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포터 생생 여행기

가을 낭만 느끼러 3대가 순천만으로 출동

두 발로 즐기는 갈대길, 보너스로 얻은 낙조의 여운

지역내일 2014-11-05

‘순천의 은빛 바다를 올 가을에는 기필코 보고야 말리라’ 여러 달 전부터 가족끼리 단단히 다짐을 받고 부지런 떨며 일찌감치 숙소 예약도 해뒀다. 동네방네 갈대 여행을 자랑한 덕분에 리포터네 세 식구, 여기에 시어른 두 분, 큰집 식구들까지 합세했다. 단풍 최절정기에 3대가 함께 떠난 1박2일간의 순천여행을 소개한다.

순천만


순천만 갈대밭의 가을 낭만
이른 아침부터 서둘렀건만 꽉 막힌 고속도로 위에서 녹록치 않은 시간을 보낸 끝에 도착한 순천만. 끝없이 펼쳐진 갈대밭은 군말이 필요 없는 한 폭의 수채화다.
남도 삼백리길의 1코스인 순천 갈대밭을 밟아보기 위해 전국의 도보 여행자들의 총집결한 듯 꼬리에 꼬리를 물고 줄지어 걷는 행렬은 또 다른 구경거리다. 순천시에 문의하니 11월 중순까지는 갈대밭의 가을낭만을 만끽할 수 있다고 귀띔한다.
갈대밭 사잇길로 난 1.2km의 나무 데크 덕분에 가을 햇살 아래 반짝 거리는 ‘은빛의 갈대 바다’를 남녀노소 부담 없이 걸을 수 있다. 갈대는 정화기능이 뛰어나기 때문에 환경 파수꾼 역할을 톡톡히 해낸다. 갈대를 품은 갯벌 아래 수십 수만 개의 구멍 속에서 바삐 움직이는 게와 짱뚱어를 구경도 색다른 볼거리다.
순천만은 고흥반도와 여수반도 사이의 습지. 세계 5대 습지로 선정될 만큼 빼어난 경관을 선보일 뿐 아니라 흑두루미 같은 천연기념물과 희귀 조류가 매년 찾아오는 자연생태계의 보물창고다.
10여년 전만 해도 이곳은 별다른 관광자원이 없던 남도 끝자락 시골마을이었다. 허나 흔하디 흔한 갯벌과 습지 속에서 ‘미래’를 발견하고 10여년 만에 해마다 440만 명이 몰려오는 인기 여행지로 확 바꾼 순천시의 야무진 저력이 내심 놀라웠다.
도시 곳곳에서 ‘도시가 아닙니다. 정원입니다. 순천’이라는 자부심이 묻어난 표지판을 만날 수 있었다. 갈대밭을 편히 걸을 수 있도록 깔아 놓은 나무 데크 외에는 인위적인 요소를 배재해 자연을 오롯이 느낄 수 있도록 했다. 밤길을 밝혀줄 가로등조차 설치하지 않을 만큼 사람 보다는 자연을 우선시 여기는 순천의 뚝심도 놀라웠다.


용산전망대 일몰은 필수코스
순천만 낙조는 손꼽히는 비경. 식구들끼리 주도면밀하게 일몰시간에 맞춰 걷기 동선을 짜둔 터였다. 최고의 명당자리는 20여분간 비탈갈을 올라야 하는 용산. 전망대에서 내려다 보는 순천만 갯벌과 갈대밭은 또 다른 매력이 있다. S자로 굽이도는 수로, 붉게 물든 노을, 드넓은 갈대밭, 검붉은 빛깔의 칠면초 군락이 기막힌 조화를 이뤘다.
여기에다 황금빛 들녘에 흑미를 심어서 ‘생명의 땅 순천만, 순천만정원을 품다’란 설명한 글씨를 논에다 새긴 경관농업지구가 이채로웠다.
 
넓고 넓은 순천만정원
지난해 열린 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장에 문을 연 33만평 규모의 순천만정원. ‘물과 나무의 어울림이 좋으니 느긋하게 걸어보라’, ‘넓기만 할 뿐 특색 있는 볼거리가 없다’ 똑같은 정원을 놓고 다녀온 지인들끼리 엇갈리는 평가가 나와 사뭇 궁금했던 터였다. 소문대로 넓었다. 입구에서 만난 정원해설사는“대충 훑어봐도 5시간, 꼼꼼하게 보려면 하루는 꼬박 투자해야 한다”고 귀띔했다.
정원을 관통하는 동천에 놓여진 길이 175m ‘꿈의 다리’는 물 위의 미술관으로 꾸며졌다. 설치미술가 강익중이 전세계 어린이 그림 14만점을 한데 모아 완성한 거대한 작품은 여행자들에게 소소한 재미를 선사한다.
우리나라를 비롯해 중국, 일본, 프랑스 등 11개국의 특징을 담은 정원도 선보이는 데 큰 기대는 접고 산책삼아 둘러보면 좋을 듯.  33만평의 정원 안에는 순천호수정원, 편백숲길, 습지센터 등이 요소요소에 자리 잡고 있다.


초가집에서의 하룻밤
조선시대 대표적인 지방계획도시인 낙안읍성 안에는 전통문화 체험장, 드라마세트장 뿐 아니라 초가집에 120가구가 옹기종기 정겹게 살고 있어 눈길을 끌었다. 호기심 많은 여행자들이 읍성 안에는 하룻밤 묶어갈 수 있도록 초가집, 기와집을 개방하는 민박집이 꽤 많다. 도시에서 나고 자란 중2 딸은 낙안읍성 안에서의 하룻밤을 꽤나 신기해 했다. 초가집 안에는 용케 현대식 욕실까지 갖췄다. 초가지붕, 말끔하게 손질된 잔디 깔린 앞마당 여기에 주렁주렁 열매 맺은 감나무가 고즈넉한 순도 100% 시골 분위기를 연출했다.
10대부터 70대까지 취향도 관심사도 제각각인 3대가 함께 떠난 가을여행. 1박2일 둘러본 순천만 최고의 핫플레이스로는 다들 용산전망대의 낙조를 꼽았다.



순천만 여행Tip


여행정보
한 장의 입장권으로 자연생태공원, 순천만정원도 모두 이용가능. 어른 5000원, 어린이 2000원이며 순천시와 자매결연을 맺은 서울시민은 50% 할인혜택이 있다.
순천만정원과 자연생태공원을 잇는 소형 무인궤도차인 스카이큐브가 운영된다. 이용료는 1인 5000원


먹을 곳
자연생태공원 맞은편에 식당가가 형성돼 있다. 꼬막회무침에 갖가지 반찬으로 한상 차려진 꼬막정식, 짱뚱어탕 등의 향토음식을 식당들마다 앞다퉈 선보인다. 순천시가 제작한 관광안내 지에 추천음식점들이 일목요연하게 정리돼 있다.


잠잘 곳
낙안읍성 안 민박집은 1박에 5만원. 홈페이지(http://nagan.suncheon.go.kr/nagan)에서 예약이 가능하다. 순천시가 순천만 정원 옆에 에코촌유스호스텔(http://ecochon.suncheon.go.kr/ecochon)을 운영한다. 한옥형 유스호스텔로 객실 20개가 있다.


문의 : 순천시 관광진흥과 061-749-4222
오미정 리포터 jouroh@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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