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동네 집밥의 여왕을 찾아라!

정성 듬뿍, 건강 듬뿍, 맛도 듬뿍!

지역내일 2014-05-27

요즘 집밥 열풍이 거세다. 1인 가구가 늘어가고 외식이 잦아지면서 소박하지만 정성이 가득한 집밥을 먹고 싶어 하는 사람이 부쩍 많아졌다. 이른 아침 부엌에서 들리는 타닥타닥 도마질 하는 소리 그리고 구수한 된장찌개 냄새... 누구나 그리워하는 엄마의 밥상이다. 집밥은 단지 배만 부르게 하는 게 아니라 삶의 원천이 되고, 외로울 때 아플 때 먹는 엄마의 집밥은 힐링의 수단이기도 하다. 우리 동네 살림의 고수들이 전하는 맛있는 집밥의 비결, 그 비밀 레시피를 살짝 공개한다.
송파강동광진 내일신문 취재팀


저장

1년 내내 든든한 퓨전 저장음식
이은경(47 잠실동)

‘오늘을 또 뭘 해먹나?’하는 고민은 해질 무렵이면 언제나 머릿속을 어지럽힌다. 메인 음식 외에도 늘 서 너 가지쯤은 있어야 한상이 차려지니 밑반찬에 대한 숙제는 주부 고민의 교집합. 3대가 함께 사는 우리 집은 모두의 입맛을 만족시키기가 여간 까다로운 것이 아니다. 우리 집 밑반찬의 특별한 노하우는 저장음식이다. 제철에 나는 채소를 이용한 저장음식에 김치, 메인요리 한가지면 반찬 고민은 끝. 시어머니께 물려받은 손맛에 퓨전 식 조리법으로 만든 우리 집만의 특별한 저장음식이라 맛깔스러우면서도 오래 두고 먹을 수 있어 한번 만들어놓으면 1년 내내 든든하다. 우리 집 3대 저장음식은 연근초절임, 새콤한 오이장아찌, 마늘쫑 조림. 연근은 보통 간장조림으로 밑반찬에 오르지만 얇게 썰어 식초와 설탕에 반나절만 절이면 바로 먹을 수 있다. 새콤달콤하면서 아삭아삭 씹히는 식감이 입맛을 돋운다. 오이장아찌는 재래식은 끓인 소금물을 부어 오랜 시간을 삭혀야하지만 오이에 설탕, 식초, 소금을 넣어 5일정도만 절여주면 짠맛은 덜하고 피클보다는 짭조름한 퓨전 식 장아찌 완성. 절여진 오이는 송송 썰어 고춧가루, 통깨, 참기름, 파를 넣어 조물조물 무쳐주면 시어머니도 아이들도 잘 먹는 훌륭한 밑반찬으로 거듭난다. 매실원액과 간장을 이용해 담근 마늘쫑은 요즘이 제철이라 담가 놓으면 일 년 내내 먹기에 좋다. 특히 고기를 구워먹을 때 한 점씩 올려먹거나 볶음밥을 만들 때 쫑쫑 썰어 넣으면 별미 밥이 완성된다. 


브런치

집에서 즐기는 색다른 브런치
김영희 (53·잠실동)

