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열전 마지막 주인공은 카페 주인장이다. 은퇴자, 주부, 투잡 직장인이 너나없이 카페 창업에 나서면서 대한민국은 ‘카페 혈전’이 한창이다. 경쟁이 치열한 만큼 상권 분석과 입지 선정, 메뉴 개발, 서비스 어느 하나라도 소홀함이 없어야 생존을 할 수 있다. 레드오션에 뛰어들었지만 ‘창업의 정석’대로 단계를 밟아 틈새시장을 넓히는 중인 빙수 전문점 빙설아를 찾아 노하우를 들어보았다.
봄 날씨가 여름을 향해 달리면서 빙설아의 매출이 기지개를 켜고 있다. “자몽빙수가 반응이 좋네요.” 이세경 대표(36세)는 신이 난 표정이다.
잠실역 부근 잠실 푸르지오월드마크 지하 1층에 자리 잡은 열 평(33㎡) 규모의 디저트카페 빙설아는 지난해 9월 오픈했다. ‘건강’을 콘셉트로 팥빙수를 비롯한 각종 빙수와 과일티를 선보이고 있다.
“팥빙수용 팥은 전북 김제의 앵두팥을 사다가 직접 쒀요. 빙수는 우유 함량을 높인 눈꽃 빙설로 차별화했고 과일은 가락시장에서 신선한 걸로만 골라옵니다. 오미자는 시골 외할머니가 직접 담근 걸 공수 받고 있습니다.” 식재료에 자신 있어야 손님들 앞에 떳떳할 수 있다는 고집이 이 대표의 얼굴에 묻어난다.
창업 준비만 오롯이 1년
그는 가게 문을 열기까지 1년을 꼬박 창업 준비에 매달렸다. 대학에서 광고홍보학을 전공하고 10년 남짓 직장 생활을 한 그는 ‘내 가게’를 열겠다는 결심을 굳히고 사표를 냈다.
카페 창업을 염두에 두고 숭실대 평생교육원에서 커피 공부부터 시작했다. “3개월간 커피 뽑는 기술을 배우고 바리스타 자격증을 땄어요. 일단 기술은 익혔는데 상권 분석이며시장 트렌드 파악 같은 경영 쪽 지식이 얕았죠.”
수소문 끝에 소상공인진흥원에 진행하는 창업교육을 들었다. 오전 9시부터 오후5시까지 한 달간 다양한 분야의 강사들에게 밀도 있는 경영수업을 받았다. 게다가 여럿이 조를 짜서 시장조사와 견학을 자주 다녔기 때문에 현장 공부도 알차게 했다.
“카페 실무를 경험하고 싶었던 차에 송파구가 운영하는 참살이실습터를 알게 됐어요.” 이 대표는 숭실대 평생교육원, 소상공인진흥원에 이어 세 번째 교육을 신청했다. “국비로 진행되는 교육인데다 실습도 맘껏 할 수 있었죠. 특히 잠실대교 옆 전망카페를 직접 운영해 볼 수 있는 특전까지 있었어요.” 경쟁을 뚫고 카페 운영자로 선발된 뒤 본격적인 창업 준비에 매달렸다. “갖가지 시제품을 만들어 손님에게 테스트하면서 ‘팔릴 음료’의 감을 잡을 수 있었죠.”
수없이 발품 팔아 점포입지 발견
한편으로는 점포 물색에 뛰어들었다. 서울시내와 경기도권을 샅샅이 훑으며 시장조사에 나섰다. “카페는 몫이 중요하잖아요. 점 찍어둔 점포는 한 달 꼬박 나가 오전, 오후, 저녁 시간대별로 유동인구를 체크했어요. 20대 여성 몇 명, 30대 남성 몇 명 식으로. 꼼꼼히 적어 표로 만들어 상권 분석을 한 다음 소상공인진흥원에서 인연을 맺은 강사를 찾아가 조언을 구했죠.”
그래도 마음에 드는 가게자리를 만나지 못하자 송파사회적경제허브센터에 도움을 청했다. 센터장, 상담사와 함께 현장을 다니며 입지를 분석했다. “상담사가 마침 커피숍 창업 준비경험이 있어 도움을 많이 받았어요. 지금 가게 자리도 그분과 함께 최종 낙점했죠.”
