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유치원이냐? 조기유학이냐? 그것이 고민이로다!

글로벌 시대, 영어는 선택 아닌 ‘필수’

지역내일 2014-05-27

대한민국 엄마들은 어린자녀가 5살이 되면 사교육으로 고민하기 시작한다. 이 시기에 최대 관심사는 아마도 영어조기교육일 것이다. ‘일반유치원을 보낼까, 영어유치원을 보낼까?’, ‘아님 좀 더 기다렸다가 초등학교 들어가면 함께 조기유학을 떠날까?’
아이에게 영어부담을 주긴 싫지만 그렇다고 남들보다 뒤처지는 건 더욱 싫다. 글로벌시대를 살아가려면 영어는 기본이라는 건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기 때문이다. 옆집 아이가 가니까, 남들이 다 하니까 뚜렷한 목적이나 철저한 정보없이 영어유치원을 보내거나 조기유학를 감행한다면 기대만큼 성과를 보기 어렵다. 그 성과는 아마도 학교영어가 본격적으로 시작되고 객관적 성적표를 받아오는 중학생이 되고 나서야 일부 판단 할 수 있을 것이다. 여기 영어유치원과 조기유학을 경험한 중학생 자녀를 둔 선배맘들 다섯 명이 모였다. 본인이 선택한 영어조기교육방식이 정말 효과가 있었는지, 어떠한 장단점들이 있었는지 엄마들의 솔직한 이야기를 들어보고 후배맘들에게 꼭 하고 싶은 조언도 들어본다.


참석자: 우지연(진행, 내일신문 리포터)
        김영란(38세, 5,6,7세 3년간 영어유치원 보냄, 중 2 딸)  하현주(39세, 6, 7세 2년간 영어유치원 보냄, 중 1 딸)
 신윤정(39세, 초등 5,6학년 2년간 캐나다 유학, 중 1 아들)
 백수정(39세, 초등 1,2학년 2년간 미국 유학, 중 1 아들)
 박수현(40세, 초등 1,2학년 2년간 호주 유학, 중 1 아들)


내일신문(이하 ‘내일’): 안녕하세요? 먼저 바쁘신데 이렇게 시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엄마들 사이에 최고의 고민거리라면 당연 ‘우리 아이 어떻게 영어공부 시키나’이겠죠. 우리 세대 또한 거의 십년 넘게 학교에서 영어를 배웠지만 외국인 앞에서는 긴장이 되서 쭈뻣쭈뻣 하잖아요.(웃음) 요즘 젊은 후배맘들은 여기 모이신 분들보다 더 영어조기교육에 관심이 많습니다. 영어유치원을 보낸 1세대로서, 조기유학을 갔다 오신 선배맘으로서 지나온 경험을 통해서 얻은 노하우나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가 있으면 자유롭게 해 주십시오. 후배맘들에게 많은 도움이 될 것입니다. 

영어


조기유학 언어뿐 아니라 독립심, 생각의 폭 커져 만족
내일: 요즘은 입시뿐 아니라 취업에서도 영어공인점수나 경시대회 입상경력은 기재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입시만 본다면 영어 한과목 때문에 조기유학을 가는 게 맞는 건지 망설여진다. 조기유학의 장점이라면?
신윤정(이하 ‘신’): 영어점수만 높이겠다고 조기유학을 생각하고 있다면 돌아와서 생각보다 오르지 않는 성적 때문에 실망할 것이다. 우리 아이는 초등학교 5학년이 될 때까지 ABC밖에 몰랐다. 활동적이고 운동을 좋아하는 아이인데 학교 영어시간이 지루하고 힘들다고 했다. 남들이 좋다는 학원도 보내 봤지만 영어는 늘 제자리였다. 그러다 캐나다로 조기유학을 갔는데 운동을 좋아하다보니 외국인 친구들과 금새 친해지면서 영어가 크게 늘었다. 머리보다 몸으로 배우는 방식이 우리아이에게는 더 맞았던 것이다. 조기유학을 가지 않았다면 우리아이는 평생 영어를 못 할 것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아이들 개개인마다 맞는 학습법이 따로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학원에 쫒기지 않다보니 장래에 어떠한 일을 해야 할지 진지하게 고민 할 수 있는 시간을 준 것도 큰 장점이라고 본다.
백수정 (이하 ‘백’): 새로운 문화를 접하고 다양한 친구들을 사귀게 되면서 시야가 넓어지고 생각의 폭이 커진 것이 가장 큰 수확이라고 본다. 서부에 있어서 여행을 자주 다녔다. 여행하면서 자주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아이와 더 가까워졌다.
박수현(이하 ‘박’):  호주는 생각보다 정말 넓고 큰 나라였다. 한국에 있었으면 빌딩 숲만 왔다갔다 했을 텐데 더 크기 전에 대자연속에서 마음껏 뛰어 놀 수 있는 기회를 준 것이 영어를 배우는 것보다 더 좋았다. 
내일: 조기유학을 다녀오고 영어에 있어서 특히 어느 부분이 향상되었다고 보는가?
신: 앞에서 말했다시피 우리아이는 정말 ABC밖에 몰랐다. 운동과 악기연주를 좋아해서 일부러 예체능 방면에 더 비중을 두는 학교를 보냈다. 본인이 좋아하는 활동을 많이 해서인지 일년정도 지나니 서로 영어로 싸울 만큼 영어가 확연히 늘었다. 언어적인 면뿐만 아니라 제스쳐, 억양같은 비언어적 부분도 많이 배울 수 있었다.  얼마 전 우리 아이가 앞에 나와 영어로 발표하는 것을 볼 기회가 있었는데 예전에는 원고만 보고 읽었다면 유학후에는 제스쳐, 눈빛 등으로 청중과 소통하면서 발표가 상당히 자연스러워졌다.
백: 너무 저학년때 갔다와서 좀 아쉬운 부분이 있다. 그러나 리딩(Reading) 부문은 정말 많이 는 것 같다. 미국 학교수업엔 리딩 시간이 따로 있다. 다양한 책들을 많이 읽어서 그런지 한국 돌아와서 다른 친구들보다 라이팅(Writing)을 잘 하는 편이다. 아무래도 다양하고 고급스런 문장을 구사한다.
박: 반대로 저 같은 경우는 어릴 때 다녀와서 영어를 공부라고 생각하지 않고 몸으로 받아 들여 더 좋았다고 생각한다. 정말 스폰지처럼 생활영어는 금새 익혔다. 호주에 있는 동안 무엇보다 발음이 상당히 좋아졌다. 그러나 어릴 때 나갔다오면 한국말을 많이 잊어버리게 된다. 돌아와 받아쓰기를 잘 못해서 애 먹었다.