신혼을 헝가리, 미국 등 해외에서 보내게 되면서 근처 한식당도 없고 입맛 까다로운 남편 덕에 직접 요리를 할 수 밖에 없었다. 시행착오도 많았지만 시간이 지나고 나니 주변 사람들이 상차림도 세련되고 맛도 너무 좋다며 내게 요리를 배우고 싶으니 쿠킹클래스를 한번 운영해보라고 권했다. ‘처음엔 과연 잘 할 수 있을까?’ 걱정도 많았지만 오랜 고민 끝에 개발한 나의 레시피를 열심히 받아 적고 맛있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는 주부들 덕에 지금은 내가 더 에너지를 얻고 함께 사는 이야기를 나누면서 정을 쌓고 있다. 요즘은 내가 살고 있는 파크리오 단지에서 쿠킹클래스를 운영 중인데 멀리서 찾아오는 제자들도 있어 정말 고마운 마음뿐이다. 요리강사의 평소 집밥은 어떤지 많은 분들이 궁금해 한다. ‘매일 뭘 먹을까’하는 고민은 나도 마찬가지다. 주부들에게 가끔은 늘 먹는 밥과 국 대신 색다른 식재료를 이용하여 새로운 맛과 분위기에 도전해 보라고 권하고 싶다. 우리 가족은 양식을 좋아하여 주말엔 브런치를 즐긴다. 요즘 슈퍼푸드로 각광받고 있는 퀴노아(남미에서 나는 곡물로 미네랄, 아미노산 등 각종 영양소가 뛰어나고 해독작용이 뛰어나다)를 넣은 샐러드, 바게트 그라탕, 스테이크 샐러드로 집에서도 까페 못지 않은 근사한 브런치를 온 가족이 즐길 수 있다. 저의 비밀 레시피를 공개할테니 이번 주말 한번 도전해 보세요!
퀴노아 샐러드는 퀴노아를 밥하듯이 냄비에 먼저 익혀놓고 호박, 가지, 양파, 토마토, 파프리카 등 냉장고에 있는 자투리 야채를 깍둑 썰어 소금 살짝 넣고 볶은 다음 퀴노아와 함께 섞으면 된다. 드레싱은 올리브오일(2T), 레드와인식초(3T), 마늘, 설탕, 후추를 조금씩 섞어 준다.
남녀노소 모두 좋아하는 바게트 그라탕은 각종 채소와 버섯 등을 먹기 좋게 자른 바게트 빵과 함께 그라탕기에 담고 생크림 붓고 각종 치즈를 얹은 다음 오븐에 구워 내면 된다.
스테이크 샐러드는 치맛살이나 안심을 먹기 좋게 잘라 구운 다음 샐러드 야채와 함께 담는다. 드레싱은 디죵 머스터드(1T), 레드와인식초(2T), 우스터소스(1/2t), 꿀(1t), 소금 후추, 올리브오일을 약간 섞어 주면 된다.


장맛

시어머니에게 맵게 배운 밥상의 기본
이지원(43·잠실동)

집밥이란 단어가 내게는 시어머니와 동의어다. 온 식구의 밥 한 끼를 위한 시어머니의 정성과 수고로움은 혀를 내두르게 한다. 그렇다고 임금님 수라상처럼 화려한 밥상은 결코 아니다. 한식의 기본인 고추장, 된장, 간장의 기본 장에다 김치, 장아찌류의 밑반찬, 고춧가루, 참기름, 들기름, 깨소금 같은 기본 양념이 최고여야 한다는 본인의 신념을 철떡 같이 지키는 기본이 튼실한 밥상이다. 다른 말로 표현하자면 밥상 위에서는 티가 잘 나지 않지만 밥상 차리기까지 엄청난 공이 들어가는 상차림이라고 할까!
매년 여름 막바지가 되면 시골에서 공들여 공수해온 빨간 고추를 옥상에서 직접 말린다. 매일 아침, 저녁 고추를 널었다 걷었다하는 정성으로 바싹 말린 고추를 아들, 딸 며느리 동원령을 발동해 온 식구가 고추를 깨끗이 닦고 꼭지를 따며 다듬는다. 그리고 단골 방앗간을 종착점으로 해서 국내산 태양초 고춧가루가 완성된다. 이걸로 매년 봄에는 고추장을, 겨울에는 김장을 담근다. 젓갈도 강경까지 직접 가서 고른 생새우에 천일염으로 직접 담가 쓸 만큼 식구들 먹거리에는 한 치의 양보가 없다.
갓 결혼한 새내기 새댁 시절에는 집안일 차출의 고단함 때문에 속으로 꽤나 툴툴거렸다. 하지만 주부 경력이 가르쳐진 교훈 덕분에 시어머니의 집밥 철학과 실천에 존경의 한 표를 던진다.
음식 맛은 역시 장맛이다. 시댁에서 공수해온 깊고 감칠맛 나는 고추장은 상추쌈을 싸먹을 때, 매운탕을 끓일 때, 떡볶이를 할 때, 나물을 무칠 때 진가를 발휘한다. 먹음직스럽게 담근 김치는 김치찌개, 김치전, 김치볶음밥, 만두처럼 수많은 김치 요리의 뿌리가 된다. 집밥의 기본기를 가르쳐준 시어머니의 손맛을 꾀부리지 말고 부지런히 배워야겠다.


라코타

직접 만든 리코타 치즈로 집에서 즐기는 브런치
김희정 (40·성내동)

