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 열전 두 번째 주인공은 떡집 여사장들이다. 식구들 보살피던 엄마의 마음과 정성으로 떡 만들어 보자며 전업주부들이 덜컥 가게를 오픈한 지 4년 남짓됐다. 장정들도 나가떨어질 만큼 몸이 고되다는 떡집을 탄탄히 운영중이다. 게다가 피를 나눈 형제자매 사이에도 꺼린다는 동업으로. 한라산쑥떡 전문점 미당의 순항 비결을 들어보았다.
송파구민회관 건너편 대로에 위치한 떡집의 하루는 6시 반 이른 아침부터 시작한다. 쑥 손질하랴 떡 앉히랴 오금희(55세), 빈숙경(55세) 동갑내기 사장의 손길은 분주하다.
이 집의 대표 메뉴는 쑥떡. 10평 규모(33㎡)가게에서 매일 쌀 한가마니(80kg) 분량의 떡을 빚는다. 떡집 규모는 작은데 물량은 작지가 않다. “아침 일찍 소매로 팔 떡을 만들고 낮부터는 전국 각지에 택배로 보낼 쑥떡을 빚죠. 당일 판매가 원칙이라 저녁 무렵 택배로 다 실어 보내고 나면 보통 7시 무렵 마감해요.” 오 사장이 쉴 틈 없이 바쁜 ‘떡집의 하루’를 들려준다.
‘한라산 쑥떡으로 만든 건강 떡’이란 웰빙 테마의 단순한 콘셉트가 손님들에게 통했다. “쑥은 제주도에서 매일 항공편으로 공수 받고 국산 찹쌀도 매일 배달돼요. 신선하고 좋은 재료를 쓰니 당연히 떡 맛이 좋죠.” 빈 사장의 얼굴에는 자부심이 묻어난다. 2009년 오픈한 떡집은 입소문을 타고 2011년 대치동에 분점을 낼 만큼 순항중이다. 또 한명의 주인장 이희숙 사장이 대치동점을 책임지고 있다.
폐백음식 만들며 장사 수업
‘자칭 미녀 삼총사’의 동업 인연은 7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모두 윤숙자한국전통음식연구소 동기동창생들이다. 떡, 한과, 이바지음식을 취미 삼아 골고루 배우다 뜻이 통했다. “배운 기술 묵히지 말자며 맨 처음에는 이바지음식 전문점을 냈어요.” 오 사장이 과거사를 술술 풀어낸다.
1인당 180만원씩 추렴해 주택가에 작은 사무실을 얻었다. 장사 경험이 전무한 아줌마 여섯이 가내수공업 형태로 근근이 버텼다. “1백만 원 짜리 고급 이바지 음식 주문받으면 일주일 꼬박 작업해 납품하는 식이었죠. 육포에 한과, 떡 까지 손이 많이 갔죠. 그나마 주문도 가뭄에 콩 나듯 드문드문하고. 장사라기 보다는 취미 생활에 가까웠죠.” 빈 사장이 덧붙인다.
여섯이 시작했지만 셋은 손을 털고 나갔다. 오 사장은 “3년간 장사수업을 한 셈”이라며 “무던하고 끈기 있는 성향이 엇비슷한 세 사람만 남았다”며 빙긋 웃는다. 사양 산업인데다 원가가 높은 폐백 음식 대신 떡에 집중하자고 세 명은 중지를 모았다. 기계가 아닌 손으로 만들어 떡 맛이 좋다는 그간의 손님들 반응에 내심 자신도 있었다.
