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신문이 만난 사람 - ‘안산시흥맘 모여라’ 매니져 돌콩 박미경씨

친정 엄마같은 카페 만들고 싶었어요

매달 플리마켓 수익금 기부하며 이웃사랑 실천

지역내일 2014-11-20

안산 시흥지역 주부들의 대표 온라인 사랑방 ‘안산시흥맘 모여라’. 하루 평균 댓글 숫자가 1000건이 넘고 11월 14일 기준 가입회원이 5만500명이 넘었다. 2006년 개설해 누적 방문자 숫자가 6000만명에 육박하는 명실상부한 안산을 대표하는 주부들의 온라인 커뮤니티. ‘안시모’를 운영하는 사람은 평범한 주부 박미경씨다. 각박한 현대사회에서 따뜻한 정이 오가는 온라인 사랑방을 만들기까지 안시모 매니져 ‘돌콩’으로 살아온 박미경씨를 만났다. 

박미경


학현초등학교 녹색어머니 회장이기도 한 박미경씨와의 약속은 아침 10시 30분으로 정했다. 매주 한 차례 등교지도를 끝내고 집으로 돌아온 그녀와의 만남은 집 근처 카페에서 이뤄졌다. 따뜻한 유자차를 앞에 두고 취재인 듯 수다인 듯 풀어낸 이야기 속에 8년 카페 운영의 노하우와 안시모 엄마들에 대한 무한한 사랑과 존경이 담겨있다. 안시모 시작 이야기부터 들었다.
“아들이 타고 놀던 큰 미끄럼틀과 지붕차가 있었는데 쓸모가 없어져서 처분을 하고 싶었어요. 전국 엄마들 카페에서 활동하다가 가까운 안산시흥지역 엄마들을 모을 수 있으면 서로 사용 안하는 장난감도 팔고 살 수 있을 것 같아 시작했어요”
컴퓨터라고는 한글 타자 밖에 못했던 미경씨. 카페를 만들자 가입한 동생들이 하나 씩 가르쳐 줬다고 한다. 필요한 게시판을 만들고 정리도 하면서 차츰차츰 카페의 모습이 갖춰졌다. 카페 가장 중요한 활동은 한 달에 한 번씩 만나 벼룩시장을 여는 것이었다.
“각자 가져온 물건을 모임 장소 옆에 펼쳐 놓고 정모도 하고 벼룩시장도 했어요. 그 때 내가 했던 일은 서로 친구 맺어주는 일이었죠. 나이가 같은 친구, 사는 동네가 같은 친구, 또래 아이들을 키우는 친구 등 공감대가 이뤄지는 친구들을 서로 만나게 해주면 금새 친구가 돼서 카페에서 자연스럽게 친해지더라고요” 벼룩시장은 플리마켓이라는 이름으로 지금도 진행된다. 매달 진행되는 플리마켓에는 참가자가 1000명이 넘을 정도로 성황이다. 이곳에서 기부받 은 물건은 100원에 판매해 사랑의열매에 성금으로 전달된다.


안시모에는 매니저 박미경씨를 비롯해 부 매니저, 스탭, 각 마을 지역장 등 24명이 활동하고 있다. 각자 역할이 나뉘어 체계적인 카페 관리가 가능하다. 카페에서 가장 경계하는 회원은 카페를 상업적으로 이용하려는 회원이다. “가끔 보험이나 정수기, 책 판매를 목적으로 카입해서 같은 글을 집중적으로 올리는 분이 있어요. 친목과 육아정보를 나누기 위해 들어온 회원들에게 피해를 줄 수 있기 때문에 몇 차례 경고를 거쳐 나아지지 않으면 강퇴라는 강력한 조치를 취한다”고 말한다.
안시모가 자리를 잡으면서 자연스럽게 안시모가 추구하는 방향도 정해졌다. 회원들에게 친정 엄마같은 카페가 되는 것. 회원들의 편안한 소통을 위해 52세 이상 가입을 제한하고 남자 가입도 제한한다.
“나이 차이가 너무 나면 서로 소통이 어렵다는 한계도 있고 시어머니가 볼 수 있다고 생각하면 아무래도 회원들이 편하게 볼 수 없지 않겠어요? 그래서 가입연령의 제한을 뒀어요”
고향을 떠나온 주부들이 많은 안산에서 ‘안시모’는 온라인의 친정집이라고 할 수 있다. 맘대로 남편 흉도 보고, 저녁거리 고민도 나누고, 아이 키울 때 필요한 정보도 나눌 수 있는 공간. 안시모에서 마음 맞는 친구를 사귄 후 우울증이 가셨다는 회원들의 이야기를 들을 때문 박미경씨도 뿌듯한 보람을 느낀다.


그러나 카페 운영이 항상 즐거움만 있는 것은 아니다. 회원들끼리의 갈등과 반목이 생기기도 하고 매니저에게 쏟아지는 온갖 억측스러운 소문도 견뎌내야 한다. 지난 4월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후 한 동안 카페에 ‘회장이 정부로부터 지원을 받고 게시글을 삭제한다’는 소문이 돌기도 했다. “정말 어이가 없었죠. 속을 뒤집어 보일 수도 없어 화도 많이 나고 참을 수가 없었다”는 박미경씨. 그러나 오랜 세월 카페를 운영하다 보니 나름 노하우와 내공이 생겼다. 박미경씨는 “카페운영으로 힘들어 할 때마다 ‘당신의 안티팬이 있으면 그보다 더 많은 팬이 있으니까 괜찮다. 다 당신 안티팬이면 어떻게 이런 카페가 운영될 수 있겠느냐’는 남편의 말이 큰 위안이 된다”고 말했다.
세월호 참사에 안시모 회원들도 봉사를 위해 발 벗고 나섰다. 분향소가 꾸려진 후 지금까지 매주 목요일마다 분향소 참배를 하고 봉사의 손길이 필요한 곳에는 언제든지 참가할 수 있도록 공지글을 올린다.
얼마 전 안산시장과의 대화에 안시모회원들이 참가했다. “그전에는 정치에 관심 없는 회원들이었지만 시장님 만난 후 회원들의 생각이 많이 달라졌어요. 이제는 자신이 위치에서 소리를 낼 수 있는 현명한 주부가 될 거에요”라는 박미경씨. 삶의 문제를 인터넷 카페를 만들어 적극적으로 해결하년 여성들. 이런 여성들이 모이면 세상이 변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안시모를 통해 볼 수 있었다.


하혜경 리포터 ha-nul2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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