이들이 아신축 활동을 통해 건전한 학교생활을 하게 됐어요. 게임에 빠져 PC방만 가던 아이들도 토요일 오후만 되면 꼭 운동장에 나오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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