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할아버지의 재력, 엄마의 정보력, 그리고 아빠의 무관심이 아이를 좋은 대학에 보내는 비법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이를 뒤엎는 아빠들이 있으니 바로 목일중학교(교장 최승애, 이하 목일중) 아버지회 회원들이다. 이들은 ‘아버지 야간 순찰단’을 구성해 매주 금요일 학교 주변을 순찰한다. 흡연, 학교폭력으로부터 자녀들을 보호하기 위해 시작했지만 ‘내 자식’ 만이 아닌 ‘우리 자식 잘 키우기’ 로 변모해 가고 있다. 순찰 활동 뿐 아니라 학교 행사에 적극 참여해 정보를 교류하고 학생들과 함께 등산, 낚시, 진로 및 인성교육 토론까지 자녀에 대한 고민을 함께 나누고 있는 ‘목일중 아버지회’ 회원들을 소개한다.
송정순 리포터 ilovesjsmore@naver.com
불금, 아버지회 회원들이 뜨다
매주 금요일 저녁 9시 이미 컴컴해진 골목길을 향해 형광조끼를 입고 순찰 봉을 든 아빠들이 어디론가 뛰어 가고 있다. 소망빌라 주차장 으슥한 곳에서 담배를 피는 학생들이 있다는 신고를 받고 순찰에 나선 것. 아버지들이 뜨자 이미 아이들은 간 곳 없고 피다 만 꽁초만 남아 있다.
목일중을 기점으로 신정교 밑을 지나 오목교까지 이르는 골목길과 양천아파트 근처 및 교통공원에서 고척동 산 밑 우성아파트에 이르기까지 으슥한 곳을 2~3개조로 나누어 순찰을 돌며 아이들을 지키는 이들은 바로 목일중 아버지회 회원들이다.
목일중 아버지회의 결성은 지난 2005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학교는 학생 인권 확대 바람으로 두발 자유화와 명찰 안 달기 분위기로 어수선 하던 때, 목일중 근처에서 담배를 피거나 싸우는 아이들이 있다는 소식을 전해들은 재학생 아빠들이 학교 폭력 방지와 인성 교육을 목적으로 창립했다. 목일중 아버지회 강홍순 회장은 “학교폭력 및 교외 학생지도에는 아버지가 더 효과적이라는 의견이 모아지면서 학교에 건의해 아버지회를 결성하게 됐다”고 소개한다.
이렇게 결성된 아버지 회원들은 30명. 그러나 첫 순찰에는 달랑 4명만 참여했다. 그리고 1년이 지난 뒤 10여명으로 불어나더니 2년째 20여명, 이제는 매주 40여명이 넘는 회원들이 금요야간순찰에 적극 참여하고 있다. 현재 목일중 아버지회가 운영하는 카페 멤버 수는 120여명에 이르고 아이가 졸업을 하고도 계속 고문으로 활동을 하면서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아빠도 10여명이 넘는다.
야간 순찰에 이은 산행, 낚시까지
아버지회의 주 활동은 매주 금요일 9시부터 1시간가량 진행되는 ‘야간순찰’이다. 순찰 활동은 비행 청소년 단속이나 적발에 그치지 않고 인성 교육으로 이어지고 있다.
9년 동안 순찰활동을 하면서 에피소드도 많다. 집나간 아이를 찾아달라는 부탁부터 흡연지도를 잘해달라는 당부까지 내 자녀가 아닌 우리 아이들이란 생각이 있기에 가능한 얘기다.
