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석의 세계지리산책 : 베네치아의 유대인

지역내일 2014-11-16

12세기~17세기까지 잘 나가던 베네치아가 시들기 시작했다. ‘개인이나 국가는 그 시대에 주류로 하는 기술과 철학에 적응하지 못하면 쇠잔한다.’ 

포강 평야에 유목민이 설칠 때는 포강 하류 늪지에 자리 잡은 베네치아는 유목민의 침략을 피하기 좋고, 아드리아해를 통해 해양활동을 하기도 좋았다. 배를 만들어 아드리아해를 지나 지중해의 제해권을 장악했다. 지중해 무역을 독점해 도시국가로서 최강국이었다. 그러나 시대는 변했다. 갤리선이 범선으로 변했고, 총과 철조망이 발명돼 유목민은 더 이상 초원을 누비는 무법자가 아니었다.  새로운 대륙이 발견되고 지중해에서 대서양, 태평양으로 무대가 바뀌었다.
 
역사를 먹고 사는 베네치아
베니스가 들어간 이름은 끝이 없다. 베니스 영화제(1934), 베니스 건축 비엔나레(1980), 아트 비엔날레(1895), 음악 비엔날레(1930), 연극 비엔날레(1934), 베니스 댄스 비엔날레 등이 있다. 작은 도시인데도 세계적인 행사가 많다. 돈으로 유치하는 우리나라의 국제행사와 달리 베네치아는 오랜 역사를 갖고 있다. 과거를 먹고 산다. 관광업이 주업이다. 

베네치아는 관광 이외의 산업은 극히 제한되어 있다. 지방산업과 생활용수로 지하수를 뽑았으므로 지반이 침하하고 또 수상가옥은 해일이나 파도에 의해 피해를 입는다. 해일로 인한 홍수를 막기 위하여 ‘MOSE 프로젝트’를 실시하고 있다. 아드리아해에서 밀려오는 해일을 막기 위해 공기부양제방을 설치하는 것이다. 해저에 공기부양제방을 두었다가 해일경보, 해일이 1.1m 이상이면 인공튜브에 바람을 불어넣어 바다 위 2미터 높이로 솟아오르도록 하는 인공제방이다. 2016년에 완공된다고 한다. 현대의 토목건축기술은 기상천외한 것이 많다..

베네치아와 유대인
베네치아는 한때 세계의 중심지였으나, 지금은 인구 30만명이 채 안 되는 작은 항구도시가 됐다. 뿐만 아니다. 취업의 기회가 없어 인구는 매년 줄어든다. 그러나 그 작은 도시 베네치아만큼 세계인 가슴 속에 각인되어 있는 도시도 없다. 지금 도시빈민구로 알려진 ‘게토 (ghetto)’는 베네치아어로 ‘유대인 거주지역’이란 말이다. 게토는 원래 ‘쓰레기 하치 장’이란 말이다. 기독교 도시 베네치아에도 유대인들이 들어와 살았다. 유대인에 대해 같이 생활하지 못하게 하고 따로 거주지를 설정했다. 유대인은 낮에는 기독교인이 사는 도심에 살고 장사를 했다. 그러나 해가 지면 다리 건너 쓰레기 처리장으로 가야 했다. 유럽의 도시마다 게토는 있었다. 그 차별과 학대가 결국 2차 세계대전 때 히틀러의 유대인 학살로 이어진 것이다.
     
베네치아 경제 16세기 유럽 지배
유대인은 토지를 소유해 농사를 짓지 못하게 했고, 길드를 못하게 했다. 유일하게 할 수 있는 일은 생선가게, 채소가게, 전당포였다. 베니스를 배경으로 한 소설 영화 연극이 많이 있다. 셰익스피어의 베니스 상인(Merchant of Venice 1596)과 오셀로(Othello)는 베니스를 무대로 한 작품이다. 이 밖에 베니스를 배경으로 한 소설로는 존 볼포레의 ‘캔디드(Volpore''s Candide)’, 카사노바의 자전적 소설 ‘나의 인생이야기(Historie de ma vie)’등이 있다. 

셰익스피어의 작품 중에서 ‘베니스 상인‘은 대표작이다. 샤일록은 베네치아의 전당포 주인이다. 실존의 인물이 아니면서 샤일록처럼 많이 인용되는 인물은 없다. 여주인공 포샤도 마찬가지다. 현명하고 아름답고 지성을 겸비한 여성으로 대변된다. 베니스에서 선박회사를 운영하던 안토니오는 샤일록에게 돈 3천 듀캇을 빌린다. 만약 갚지 못하면 안토니오 심장 가까운 곳의 살을 1파운드를 떼어내겠다고 차용증을 쓴다. 다 아는 이야기기이다. 돈의 단위 ‘듀캇Ducat’은 순금 3.5g(금 1돈= 3.75g), 즉 3천 듀캇은 순금 10.500kg이다. 

순금 1kg의 가격이 4800만원 정도이니 3천 듀캇은 약 5억원 정도이다. 듀캇은 베네치아가 1284년에 시작한 화폐단위인데, 1차 세계대전 전까지 전 유럽에서 통용됐다. 달러가 세계의 기축통화가 된 것은 미국의 국력이 뒷받침해야 하듯, 당시 듀캇이 유럽의 기축통화가 된 것은 베네치아의 경제력 덕분이다. 셰익스피어가 베네치아에 가 본 일도 없으면서 베네치아를 배경으로 1596년 작품을 쓴 것으로 보아 16세기 유럽에서 베네치아 위상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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