가게는 지하 1층이라는 핸디캡은 있지만 상업시설, 아파트촌을 배후에 끼고 있는 장점이 있었다. “카페는 1층이어야 하는데 세가 비쌌어요. 그래서 고심 끝에 저렴한 지하를 택하고 커피 대신 빙수 카페로 바꿨죠. 결과적으로 옳은 선택이었습니다. 주변의 커피숍과 경쟁을 비껴갈 수 있었을 뿐 아니라 오전에는 주부, 점심에는 직장인, 저녁에는 연인, 가족 등 손님 층이 고르게 분산됐죠.”
창업비용은 인테리어에 1600만원, 기기 구입비에 2000만원 등 총 1억 원 남짓 들었다. 손님이 급감하는 겨울을 무사히 견디자 매출이 상승곡선을 타고 있다. 아직 직장인 시절 연봉에는 못 미치지만 곧 뛰어 넘을 것이라 낙관하고 있다.
휴무 없이 아침부터 밤까지 강행군의 연속이지만 ‘나는 사장’이라는 책임감으로 미혼의 사장은 자식 키우듯 가게를 키우는 중이다. “경기가 어렵지만 틈새시장은 분명 있습니다. 타깃과 콘셉트가 관건이죠. 장사 경험이 쌓이니까 이제 어떻게 가게를 키워나가야 할지 길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이 대표가 직접 지은 ‘빙설아’ 가게 이름은 상표출원을 냈고 체인점 사업도 구상중이다. “혼자 감당할 수 있는 규모로 작게 시작해 조금씩 늘려나가는 게 좋아요. 돌이켜 보면 30대 중반의 창업은 옳은 선택이었다고 봅니다. 창업을 고민 중인 분이라면 철저히 준비하라 꼭 당부하고 싶어요.” 이 대표가 당부한다.
빙설아 : 02-2202-0643
리포터''s eye 디저트카페 창업 노트
창업 전 3스텝 교육
정부의 무료 창업교육과 컨설팅을 알차게 활용했다. 특히 점포를 고를 때 상담사가 답사에 동행, 실질적인 도움을 받았다. 또한 창업 교육생들과 쌓은 인맥의 도움도 컸다.
심사숙고해 선정한 가게 입지
반년간 서울, 경기도를 훑으며 입지 보는 눈을 키웠다. 나중에는 권리금 농간을 부리는 부동산업자들까지 간파할 수준까지 됐다. 덕분에 직장인, 가족 단위 손님이 혼재한 안정적인 상권을 고를 수 있었다.
좋은 재료가 주는 당당함
국산팥, 신선한 과일 등 식재료에 각별히 신경 쓴다. 원가 부담은 높지만 재료에 자신이 있으니까 손님 앞에 당당할 수 있고 ‘건강 디저트 카페’라는 이미지를 어필할 수 있다.
창업 스토리 취재 후기
“끈기, 공부력, 1인다역이 비결이더라”
자영업자 10명 중 7명이 3년 내 망한다는 암울한 요즘, 고군분투 속에 창업에 도전, 토대가 튼실한 가게로 키워가고 있는 우리 동네 꽃집, 떡집, 카페 여사장들을 만나보았다.
이들의 공통점은 끈기, 공부력, 1인 다역의 억척스러움 3가지로 요약된다. “6명이 공동창업했는데 셋은 떨어져 나가고 끈기 있는 셋만 남았네요.(한라산쑥떡전문점 미당 대표)”, “눈앞의 매출, 순익만 따져서는 장사 못해요. 적자만 보지 않으면 꾹 참고 길게 봐야죠. 난 몇 년 안에 20대인 우리 딸도 끌어들여 꽃집을 조금씩 키워나갈 생각이에요.(자르뎅 대표)”
인건비 절약을 위해 사장이 다하는 헝그리정신, 창업 전 오랜 기간 다양한 걸 배워 기술을 익히며 기초 체력을 다진 것도 장사의 비결이다.
오미정 리포터 jouroh@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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