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으로 둘러싸인 조그마한 골목. 상록구 사1동 길지 않은 골목길 옆으로 크고 작은 음식점이 들어서 있다. 전철역이 가까이 있어 유동인구가 많은 것도 아니고 큰 사무실이 있어 직장인 손님이 많은 곳도 아니지만 음식 맛있기로 소문난 동네다. 봄이면 벚꽃이 날리고 가을이면 낙엽이 바스락거리는 이 작은 골목이 전국에서 손꼽히는 명품음식문화거리라는 것을 정작 안산사람들만 모른다. 보건복지부와 경기도가 지정한 음식문화시범거리 ‘댕이골’. 가을 단풍이 예쁘게 물든 댕이골을 걸었다.
모든 음식점 천연조미료만 사용
댕이골에 음식점이 들어선 것은 지금부터 20여년 전. 하나 둘씩 늘어난 음식점이 36개. 해물찜, 한정식, 시골밥상, 갈비집 등 메뉴도 다양하다. 댕이골 번영회 신동옥씨는 “이곳에는 같은 메뉴가 하나도 없어요. 같은 한정식 집이라도 어떤 집은 시골식으로 어떤집은 퓨전요리가 전문이고 어떤 집은 코스요리로 나오니까 입맛에 맞게 취향에 맞게 골라먹으면 된다”고 귀뜸한다.
메뉴는 다 다르지만 천연조미료만을 고집하는 것은 댕이골만의 자랑이다.
모든 음식점에서 화학조미료 사용을 금지하고 천연조미료만을 사용하겠다는 것은 상인들의 자발적이 약속이다. 이를 위해 양념의 가장 기본인 간장과 된장까지 직접 담그고 있다.
가을철 국산콩을 사다가 메주를 만들고 겨우내 잘 띄운 다음 봄이면 깨끗이 씻어 소금물에 담아 간장과 된장을 만든다. 장 담는 날은 온 동네 주민이며 손님들이 함께하는 체험행사 날이며 축제날이다.
신동옥 회장은 “3년 전부터 시작한 전통 장 만들기 사업으로 이제는 모든 가게가 직접 담근 장을 사용합니다. 천연조미료만 사용하겠다는 약속을 하면서 가장 중요한 장을 사서 먹는다면 손님과 약속을 지키지 않는 거라는 생각에 직접 만들게 되었다”고 말한다.
나쁜 것은 없애고 좋은 것만 가득
댕이골이 추구하는 가치는 ‘3무 3친’에 들어있다. 음식점이 추구하는 가치에 대해 서로 공감하고 공유하기 위해 만든 슬로건이다. 3무란 음식재사용, 원산지 허위표시, 트랜스지방 함유식품이 없다는 뜻이며 3친은 친환경, 친인간, 친건강을 뜻한다.
보건복지부와 경기도가 이를 잘 실천하는 음식거리를 조사해 매년 시상을 하고 있는데 댕이골은 2011년과 2012년에 이어 2013년에도 최우수실천지역, 우수외식업지구로 선정됐다.
강한 맛으로 손님들을 끌고 싶은 욕심이 있는 가게가 한 군데라도 있었더라면 불가능 했을 일이지만 댕이골상인들은 특유의 단결력으로 이를 실천하고 있다.
“전체 상인 중 70%이상이 자기 건물을 소유하고 가게를 운영한다. 뭐든 빨리 해서 성과를 내기 보다 꾸준히 차근차근 하면서 손님들에게 신뢰를 쌓아가자는 것이 우리의 목표다” 는 신동옥 회장.
천천히 차근차근 정성 깃든 음식
평범한 음식점이 모인 ‘댕이골’이 변화를 모색하게 된 것은 2008년 상가 번영회가 꾸려지면서다. ‘사동 먹자골목’으로 불리던 마을 이름도 댕이고개 이름을 따서 ‘댕이골’로 짓고 다른 음식점거리와 차별화를 준비했다.
“예전에 비해 주차장도 늘었고 댕이골을 알리는 상징물도 만들어 졌다. 그런데 눈에 보이는 이런 변화는 음식점 운영자들의 생각의 변화에 비하면 아무 것도 아니다”고 말하는 전 번영회 회장 정길호씨.
주변 환경개선보다 운영자들의 인식개선을 위해 더 공을 들였다는 말이다. 매월 월례회의에서 어떻게 하면 더 좋은 먹거리를 만들고 특색 있는 거리를 만들지 고민을 하면서 서비스교육, 레시피 교육이 이뤄진다.
상인들의 지속적인 노력으로 댕이골은 안산보다 외부에 더 많이 알려진 동네가 됐다. 이곳을 견학하기 위해 멀리 제주도, 강원도에서도 찾아온다.
댕이골 사람들의 꿈은 무엇일까?
“더 많은 안산사람들에게 ‘댕이골’을 알려 좋은 음식문화거리로 인정받는 것”이라고 한다. 아무리 맛이 좋아도 접근성이 나빠 자동차 없이는 오기 힘든 곳이 바로 이 곳이기 때문에 대중교통 확보는 댕이골 사람들의 소원이 되었다. “하나뿐인 버스노선이지만 버스라도 자주 다니고 전철역과 이어지는 버스노선이 만들어 졌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가을이 가기 전 댕이골에서 점심 약속은 어떨까? 천연조미료의 깔끔한 맛과 따뜻한 정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하혜경 리포터 ha-nul21@hanmail.net
Copyright ⓒThe Naeil News. All rights reserved.
위 기사의 법적인 책임과 권한은 내일엘엠씨에 있습니다.
<저작권자 ©내일엘엠씨,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