동네 으슥한 곳에 가로등 달기도 아버지회의 몫이 되기도 했다. 하지만 우범 지역에 가로등은 달아도 소용이 없었다. 아이들이 돌을 던져 가로등이 깨지기를 몇 번, 한 날은 그곳에 10여명의 학생이 담배를 피며 술을 마신다는 정보를 입수하고 학생부장교사와 아버지회 회원들은 순찰을 나섰다. 반항기로 접어든 아이들이었지만 학생부장이 목일중을 졸업한 몇 명 아이의 이름을 부르자 자신의 이름을 기억해 준 고마움에 스스로 담배를 끊고자 노력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우범 지역을 순찰하다 보면 주변 상가에서 때론 이웃 주민들이 수고한다며 박수를 쳐주기도 한다. 그럴 때면 매주 직장일로 바쁘고 힘들지만 빠지지 않고 순찰활동을 한 보람을 느낀다고 회원들은 입을 모은다.
매주 순찰을 마친 아버지들은 사랑방에 모여 자녀의 진로 및 가정교육에 대해서 토론도 하고 이미 아이를 다 키운 선배들에게 조언을 듣기도 한다. 때론 참여 회원들의 다양한 직업을 활용해 법률, 세무 등 정보도 교환하고 학교에 재능기부수업도 한다.
야간 순찰은 아빠만 하는 건 아니다. 1년에 2차례씩은 회원의 자녀와 동행 순찰도 하고 아버지들의 상호 간 교류를 목적으로 ‘목일 산악회’를 조직 월 1회 정기산행도 하고 있다. 여름방학을 이용한 바다낚시 및 갯벌 낚시대회도 진행한다. 특히 학기별로 열리는 ‘어깨동무 산행’은 아버지회 회원과 자녀, 학생회 임원, 탈선 위험이 큰 학생이 모두 참여하는 자리다.
목일중, 흡연이 사라지다
9년 동안 아버지회 활동의 가장 큰 성과는 우범지역의 폭력과 흡연이 줄어든 것과 특히 목일중 학생의 흡연이 아예 사라진 것이란다. 여기에 아버지회 회원의 자녀들은 스스로 변화하려고 노력하는 모습을 많이 보게 된다고.
아이가 초등학교 다닐 때부터 목일중에 아버지회가 있다는 사실을 알았고 아이가 중학교에 입학하면 꼭 가입하리라 다짐했다는 구민성 회원은 “아이가 아버지 활동에 참여하는 것에 대해 시큰둥했지만 성적 이야기 밖에 할 게 없었던 대화가 학교 이야기부터 친구 이야기까지 폭이 넓어졌다”고 강조한다.
정우식 회원은 “집사람이 시켜서 어쩔 수 없이 나오게 됐지만 아버지회 활동을 하면서 선배들에게 얻을 수 있는 조언이 더 많아 감사하기도 했고 아이에게 해 줄 수 있는 게 있구나 하는 생각에 보람을 느낀다”고 전한다.
미니인터뷰
강홍순 회장
“아버지회 활동을 하며 학교 일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게 되면서 가정에 더 충실하려고 노력하게 되고 아이들에게 모범을 보이려고 하는 자신을 발견하게 됩니다. 아이가 아버지회 활동을 하는 것을 자랑스럽게 여기는 것을 보면 보람을 느낍니다.”
황윤억 회원
“처음 순찰을 돌 던 2005년에는 학교폭력과 흡연으로 하루에도 몇 건씩 적발했지만 이제는 학교폭력대책위원회가 열리지 않을 만큼 학교가 안정이 됐습니다. 내 아이를 위해서 시작했지만 이제는 모든 아이들이 잘되기를 바라는 모두의 아버지가 됐습니다.”
조남석 회원
“목일중 아버지회는 안전하고 행복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가장이 앞장서는 모습을 보여주는 좋은 계기가 됐습니다. 학교 활동에 참여하면서 처음엔 같이 순찰을 돌아주지 않는 교사들이 이해가 되지 않았지만 여러 활동을 통해 교사라는 직업을 이해하게 됐습니다.”
Copyright ⓒThe Naeil News. All rights reserved.
위 기사의 법적인 책임과 권한은 내일엘엠씨에 있습니다.
<저작권자 ©내일엘엠씨,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