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로봇으로 봉사하는 즐거움 찾는다

안산해양중학교 과학로봇봉사동아리

지역내일 2014-10-30

잠 많은 사춘기. 토요일 아침 꿀 맛 같은 늦잠을 물리치고 글로벌다문화센터로 향하는 중학생들이 있다. 안산해양중학교 ‘과학로봇봉사동아리’ 학생들. 올해 여름부터 다문화가정 어린이 13명에게 로봇과학을 가르치고 있는 기특한 학생들이다. 지난 25일 화랑유원지 글로벌다문화센터에서 로봇수업에 한창인 해양중학교 로봇과학 동아리 학생들과 다문화가정 어린이들을 만났다. 

해양중


놀면서 가르치는 재미난 봉사
글로벌다문화센터 내에 마련된 교실. 초등학교 학생을 가르치고 있는 건 불과 대 여섯 살 많은 중학생들. 아이들이 눈과 귀를 쫑긋 모아 뭔가 만들기에 집중하고 있다. 이들은 작은 블록을 연결해 ‘돌아가는 회전의자’를 만드는 중이다. 기계장치에 연결한 블록이 스위치를 켜자 빙글빙글 움직이기 시작한다. 제 손으로 회전의자를 만든 꼬맹이들의 눈빛도 반짝 전깃불이 들어오듯 빛나기 시작한다. 신기한 듯 바라보기도 하고 작은 함성을 내지르는 학생도 있다.
학생들의 반응에 어린 교사들도 덩달아 신났다. 누군가 ‘가르치면서 배우는 것이 더 많다’고 했듯이 해양 중학교 아이들도 바로 그 말을 실감하는 순간이다.
안산해양중학교가 과학로봇봉사동아리가 꾸려진 건 지난 여름방학이었다. 학교가 로봇과학 교육을 위해 ‘레고 마인드 스톰 EV3’을 구입한 후 동아리 구성원을 모집했고 모인 아이들이 로봇을 배우고 즐기는 것 뿐 아니라 뭔가 더 의미 있는 일을 해 보고 싶다고 제안해 글로벌센터 봉사가 이뤄진 것이다.
과학로봇봉사 동아리 학생들은 지난 여름방학 내내 동생들과 어떤 로봇을 만들지 고민하면서 하나하나 제작가이드 북도 만들었다.
동아리 배성준 회장(해양중 3학년)은 “아이들이 쉽게 만들 수 있고 재미있어할 만한 단계 로봇 15가지를 준비했어요. 처음 하는 사람들도 따라할 수 있게 차근 차근 시작단계부터 사진을 찍어서 그 자료를 보고 아이들과 함께 로봇을 만들고 있어요”라고 설명했다. 제법 두꺼운 이 가이드 맵이 아이들의 교재인 셈이다.


작은 변화가 주는 큰 보람 알아가기
때로는 말썽도 부리고, 잘 따라하지도 않고 딴짓하기 일쑤인 꼬맹이들. 그런 아이들을 구슬려 한 작품을 끝내기가 쉬운 일은 아니다. 어떤 아이는 너무 소극적이어서 다 형 누나에게 맡겨놓는 경우도 있다. 남을 가르친다는 쉽지 않은 일을 하면서도 매주 꾸준히 나와 봉사하게 하는 힘은 어디에 있을까? 김형준 학생은 “아이들이 로봇을 완성한 후 재밌게 갖고 노는 모습을 볼 때가 가장 보람있었어요”라고 말한다. 또 이서영 학생은 “어떤 동생이 가이드 맵에 나오지 않은 자동차를 만들어 보고 싶다고 해서 수업이 끝난 후 같이 만들었는데 조금씩 원리에 대해 알아가고 질문하는 모습을 보면서 신기하기도 하고 뿌듯했어요”라고 덧붙혔다.
수업을 통해 공감을 하고 조금씩 변화해 가는 모습을 보는 것이 가장 큰 기쁨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이렇게 교육을 매개로 한 봉사가 이 나이 또래 학생들에게 가장 효과적이고 의미 있는 봉사라고 한다.
과학로봇봉사동아리 조광근 지도교사는 “아이들 봉사활동으로 체험부스를 운영하게 하면 다른 봉사활동은 다 힘들다고 해도 동생들에게 뭔가를 가르친 활동을 한 친구들은 다음에도 또 하고 싶다고 말하죠. 그 만큼 누군가를 가르친다는 것은 새로운 배움을 주는 과정인 것 같다”고 말한다.


올해 만들어 봉사의 씨앗을 뿌리기 시작한 해양중 과학로봇봉사동아리. 내년 1월엔 코리아로봇챔피언 대회 출전을 준비하며 한 단계 더 성장을 계획 중이다. 동아리가 성장하듯 아이들도 각자의 꿈을 향해 성장해 나갈 것이다. 봉사동아리 학생들의 꿈은 제각각이다. 기계공학을 전공하고 싶다는 남학생들과 외교관이 되고 싶고 그래픽 디자이너가 되고 싶다는 여학생, 아직 꿈을 찾지 못했다는 학생들. 그러나 이런 봉사활동이 그 아이들을 꿈을 향해 조금씩 밀어주고 있다는 것은 확실해 보인다.


하혜경 리포터 ha-nul2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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