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침 출근하다보니 찬바람에 놀란 잎새들이 긴장하고 가을 옷으로 갈아입었다. 뜨거운 유월의 태양을 즐기던 모습과는 다른 모습이다. 주인의 몸을 떠난 잎새들은 바람에 몸을 맡기고 길 편지를 쓰고 있다. 새삼 깊어가는 가을을 보고 이 가을에 청소년 문화가 풍성해야 하는 이유에 대해 답을 하고 싶다.
지난달에 바른 말 사용 문화 확산과 학교 폭력 예방을 위한 청소년 단문 글짓기와 만화 공모전 시상식이 있었다. 3월에 기획을 해서 8개월 동안준비를 했고 9월 한 달 동안 응모를 받아 시상식을 끝으로 마무리 했다.
경찰청 산하에 각 경찰서별로 청소년 문화에 관심이 높은 분들로 위원회를 구성하여 여러 분야에서 청소년들의 활동을 돕고 있다. 그 중 하나로 노원경찰서 청소년 문화발전위원회가 주관하는 공모전을 하게 된 것이다. 행정적인것과 어려움이 있을 때는 노원경찰서 여성청소년과에서 함께 추진 했다. 문제가 있는 학생들을 선도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예방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건강한 정서 함양을 위해 단문 글짓기와 만화 공모전을 기획하게 된 것이다. 처음에는 시조의형식인 45자 내외로 하려했으나 문화의 흐름을 감안해서 트위터의 글자 수 제한인 140자 이내로 했다. 또한 영상세대임과
폭력예방 홍보물로 사용할 수 있음을 고려해 만화를 추가했다. 특히 학교 폭력이 사회문제가 되어 있고 학교 폭력이 주는 심각성을 고려해 학생들 스스로 학교 폭력 예방에 대해서 생각 할 수 있는 글쓰기와 만화를 통해 표현할 수 있는 기회를 줌으로써 올바른 가치관이 형성되도록 하는 것이 목적이었다.
현재 청소년의 문화 현주소를 볼 때 문자를 통한 인쇄문화를 통해서 대부분 지식을 전달 받고 있으나 영상문화가 절대적 영향을 끼치고 있음을 아무도 부인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그래서 청소년들이 사용하는 어휘수가 현격히 줄었으며 속어나 부호(이모티콘)를 사용하여 깊이 있는 표현을 하지 않고 있다. 또한 문화의 흐름이 인쇄 문화에서 전파 문화로, 전파 문화 중에서도 모바일 문화로 변화해가고 있으며, 하루에도 수십 번의 문자 메시지와 부호를 보낸다. 사회에 끼치는 영향력도 절대적 수준에 이르렀다. 특히 손 편지를 쓰거나 일기를 쓰는 학생들이 없다는 것이 충격이었고 이것은 글씨에서 악필로 드러났는데 한글로 쓴 작품임에도 글씨를 알아보기 힘들어 번역해야하는 수준의 학생도 있었다. 지금 대학입시에 논술 전형이 있는데 글씨 때문에 걱정을 하는 학생들을 종종 만난다. 이러한 시기에 형식을 파괴한 자유 형식의 대한민국 최초의 짧은 글 짓기 공모전은 시기적절했으며 깊이 있는 사고와 창의적 표현능력 함양에 도움을 주었다고 생각한다.
대회를 준비하면서 내일의 주인인 청소년들을 위해 기성세대와 행정기관, 특히 학교가 열린 행정을 했으면 했다. 왜냐하면 학교에 따라 참여도가 크게 차이가 났기 때문이다. 어떤 학교는 교장선생님까지 시상식에 오셔서 시상을 해 주었다. 학교마다 이유는 있겠지만 학교 밖에서 주최하는 대회는 대학입시에 도움을 주지 않기 때문에 참여시키지 않았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는 내년에도 이 공모전을 해야 하는 것인지 회의를 느끼게 했다. 공교육 강화로 학교 내의 대회만을 중시하는 것도 필요하나 그렇게 할 경우 자칫 학교 급우들 간에 지나친 경쟁으로 오히려 좋지 않은 결과를 낳을 수 있다. 창의적 인재를 키우고 글로벌 리더를 키우려면 학교 밖에서 주최하는 보다 큰 무대에서 꿈을 맛볼 수 있도록 학생들의 무대를 넓혀 줘야한다. 단문의 뜻을 몰라 묻는 전화가 많았으며 응모형식이 제시 되었는데도 이해 못하는 학생이 많았다. 심사를 하면서는 더 많은 것을 느끼었다. 학생들이 글을 쓰는 능력이 너무 부족했다. 수상 받은 학생들을 제외하고는 적절하지 못한 비유나, 내용의 통일성이 어긋나거나, 제목과 내용의 불일치, 창의적이기보다는 진부한 속담을 옮겨 적은 것이나 맞춤법이 틀린 것도 많았고 학생다운 참신한 표현이 없는 것이 아쉬웠다. 그런데 만화 부분에서는 잘 그린 작품이 많았다. 문화의 흐름이 반영된 듯 했다. 유아기 때부터 화면을 통해 본 영상물과 클릭만하면 볼 수 있는 게임영상물들, 오감보다는 시각과 청각만이 특히 발달한 세대이기 때문에 당연하다 생각했다. 그러나 잘 그린 그림에 어울리지 않는 부족한 내용을 보면서 문화의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는 청소년의 균형 잃은 정서의 단면을 보는 것 같아 안타까웠다.
문학은 전문가의 전유물이 아니며 삶을 풍요롭게 하고 기쁨의 크기를, 슬픔의 깊이를 더해주는 것임을 청소년들도 알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10대의 청소년들이여! 시각적인 것의 노예가 되지 말고, 그 바탕에는 풍부한 문학적 정서가 성공하는 자양분임을 알라!
이 가을, 시에 한번 미쳐보라!
예술을 좋아하는 감성의 영토를 넓혀라!
한류를 세계화하고 미래의 문화를 지배하려면 이성보다 풍부한 감성의 역할이 클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문화의 흐름이 빠르게 변해 홀로 남게 된다 해도 풍부한 감성의 영토에 뿌리를 내린다면 흔들림 없이 자신이 원하는 것을 정확하게 표현할 수 있으며 바른 방향의 길을 안내하는 에너지가 될 것이다.
이 가을 45억년 전 부터 써 온 지구의 사연을 고운 단풍 편지에서 읽어보는 것은 어떠할런 지 ......
공모전에 참여한 67개교의 719명 학생들과 이러한 행사의 참여에 도움을 주신 모든 관계자 분들께 고마움을 전하고 싶다.
서장원
노원경찰서 청소년문화발전위원회 수석 부위원장
맥국어논술학원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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