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도아트는 2004년 예술계 강사들이 아이들에게 소질과 재능에 맞는 예술 교육을 하자는 취지로 결성한 단체이다. 지금은 벽화를 그리거나 지역 아동 센터 등에서 미술, 연극 등을 가르치고 있다. 2014년 가을, 십자성마을 회관에서 벽화를 그리고 있는 이들을 만났다.
회색 담장 위에 피는 꿈
도시의 회색 담벼락이 고도아트 회원들의 손길이 닿자 색색으로 물들며 전혀 다른 공간으로 탄생 한다. 고도아트 회원들의 벽화 작업은 서울시와 전국에서 이루어지지만 가장 많은 작업을 한 곳은 강동구이다. 강동구에서는 마을 만들기 사업으로 신명초등학교, 고덕동 묘곡초등학교, 명일2동 주민센터, 고덕동 안전마을 한강변 주택들 벽화 작업을 했다. 천호동 골목골목에도 벽화작업을 많이 했다. 천호 1동 주민 센터 아래 지하일층 경로당과 천호3동 주택가 안쪽, 천동초등학교 앞에서도 벽화 작업이 이루어졌다. 천호 2동 문구거리 안쪽의 장미마을에서는 대단위 작업으로 어린왕자 시리즈를 작업했다. 장미마을은 지금도 지속적으로 벽화작업이 진행 중이다.
벽화를 그리면 눈으로 보는 것도 즐거워지지만 그 전에 이미 변화가 일어난다. 고도아트 김윤주 대표의 말이다.
“벽화를 그리기 전부터 의미가 있다. 지역주민을 만나고 통장님과도 만나면 주민들이 뭘 원하는지 알게 되고 다시 고민해서 시안을 그리거나, 답사를 가면 지역에 필요한 것이 눈에 띄게 된다. 청소가 안 되어 있으면 조언하고 벽면에 대해서도 건의를 하면 개선이 된다. 쓰레기도 치워지고 꽃밭이 만들어지기도 한다. 신명초등학교 근처가 그 예이다. 후미지고 쓰레기 많이 버리던 곳이 개선 되서 깔끔해진다.”
일단 고도 아트에서 벽화를 그리기로 하면 환경이 개선되고 벽화가 완성되면 보기가 좋아진다. 나중에 일어나는 가장 큰 변화는 사람들 생각이 달라져서 부수고 새로 짓는 것보다는 다시 고치고 새롭게 단장하면서 도시재생의 의미를 갖게 된다는 것이다. 고도아트 회원들이 힘든 작업을 계속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더운 여름날 땡볕 아래서 작업해야 하는 수고로움이나 체력적인 한계는 벽화 작업을 하는데 있어 애로점 중 하나이다. 그래도 벽화 작업을 하고 있으면 지나가는 주민들이 ‘고맙다’고 ‘정말 예쁘다’, ‘수고 한다’고 건네는 말 한 마디 한 마디에 힘을 받아 다시 일어서게 된다. 고도 아트 회원으로 활동한지 2년 되었다는 한명완 씨의 말이다.
“벽화 작업을 하고 있으면 주민들이 나와서 커피도 타주시고 부침개도 부쳐 나오시고 먹거리를 많이 가져다주신다. 고도아트는 상업적인 단체가 아니라 순수하게 봉사로 사람들에게 기쁨을 주고 보람도 주는 단체라 계속 활동하게 되는 것 같다.”
무대 위의 문화
지난 15일 저녁 강동구의 호원아트홀에서는 고도아트의 또 다른 활동인 뮤지컬 공연이 열렸다. 미래 사회에서 선사시대 암사동을 찾아온 시간 여행자 키키의 이야기를 다룬 창작뮤지컬 ‘시간 여행자 키키’였다. 보통 연극을 무대에 올릴 때 두 달 동안 매일 6, 7시간을 연습해야 하는데 아마추어인 출연자들의 시간을 쪼개어 일주일에 한번씩 2시간동안 연습으로 무대에 올라 어려움이 많았다. 그래도 오늘 공연에 고도아트의 김윤주 대표는 기획자로서 만족한다.
“ 평생학습에서 예술교육을 할 때는 연극 프로그램을 위한 것이 아니라 연극을 만들어가는과정이 더 중요하다. 과정에서 얼마만큼 만족도를 느끼고 자기가 필요한 교양을 익히고 그것을 통해서 자아가 성장한다거나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고 타인과 소통하는 것이 목적이다. 나중에 엄청난 공연장에서 공연하는 것이 주목적이 아니다. 기획자 입장에서는 훌륭하게 잘 했다고 생각한다.”
생산자가 소비자가 되는 예술을 꿈꾸며
김 대표는 올해 고도아트의 화두를 협업으로 삼았다. 뮤지컬 공연도 그 일환으로 연극 하는 사람과 그림 그리는 사람, 뮤지컬 하는 사람이 모두 한데 모여 작품을 이루었다. 내년에는 생산자가 소비자가 되는 예술을 만들어보고 싶다고 한다. 내가 내 집 앞 벽을 직접 칠해보자는 것이다.
“물론 시안을 그리거나 칠하는데 도움을 드리겠지만 내 집 앞의 벽화는 직접 내 손으로 그려보자는 겁니다. 상위 1%가 즐기는 고급 예술은 물론 존재하겠지만 직접 참여하는 것, 내 것을 내가 즐기고 향유하는 시대가 왔으면 좋겠다.”
고도아트의 도움을 받아 내 집 앞 담장에 나만의 그림을 그려보는 것도 멋진 경험이 되지 않을까?
김 대표는 “고도아트의 브랜드가 벽화라는 것과 벽화가 도시재생이기 때문에 벽에 그림을 그리는 사람들이 길가에 있다면 고도아트 사람일수도 있다 라는 것을 생각해주시고 한번쯤 박수를 보내주시면 좋겠다”고 마지막으로 당부했다.
오현희 리포터 oioi33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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