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생은 ‘공부하는 힘’이 관건이다.

개념을 완벽하게 이해하지 못하면 말이나 글로 설명하기 어려워

지역내일 2014-11-05

“어 이상하다. 방금 풀었는데 설명을 못하겠어요.” 학원 입학테스트 채점 결과를 가지고 학생과 인터뷰하는 시간을 잠깐 갖는다. “이 문제는 어떻게 풀었어?”라는 질문에 풀이 과정을 자세히 설명하는 학생도 있는 반면 대다수의 학생들은 멋쩍게 웃으며 설명을 잘 못하겠다고 말한다. 필자는 ‘가르칠 수 있으면 수학은 다 통한다.’, ‘내 아이가 수학선생님이 되면 수학을 잘 할 수 있다고’ 줄곧 주장해왔다. 문제 풀이 수업에서 가끔은 먼저 문제를 해결한 학생에게 미처 해결하지 못한 친구를 좀 도와주라고 권면한다. 그러면 중간에 풀이를 해주다가 막히는 경우를 종종 목도하게 된다. 좀 전에 풀이했던 연습장을 찾아보고 이해한 뒤 친구에게 다시 설명을 해준다. 그런데 한참을 설명하다가 또 멈추며 내게 도움을 요청하는데 “이 부분은 제가 풀 때는 그냥 공식에 대입했는데, 이렇게 설명하면 안 될 것 같아요.”라고 말한다.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모르겠어요.”라며 난감해 하는 학생들이 있다. 혼자 풀이를 할 때와 달리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부분에서 막힌 것이다.


이런 현상은 뇌 과학으로 설명할 수 있는데 우리 뇌는 배울 때와 가르칠 때의 뇌가 다르게 반응한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배울 때는 수동적으로 지식을 전달받기 때문에 깊이 있게 사고하기 보다는 기억하고 저장하는 쪽에 집중하게 되고, 가르칠 때는 자신이 아는 정보를 다른 사람에게 전달하는 것이 목적이기 때문에 완벽하게 이해하지 못했다는 생각이 들면 더는 설명을 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그냥 공식에 적용했는데.”라고 설명을 넘길 수도 있겠지만 타인에게 전달을 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정보를 정리해서 이미 알고 있던 정보와 연결해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부족함을 느끼면 자각이 일어난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공식을 사용한 이유까지 설명을 할 수 있어야 한다는 자각이 일어나면서 멈칫하게 된다.


가르치며 공부하는 방식은 자신에게 아직도 이해가 부족하다는 자각을 끊임없이 일으키게 되어 부족한 부분을 학습으로 메우려고 하는 태도를 고착화시킬 수 있다. 결국 해당되는 개념과 내용을 완전히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과정에서 사고력과 이해력이 높아진다.


각자 정리한 수학 개념 노트도 논리적인 연결 회로를 따라 여러 번 써보고 말로 설명할 수 있는지 점검해 보기를 바란다. 처음에는 무척 힘들겠지만 백지에 개념과 관련한 제목들만 나열한 후 자신이 직접 누군가를 가르치듯 개념 노트를 다시 완성시키다 보면 내가 무엇을 모르는지 정확하게 알게 되고 그 내용도 확실하게 이해할 수 있다. 완벽한 개념 이해가 뒷받침되어야 알고 있는 개념을 문제에 적용시킬 수 있다.


스무 명이 넘는 학생들을 수업시간에 일일이 풀이해보고 설명해 보라고 지도하고 싶지만 시간 여건상 쉽지 않은 일이다. 그래서 도입한 것이 ‘백지테스트’. 이해한 만큼만 말이나 글로 표현할 수 있기 때문에 아이들의 학습 이해 정도를 파악하기에 가장 좋은 방법이다. 


하지만 ‘가르치는 학습법’을 아무나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기본적으로 수업 내용을 잘 이해하고 있어야 하고, 이해한 내용을 연결해서 표현할 수 있어야 한다. 특별히 자신의 언어로 다시 내용을 정리할 수 있다면 100% 이해한 것인데 이해한 것을 상대방의 수준에 맞춰 이해하기 쉽게 말할 수 있다면 이미 지식이 구조화와 체계화를 거쳐 장기기억으로 전환됐다는 것을 뜻한다.


학습의 주체는 학생이다.


필자는 지금이나 학창시절에나 간섭받는 걸 무척이나 싫어했다. 그저 내가 스스로 선택해서 빠져들었을 때 공부도 흥이 났고 무슨 일이든 즐겁게 몰입할 수 있었다. 지금 이 글을 읽는 학생들도 그랬으면 좋겠다.


중학교에서 배우는 모든 수학의 단원들 중 내가 어느 단원이 취약한지 어느 학년에 어떤 파트를 공부할 때 가장 힘들었는지 스스로 체크해 보자. 학습 태도/ 공부 방법/ 심리적 안정감/ 물리적 환경/ 네용의 난이도/ 의욕/ 속도를 항목별로 체크해 보고 부족한 학습을 어떻게 채워나갈 것인지 계획해 보자. 성적 향상의 꿈은 현재 자신의 모습을 정확하게 진단하고 부족한 부분을 채워 나가고자 하는 계획이 수립될 때 시작되는 것이다. 이제 중학 생활을 시작하는 학생이든, 중학교 생활을 갈무리하는 학생이든 공부하는 주체는 바로 학생 자신이다. 부모님이 시켜서 하는 학습에는 분명 한계가 있고, 학원이나 과외 수업을 통해 수동적인 자세로 배우는 마인드로는 정상을 넘을 수 없다. 나는 우리 학생들이 자신의 삶을 스스로 경영할 수 있는 멋진 중·고등학생이 되었으면 좋겠다.


글 : 송파 그수학학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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