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동구에 위치한 혁신학교 선사고는 요즘 전국적인 스포트라이트를 자주 받는다. ‘교육의 본질에 충실하자’는 뜻을 모아 의미 있는 교육 실험을 쉼 없이 선보이며 혁신학교의 모델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올초 1회 졸업생을 배출한 새내기 고교는 4년제 대학 합격생이 53%(126명), 서울 소재 대학 합격생 30%(70명)를 배출하며 기대 이상의 진학 성적표를 세상에 내놓아 화제를 모았다. 선사고 권재호(3학년 부장), 정선례(진로진학상담부장), 배성우(학습활동지원부장) 교사를 만나 진로진학 노하우를 들어보았다.
수업이 한창 진행중인 교실마다 시끌벅적하다. 학생 스스로의 능동적인 배움을 중시하는 선사고는 모둠 활동이 수업의 주류를 이루고 교내에서 수시로 진행중인 프로그램들 역시 자발성이 강조된다.
내실 있는 교내 프로그램이 학생부종합전형에서 두각
이처럼 고교 시절 내내 차곡차곡 쌓은 교내 활동들 덕분에 첫 졸업생들은 지난해 학생부종합전형(입학사정관제)으로 상당수 합격생(전체 대학 합격생 중 10.6%인 25명 합격)을 배출해 주목을 받았다. 올 고3 역시 학생부종합전형에 상당한 공을 들이는 중이다.
권 교사는 “고1은 담임교사 1명이 15명의 학생을 담당하기 때문에 수시로 만나 상담하면서 학생 개개인의 성향, 특징을 세밀하게 파악이 가능”하며 이를 통해서 “교사-학생 간 친밀한 신뢰감이 쌓이니까 1:1 맞춤식 진로 탐색과 진로 지도가 가능한 게 우리 학교의 강점”이라고 설명한다.
무엇보다 2011년 개교 당시 전체 교사 중 76%가 서울형 혁신학교에 지원할 만큼 대안적인 교육 시스템을 함께 고민하고 실천해 보려는 교사들의 열정, 끈끈한 동료애가 이 학교의 자산이다.
이 같은 교사들의 공감대를 바탕으로 진로 탐색-진로 설계- 진학으로 이어지는 로드맵이 고1부터 고3까지 체계적으로 짜여있다. 고1은 직업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고2는 희망 직업과 연관된 전공을 찾으며 고3은 본인이 선택한 전공을 깊이 있게 탐색하며 진학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가이드한다. 특히 고3 학생을 대상으로 전공학과를 탐색하는 경진대회도 매년 열고 있다.
혁신학교 롤모델 만들기 위해 뭉친 교사들
교사 지망생 장산들(3학년)양도 고3 틈틈이 고려대 교수, 사범대 학생회장을 직접 찾아가 전공과 대학 생활 관련 실질적인 정보, 졸업 후 진로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 여러 대학에 이메일 보내고 삼고초려 끝에 인터뷰를 성사시켰다는 장양은 “인터뷰 내용을 모아 진로 포트폴리오북을 만들어 유용하게 활용했다”며 경험담을 들려준다.
수시 원서 접수 후에는 논술, 구술 면접도 체계적으로 진행되며 희망 학생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학생들이 논리적인 말하기 훈련을 충분히 해야 시험장에서 떨지 않고 제 실력을 발휘할 수 있기 때문에 일반 면접, 전공 심화 면접까지 예상 질문을 뽑아 1:1 맞춤형으로 강도 높게 진행된다”고 배 교사는 설명한다. 실제 이 같은 방과후 맞춤형 면접 훈련 덕분에 여러 명의 합격생을 배출했다. “건축학과를 지원한 학생에게는 본인의 건축관을 유명 건축물과 연관 지어 스토리텔링기법으로 설명하는 법을, 광고홍보학과 지망생에게는 광고 기법을 활용해 개인을 PR하도록 연습 시켰는데 실제 유사한 유형이 나왔다”며 배 교사가 지난해 사례를 들려준다.
고1때부터 준비하는 진로진학 로드맵
고1~2 학생들에게는 학교 차원에서 다양한 방과후 활동을 운영해 비교과 경험을 골고루 쌓을 수 있도록 한다. 특히 팀 단위로 주제를 정해 심층 연구를 하는 R&E 활동은 전교생이 참여하도록 하고 수업 시간에 논문작성법도 체계적으로 지도한다.
우수 연구 과제는 대학교수를 초청해 심사하는 한편 발표대회를 열고 논문집 ‘선사논총’도 발간한다. ‘암사시장 상인들의 행복지수 연구’, ‘강동·송파구 고교 1학년 학생들의 진로에 대한 고민과 해결 방안’, ‘서울형 혁신학교의 현황과 성과를 바탕으로 한 서울교육의 대안 모색’ 같은 참신한 연구 성과물을 지속적으로 선보이고 있다.
이 외에 영문 소설 읽기, 수리논술 등 학생들이 주도적으로 운영하는 학습동아리도 학년별로 20여개씩 운영중이다. 전교생이 참여하는 상설동아리도 매년 증가해 현재 50여개 동아리가 활동하고 있다. 또한 교과 과목 외에 융합지식을 접할 수 있도록 외부 전문강사가 진행하는 토론과 질의 응답 중심으로 운영되는 인문학강의, 대학과 연계한 이공계 심화강좌도 꾸준히 열고 있다.
교내에서 개최하는 대회도 과목별 경시대회를 비롯해 테마 여행 소감문 대회, 선사플래너 우수상, 자기주도학습상 등 총 28개나 운영해 학생들의 특기 적성 개발을 독려중이다. 뿐만 아니라 직업인 초청 강연, 직업 체험 시설 방문도 수시로 진행중이다.
연중 진행되는 다양한 교내 프로그램을 소외되는 학생 없이 골고루 활용할 수 있도록 가이드하는 것은 교사들의 몫. 진로진학상담을 전담하는 정 교사는 “고1 진로수업시간에는 입학사정관제로 합격한 선배들의 사례를 유형별로 제시하며 본인의 진로 설계를 위해 동아리, 교내 프로그램을 어떻게 연계하면 좋을지 구체적으로 제시해 호응을 얻고 있다”고 덧붙인다.
입시 최전선에 있는 3학년 부장 권 교사는 “우리 학교의 모든 활동은 입시를 넘어 학생들의 자존감, 협동심을 키워주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말한다. 지속적인 노력 덕분에 “성적 때문에 위축되거나 열등감 갖지 않고 당당하게 성장하는 학생들의 모습이 대견하다”고 뿌듯해 한다.
오미정 리포터 jouroh@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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