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산의 대표적인 명문 고등학교 중 한 곳인 원곡고등학교가(교장 김송미)가 올해 2학기부터 혁신학교로 지정, 운영되고 있다. 원곡고는 안산 고교평준화 이후 나타난 지리적 단점 등을 혁신학교 프로그램을 통해 극복하고 제2의 도약을 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고등학교에서 혁신학교의 새로운 모델을 만들고 싶다는 원곡고 구성원들. 그들이 꿈꾸는 학생과 교사가 모두 행복한 학교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혁신학교 운영은 학업능력 향상 위한 것
원곡고의 혁신학교 지정 과정을 지켜보던 일부 사람들은 이해하지 못했다. 혁신학교의 경우 초·중학교에서는 성공 사례가 많지만 대입과 직결되는 고등학교에서는 성공 사례가 극히 드물기 때문이다. 그래서 일부에서는 “원곡고가 혁신학교로 되는 건 공부 안하는 학교로 만들자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까지 했다.
원곡고를 혁신학교로 만들자는 의견이 처음 나왔을 때 원곡고 학부모들도 비슷한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원곡고 구성원들은 혁신학교를 통해 원곡고의 새로운 미래를 만들 수 있다고 자신한다. 지난해 3월 부임한 김송미 교장과 교직원들은 “원곡고가 혁신학교로 되는 것은 놀자는 것이 아니라 학업능력을 더 향상시키자는 것”이라고 했다. 지난해부터 이런 목표를 학부모들과 공유했고 새로운 원곡고 만들기에 모두 동참하고 있단다.
김송미 교장의 설명을 들어보자. “지난해 3월 원곡고로 부임하니 분위기가 많이 다운돼 있었습니다. 고교평준화의 영향이었습니다. 평준화 이후 공부뿐만 아니라 다양한 영역에 재능 있는 학생들이 모였는데, 이 학생들의 성향을 충족시킬 프로그램이 전무했죠. 정렬이 되지 않은 느낌이었습니다. 학교의 체질을 바꿔야 할 시점이었죠. 혁신학교 지정은 이런 고민에서 나왔습니다. 처음 얘기를 꺼냈을 때는 반대가 많았죠. 그래서 왜 혁신학교로 바뀌어야 하는지, 혁신학교를 통해 학생이 행복하고 입시정적도 좋은 학교로 만들 수 있는지를 지난 1년 동안 공유하고 토론하며 설득했습니다.”
지난해 12월, 원곡고 교직원들은 ‘원곡고의 미래를 위해 무엇을 버리고 무엇을 채울 것인가’를 주제로 워크숍을 열고 다양한 의견을 교환했다. 이후 원곡고는 올해 1학기에는 혁신학교 준비교로, 2학기에는 혁신학교로 지정 받았다.
학생 맞춤 교육과정, 생각을 바꾸면 가능하다
원곡고가 제2의 도약을 위해 혁신학교를 선택한 것은 교육과정을 보다 자유롭게 구성할 수 있고, 한 반 인원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점 등이 대표적인 이유였다.
김 교장은 “대입이 정시모집 중심에서 수시모집 중심으로 바뀌고 있다. 학교에서 수시준비를 시켜주기 위해서는 학생 개개인의 장점을 살릴 수 있는 교육과정, 그리고 학생 개개인에 대한 밀착관리를 해야 한다. 혁신학교를 통해 이런 운영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현재 원곡고에서 운영되는 교육과정은 다른 고등학교와는 조금 다르다. 인문·자연 2개의 계열로 운영되는 것이 아니라 인문, 자연, 사회과학, 융합과학, 예·체육, 직업교육, 특수교육 등으로 세분화되어 있다. 학생 개인의 재능이나 진로 목표에 따라 교육과정이 조금씩 다른 반에서 공부를 하고 자신의 재능을 키울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이런 운영을 위해 ‘진로와 직업’이라는 교과를 신설하고, 1학년 1학기 말까지 학생 스스로 1차 진로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다양한 지원을 하고 있다.
한발씩 더 다가선 학생과 교사들
혁신학교가 된 이후, 정확히는 지난해부터 원곡고에는 많은 변화가 생기기 시작했다. 원곡고의 미래에 대해 함께 고민하면서 교사들이 학교 발전을 위해 먼저 나섰다. 수업혁신을 위해 전문학습공동체를 조직해 학생들에게 더 좋은 교육을 위한 연구를 시작했다. 그 결과 학생과 교사가 함께 할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이 만들어졌다. 대표적인 게 학생이 얘기를 하고 싶은 교사를 선택해서 점심시간을 이용해 산책하며 고민이나 진로 등을 이야기하는 ‘감성산책’이 있다.
조순이 혁신연구부장은 “혁신학교가 되면 선생님들의 업무가 많아진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있는데, 원곡고는 그렇지 않다. 각종 프로그램들을 교육과정 안으로 대부분 포함시켰기 때문이다. 특히 새로 프로그램을 만들기보다는 기존에 있던 좋은 프로그램들을 더 발전시키고 개선시켜 학생들 모두 참여할 수 있도록 했다”고 말했다.
원곡고의 변화는 학생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쳤을까? 원곡고 구성원들은 “학생들이 밝아졌다”고 입을 모은다. 그리고 학교폭력도 크게 줄었단다. 지난해 2학기부터 지금까지 학교폭력대책위원회에 상정된 안건이 하나도 없다.
일부 학생들은 다양하게 운영되는 프로그램을 통해 자신의 진로를 찾기도 했다. 국악 프로그램에 참여한 한 학생은 판소리에 특별한 재능을 발견하고 올해 판소리 특기자로 대학에 진학할 예정이다.
김 교장은 “공부는 즐겁게 할 때 효과가 난다고 생각한다. 강제로 지식을 주입하는 교육이 아니라 스스로 즐기면서 할 수 있도록 다양한 판을 만들어주자는 게 원곡고의 생각이다. 그래서 교과연계 예술·체육, 동아리 활동 등도 다양하게 지원하고 있다”며 “즐기며 공부를 할 수 있다면 대입성적은 자연스럽게 잘 나올 것이다. 앞으로 더 발전하는 원곡고를 기대해 달라”고 말했다.
이춘우 리포터 leee8742@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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