조기유학 기간이 너무 짧으면 적응하는데만 시간 소비
내일: 대부분 조기유학을 다녀오면 수학이나 과학 사회 과목 등 타과목 따라가기가 힘들다고 생각한다. 돌아와서 힘들진 않았는지?
백: 한국말이 서툴다면 문제가 될 수 있겠지만 충분히 따라 갈 수 있었다. 학습적인 부분보다는 미국식 교육과 문화에 적응해 있다가 다시 한국식 문화에 적응하느라 상당시간 애를 먹었다. 같은 행동도 미국선 하지 말아야 했는데 한국선 허용이 되는 경우도 있으니 혼란스러워했다.
내일: 조기유학을 권장한다면 몇 학년때, 유학기간은 어느 정도가 적당하다고 보는지?
백: 미국은 주마다 다르겠지만 보통 3학년때 리딩이 시작되어 4학년이 되면 에세이시간을 통해 라이팅이 시작된다. 리딩과 라이팅까지 배울 수 있는 3, 4학년 정도에 나가는 것이 좋다고 본다.
신: 정확하게 일년 10개월을 다녀왔다. 정착하는데 3개월, 다시 돌아올 때 이것저것 알아보고 정리하느라 3개월 정도가 소요됐다. 적어도 일년 반 이상은 있어야 ‘영어가 정말 늘었구나’ 하고 실감하게 되는 것 같다.
박: 저도 마찬가지이다. 한국에 다시 돌아올거라면 이년정도가 적당하다고 본다. 유학기간이 너무 짧으면 적응했다 싶으면 돌아와야 하고 한국에 와서도 다시 적응하느라 시간을 낭비하게 된다.


이렇게 달라요!


캐나다: 공교육에 관한 신뢰가 두텁다. 종교적인 이유로 사립을 선택할 뿐이다. 무엇보다 학생들을 점수로만 평가하지 않는다. 시험을 잘 못 보면 원하는 학생에겐 똑같은 시험지로 재시험기회를 주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점수가 중요한 게 아니라 학생들이 학습내용을 얼마나 이해하고 있는지만 평가한다.
미국: 과학, 사회과 과목 교과서를 보면 정말 쉽고 재미있게 주제에 접근한다. 한 학기 내내 한가지 주제만 다룰 때도 있다. 우리나라 교과서는 딱딱하고 정말 어려운 용어가 많이 나온다. 학생들의 눈높이에 맞춘 쉬운 교과서가 인상적이었다.
호주: 국민 대부분이 친절하고 순수하다. 대자연속에서 생활해서 그런지 모든 면에서 여유로움이 묻어난다. 남을 배려하고 여유롭게 인생을 즐기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영어유치원 원어민에 대한 두려움 없애주고 발음부분 만족스러워
내일: 현재 다양한 영어유치원이 운영되고 있다. 영어유치원을 고를 때 기준은 무엇이었나? 하현주(이하 ‘하’): 우리 애들때만 해도 영어유치원이 이렇게 많지 않았다. 저 같은 경우는 미국교과서로 수업을 하는지 주로 커리큘럼을 꼼꼼하게 따졌다. 그리고 원어민이 다 가르치는지 한국인 선생님 비중은 얼마나 되는 지를 알아보고 선택했다.
김영란(이하 ‘김’): 일을 하고 있어서 집에서 가까운 곳 위주로 알아보았다. 너무 이른 나이에 학습량이 많으면 빨리 지칠 거 같아 영어를 즐겁게 접할 수 있는 곳, 시설과 환경을 더 중요하게 고려했다. 
내일: 영어유치원의 장점은 무엇이라고 보는가?
하: 초등학교 들어가서 원어민 수업이 있었는데 애가 자신감을 가지고 수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영어유치원에서부터 원어민선생님과 스스럼없이 지낸 것이 도움이 된 것 같다. 그리고 꾸준히 영어에 대한 감을 유지 할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학년이 올라갈수록 제법 긴 글을 읽는데도 호흡을 놓치지 않고 집중해서 읽는다.
김: 아무래도 발음부분이다. 애들은 발음기호가 아니라 우리말을 배울 때처럼 그냥 청각을 통해 감각적으로 익힌다.


