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문득, 소중한 내 아이가 변했음을 느낀다. 늘 엄마부터 찾던 눈이 스마트폰에만 고정되어 있고, 학업을 1순위로 생각해야 할 중요한 시기에 온통 다른 부분에 아까운 에너지와 시간을 다 쏟는다. 참다 참다 도저히 안 되겠다 싶어 던진 한 마디를 잔소리로 치부해 버리고 등 돌리는 자녀의 모습을 볼 때마다 부모의 마음은 한 없이 무겁고 답답하기만 하다. 시간이 없다. 마음이 급해지니 표현은 점점 과격해지고, 대화는 온통 비난 일색으로 변해 간다. 이런 상황이 반복 될수록 자녀는 부모를 밀어내게 되고, 결국 ‘소통의 단절’ 지경에 이른다. -
이는 학습 매니저로서 수년간 부모와 자녀의 가교 역할을 수행하며 상담을 진행하고 있는 필자가 매일 접하는 상황이며, 해결하기 어려운 숙제이기도 하다. 사춘기에 이르러 도저히 이성적으로 이해 불가능한 행동을 일삼는 나의 자녀와 어떻게 하면 건강한 대화를 할 수 있을까?
기성세대와의 소통을 어려워하는 10대의 ‘반항’은 생각보다 다양한 형태로 나타난다. 대답을 요구하면 얼렁뚱땅 넘기는 ‘회피 형’, 대화를 시도하면 표정부터 싸늘해지고 거부해 버리며 자리를 뜨는 ‘차단 형’, 말 끝 마다 시비조로 대답하는 ‘말대꾸 형’ 까지. 정말 중요한 것은 이렇게 다양한 형태를 보이는 아이들의 ‘반항’이 사실은 병리적 현상이 아닌, 성숙의 과정임을 이해하는 것이다. 어른들로부터의 주입을 수용하던 어린아이 시절에서 벗어나 자기 정체성을 확립하는 청소년기에서 자연스럽게 드러나는 모습이 ‘반항’임을 부모가 납득하는 것에서부터, 건강한 대화는 출발한다. 10대의 뇌는 성인과 크게 다르지 않다. 다만 감정에 관여하는 편도체의 반응이 이성적인 전두엽보다 빠를 뿐이라고 한다. 그러므로 현재 본인이 하고 있는 행동이 잘못된 것이고 부모 말들이 모두 맞는 것임을 잘 알고 있지만, 일단 짜증부터 나게 되는 것이다.
이렇듯 사춘기에 접어든 내 아이와 좀 더 건강한 대화를 시작 할 수 있는 첫 번째 방법은 ‘공감’이다. 10대는 이성보다는 감정이 앞서있는 상태이기 때문에 먼저 자녀의 표정을 살피고 감정을 어루만진 후 대화가 시작되어야 한다. 부모가 건네주는 “그랬구나, 참 힘들었겠다.”와 같은 공감의 말 한 마디는 자녀에게 힘을 실어주고 하루의 시작과 마지막을 따뜻하게 만들어 준다. 공감을 얻은 자녀는 새로운 긍정적 반응을 기대하면서 오늘 경험한 일상의 또 다른 조각을 내어 놓는다.
건강한 소통의 두 번째 방법은 듣고 싶은 대답을 품은 채 던지는 질문이 아닌 ‘객관적인 질문’으로 대화를 이어나가는 것이다. 학교 혹은 학원에서 늦은 밤 귀가하는 자녀에게 대뜸 “오늘 공부 잘 되었어? 안 졸고 집중 잘 했니?”라고 묻기 보다는, 힘들었음을 토로하는 자녀에게 “언제 그 일이 있었어?” “그 상황이 구체적으로 어땠어?” “누구와 있었던 일이야?” 등과 같이 사실 정보를 알아내는 수준의 질문으로 대화가 진행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객관적인 질문에 대답 하는 동안 자녀는 자연스럽게 상황을 머릿속으로 정리하고 감정을 스스로 다지는 작업을 하게 된다.
위에서 언급한 ‘공감 후 질문’은 상담 기법의 가장 기본이다. 부모는 자녀에게 ‘나를 괴롭히는 사람’이 될 수도 있고, ‘세상에서 가장 멋진 조력자’가 될 수도 있다. 무조건적 주입과 강요, 타인과의 비교, 아이의 행동을 비난하는 피드백은 자녀의 자기효능감을 낮추기 때문에 성적 하락 뿐 만 아니라 무엇이든 쉽사리 포기한 채 인내할 줄 모르는 성인으로 자라날 수 있다.
또래 집단의 영향이 아무리 큰 시기일지라도 부모의 영향에 비할 수는 없기 때문에 부모의 길게 보는 안목과 깊은 이해심은 곧 자녀에게 줄 수 있는 가장 큰 선물이 될 수 있다. 오늘만큼은 나이와 학년과 성적이 아닌, 어제와 달리 좀 더 성숙해진 생각과 달라진 표현, 단단해진 눈빛에 초점을 맞추고 자녀와 대화를 시작해 보면 어떨까.
자녀에게 ‘부모님이 제 인생의 멘토예요.’라는 말을 듣는 것은 크나큰 행복일 것이다. 그러나 자녀와 건강한 대화를 이끌어가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며 또한 사춘기적 예민함을 가지고 있는, 매사에 무기력하거나 우울한 자녀와 진학과 진로에 대해 논한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부모가 스스로 멘토 역할을 할 자신이 없다면, 가정 밖에서 멘토를 만날 수 있는 상황을 연출해 주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 객관적인 시각으로 자녀를 케어해 줄 수 있는 학습 및 진로, 입시 전문가와의 컨텍을 통한 간접적 소통도 좋은 대안임을 추천한다.
햇볕 따스하고 바람 좋은 5월이다. 소중한 자녀와의 건강한 소통을 통해 아이와 부모가 함께 성장하는 행복한 가정의 달을 만들기를 기원해 본다.
에듀플렉스 고잔점
최진아부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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