쑥과 찹쌀의 황금비율을 찾아라
“지인이 제주도에서 쑥 농장을 했기 때문에 해풍 맞으며 노지에서 자란 질 좋은 쑥을 안정적으로 공급받을 수 있었죠. 한라산 쑥떡을 테마로 맛있는 떡 연구에 매달렸죠. 쑥이 몸에 좋다고 무턱대로 많이 넣으면 종잇장 씹는 것처럼 질깃하고 식감이 안 좋아요. 찹쌀과 쑥의 황금비율을 고심 끝에 얻어냈습니다.” 빈 사장이 그간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셋이 쌈짓돈 3000만원씩 보탠 창업자금으로 대로변에 지금의 가게를 얻었다. “수줍음을 타서 손님과 눈도 마주치지 못할 만큼 셋 다 풋내기 장삿꾼이었고 가게 홍보에는 문외한이었지만 떡 맛만은 자신 있었죠. 주변에서는 얼마 못가 문 닫을 거라 했지만 우리 가게는 오픈 이래 단 한 번도 적자를 본 적이 없어요.” 오 사장의 얼굴에는 자부심이 묻어난다.
비결은 성실함. 설과 추석 명절 대목 때는 하루 2~3시간만 자고 온종일 떡을 만들었다. 과로로 입이 돌아가고 하혈을 할 만큼 일이 고됐지만 우직하게 해나갔다. 지금도 어깨며 손목 등의 관절 통증은 늘 달고 산다. “자영업은 사장이 직원 세 몫을 해야 돼요. 주인장이 카운터만 지키고 휴일 다 챙기면 돈 벌기 어려워요. 처음 장사할 때는 주문이 들어오면 한밤중이라도 무거운 떡 상자 들고 버스 타며 배달 다녔죠. 억척스럽게 일한 만큼 대가는 정직하게 돌아오니까요.” 빈 사장은 몸으로 배운 ‘평범한 진리’를 들려준다.
웰빙 바람을 타고 단골이 점점 늘자 입소문만으로 백화점 VIP 라운지 납품권을 따내고 명절 때는 기업체 단체 주문이 줄을 잇는다. 1인당 월수입을 묻자 대기업 중간관리자급 수준은 된다며 에둘러 말한다.
‘손님 입맛은 귀신’이라는 깨달음
소문이 나면서 체인점을 내달라는 사람들이 여럿 찾아왔다. 하지만 ‘손님들 입맛은 귀신’이기 때문에 수제 떡맛의 일관성을 위해 모두 거절했다고 귀띔한다.
“자녀가 중고생이 될 무렵 전업주부 상당수가 일을 갖고 싶어해요. 이것저것 배우는 데만 그치지 말고 자신이 좋아하는 걸 정해 실전에 부딪혀 보세요. 우리도 180만원씩 들고 시작했잖아요. 물론 처음엔 돈도 안 되고 힘만 들며 설움도 겪지만 정직한 노력으로 고비를 넘기다 보면 한 만큼 돌아오는 장사의 매력을 맛보게 됩니다.” 선배 사장들은 거듭 강조한다.
미당 : 02-423-7007
리포터''s eye 떡집사장의 창업 노트
명확한 콘셉트
한라산 쑥이라는 건강테마가 손님들에게 어필했다. 개업 초창기에는 온갖 종류의 떡을 선보였지만 효율성을 위해 쑥떡에 집중하고 있다. 특히 쑥은 상하지 않고 잘 굳지 않아 동네 뿐 아니라 전국을 상대로 판매하는 데 강점이 있다.
동업의 장점 최대화
창업 자금이 적게 들고 여럿이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동업의 장점을 극대화했다. 폐백음식 만들며 각자의 장단점을 속속들이 파악하며 쌓은 3년의 신뢰가 밑거름이 됐다. 물론 ‘일을 미루지 말자’, ‘수익은 동일 분배’ 등 동업의 불문율은 철썩 같이 지켜야 한다.
주인장은 만능
좋은 재료를 아낌 없이 쓰려면 인건비 밖에 줄일 게 없다. 즉 주인이 다 할 줄 알아야 한다. ‘사장이 직원 세 몫을 해야 가게가 제대로 돌아간다’는 충고를 곱씹어 봐야할 대목. 사업에 궤도에 오른 지금도 가게 2곳에 각각 보조 직원 1명씩만 두고 주인장들이 직접 챙기고 있다.
오미정 리포터 jouroh@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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