밖에서 먹는 음식에도 분명 유행이 있다. 요즘에는 리코타 치즈 샐러드가 인기를 얻고 있는 모양이다. 치즈 만들기라고 해서 생각보다 어렵지 않은 리코타 치즈 만들기에 도전해 보았다. 리코타 치즈 샐러드와 함께 집에서 제대로 된 브런치를 즐겨보기로 했다.
리코타 치즈를 만들려면 우유 1l, 생크림 500ml, 레몬, 소금이 필요하다. 우유와 생크림의 비율은 2:1로 하고, 레몬 대신 레몬주스도 사용 가능하다. 은근히 오래 끓여야 하니까 바닥이 두꺼운 냄비를 준비해 우유 1l를 냄비에 붓고 그 위에 생크림을 붓는다. 중불에서 가장자리가 끓어오를 때까지 끓인다. 끓고 있는 동안 소금 1스푼에 레몬즙을 6스푼 섞는다. 가장자리가 끓어오를 때 소금+레몬을 넣는다. 소금+레몬을 넣고 끓어오를 때쯤, 불을 약하게 줄여 40분 정도 끓인다. 몽글몽글 치즈가 만들어지면 채에 면보를 올려 치즈를 넣고 약 30분 정도 유청을 거른다. 1차로 걸러낸 후 접시를 올려 냉장고에 2시간 정도 넣어 2차로 걸러준다. 소스는 발사믹 오일보다 발사믹 크림으로 해서 약간 점성이 있게 했다.        
처음엔 40분 내내 서서 있느라 힘들었지만 한두 번 만들다 보면 요령이 생겨 쉽게 만들 수 있다. 샐러드 야채를 깨끗하게 씻어 빵을 곁들인 후 집에 있는 포도나 견과류 등을 얹어 발사믹 크림 소스만 뿌리면 완성!! 주말이나 엄마들 모임에 브런치로 여느 고급 레스토랑 부럽지 않은 리코타 치즈 샐러드가 집에서도 완성된다. 지난 어버이날에는 직접 만든 리코타 치즈 샐러드와 한상차림으로 시부모님들의 사랑을 듬뿍 얻기도 했다.  


딸아침

요구르트와 죽, 딸&아들 맞춤형 아침식사
진영선(48·대치동)

살찔까봐 아침을 거르려는 고등학생 딸아이를 위해 마련한 아침 식사, ‘요구르트와 인절미’다. 요구르트 제조기를 사용할 수도 있지만 플라스틱 용기가 싫어 쉽게 만들어먹을 수 있는 다른 방법을 택했다. 밀폐유리용기(2.5L)에 우유(2L)와 시중에 파는 플레인 요구르트 한통을 넣어 여름엔 실온에, 그 외 계절엔 냉장고 옆 뜨거운 열기가 나오는 곳에 밤새 놔두면 요구르트 완성.
 요구르트에 들어갈 견과류를 프라이팬에 살짝 볶은 다음, 그 열기에 냉동된 인절미를 데워준다.
기호에 맞게 아몬드, 호두, 땅콩, 해바라기씨 등을 요구르트에 넣고 과일(사과, 바나나), 뮤즐리를 넣어주면 끝. 여기에 인절미까지 더해 든든함을 채워주게 된다.
‘요구르트와 인절미’ 아침은 배가 나온 남편들을 위한 다이어트 아침식단으로도 굿. 이 식단으로 체중을 8kg 감량한 남편도 꾸준히 먹고 있는 우리 집 평일 아침식사다.
반면, 아들은 부담 없이 먹는 죽을 선호한다. 칼칼한 맛을 낸 ‘김치낙지죽’, 그리고 감기기운이 있을 때나 살짝 기운이 없을 때에 끓여주는 ‘인삼닭죽’은 아들이 제일 좋아하는 메뉴.
김치낙지죽에 들어가는 낙지는 끓는 물에 살짝 데쳐서 준비한다. 밥과 육수(멸치·다시마)를 함께 넣고 끓이다가 다진 김치와 고춧가루, 데친 낙지를 넣으면 완성. 위에 깨와 김가루를 뿌리면 더욱 맛있게 죽을 즐길 수 있다.
기름기가 없는 닭가슴살을 주재료로 한 인삼닭죽은 미리 재료를 준비해두면 아침에도 간단하게 뚝딱 만들 수 있는 메뉴. “아침에 어떻게 닭죽을 끓여내냐”고 말들 하지만, 그 비결은 ‘부지런함’보다는 ‘완벽한 준비’에 있다. 닭가슴살과 황기, 대추, 수삼, 청주 등을 넣고 푹 끓여 육수는 체에 거르고 닭가슴살은 잘게 찢어 냉동 보관해둔다. 거의 모든 죽에 들어가는 야채(감자, 양파, 당근, 애호박, 표고버섯 등)들도 미리 볶아서 냉동실에 블록으로 보관해두면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다.
미리 장만해둔 육수와 가슴살, 그리고 식은 밥을 넣고 푹 끓여주다가 볶아둔 야채와 홍삼액을 넣어주면 완성.
“뜨끈하게 한 그릇 먹고 나니 기운이 난다”는 아들의 말을 들을 때면 아침부터 행복한 기운이 나를 감싸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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