한국어 어휘력 떨어지고 상식부족 주의해야
내일: 너무 일찍 영어를 배우면 모국어 습득의 기회가 줄어들어 자칫 잘못하면 영어도 한국말도 제대로 못 하는 경우가 생기기도 한다. 한국말이 또래 아이들보다 못하다고 생각한 적 있는가?
하: 처음 초등학교에 들어가서 받아쓰기를 잘 못했다. 그리고 영어동요는 많이 아는데 한국동요를 잘 몰라 당황한 경우가 있다.
김: ‘만국기’, ‘병충해’ 같은 단어를 모르더라. 어휘력이 떨어지니 상식도 부족하게 된다. 영어유치원을 보낸다면 한국어 어휘나 한자어 같은 경우는 따로 집에서 보충해줘야 한다.


내 아이의 성향 고려해야
내일: 영어유치원의 많은 학습량과 숙제 때문에 결국 중도에 그만두는 경우도 있다. 아이의 성향도 중요한가?
하: 아무래도 어휘가 뒤처지면 힘들다. 아이가 언어적으로 재능이 있는지 먼저 파악해야 한다. 한국말을 배울 때 보면 어느 정도 알 수 있지 않는가? 엄마 욕심에, 남들도 보내니까 보낸다는 건 반대다. 친구 아들의 경우 에너지가 넘치는 아이를 영어유치원에 보냈더니 스트레스로 결국 그만두더라. 에너지를 분출 할 데가 없었던 것이다. 아이들 성향과 언어적인 면에 흥미가 있는지 잘 살펴보고 결정해야 한다.


짬짬이 듣는 영어 CD, 오디오 북 도움 많이 돼
내일: 공통된 질문이다. 후배맘들에게 영어공부와 관련하여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그리고 나만의 도움이 된 자녀 영어학습법이 있다면?
하: 한 후배가 영어유치원을 보내면서 내게 물어 본 적이 있다. ‘미국식 영어교과서로 언제까지 공부해야 하나요?’ 정답은 없다. 그 끝은 엄마가 정하는 것이다. 우리아이의 장래희망과 목표에 맞게 영어학습도 조절해야 한다. ‘우리 아이가 수능영어정도면 인생을 사는데 문제가 없겠구나’하면 그 목표에 맞는 영어공부만 시키면 되는 것이고, 국제무대에서 다양한 일을 하면서 살기 바란다면 멀리 내다보고 언어뿐만 아니라 그 나라 문화까지 배울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게 좋은 것 같다.
신: 비싼 영어학원일수록 실력이 좋을 것이라는 오산이다. 겪어보니 아무리 좋은 학원도 내 아이와 맞지 않으면 소용없다. 높은 영어공인점수만 바란다면 한국에서 공부하는 게 낫다. 시험 잘 보는 방법을 알려주는 곳은 한국만한 곳이 없다. 좀 더 넓은 시각으로 멀리 내다보고 조기유학을 고려했으면 한다. 엄마가 인내심을 갖고 기다려 줄 자세도 필요하다.
백: 아이가 어릴 때 차에서 이동할 때마다 영어 CD를 틀어 주었다. 차에서는 장난감도 없고 해서 집중해서 잘 듣는다. 짬짬이 들려준 영어CD가 리스닝 실력을 많이 키워 준 것 같다.
김: 저도 동감이다. 오디오북이나 CD를 자주 들려줘서 일단 영어에 흥미를 갖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귀가 트이면 읽고 쓰기도 좀 더 쉬워진다. 무조건 티비는 안돼 하지말고 디즈니 채널을 이용해서 좋아하는 만화를 영어로 시청하게 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내일신문: ‘영어는 왕도가 없다’는 말이 맞는 것 같습니다. 아무리 좋은 교육방법과 환경이 있더라도 내 아이와 맞지 않으면 소용이 없으니 말입니다. 무조건 높은 영어 점수에만 목표를 맞추기 보다는 우리 아이의 장래희망이나 성향을 먼저 살펴보고 영어유치원 또는 조기유학을 고려해야 할 것 같습니다. 그리고 단기간에 성과가 안나온다고 해서 조급해 하지 말고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려 줄 부모의 자세도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오늘 후배맘들을 위해솔직하고 유익한 말씀 많이 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우지연 리포터 tradenz@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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