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MZ 생태연구소 김승호 소장

지역내일 2014-04-09

“어떤 미래에 살 것인가, 그건 우리 사람들의 몫입니다”


동서로 248km에 펼쳐진 DMZ는 1953년 한국전쟁 휴전협정에서 정해진 군사분계선에서 남북으로 각각 2km씩 설정된 비무장지대를 말한다. 60년 동안 민간인 출입이 엄격하게 통제된 DMZ는 원시적 생태계가 그대로 보존되어 있다. 특히 한강 임진강 유역, 김포 고양 파주 등 광역으로 연결된 서부 DMZ 일대의 생태계는 접경지 생물권의 특징이 고스란히 나타나는 지역이다. 파주 DMZ생태연구소의 김승호 소장은 10여 년 동안 비무장지대의 생태계를 묵묵히 보살피고 지켜온 사람이다. 


-DMZ의 생명들이 전하는 말, 대변해주는 역할
지난 금요일 늦은 오후, 파주출판단지에 위치한 DMZ생태연구소에서 김승호 소장을 만났다. 중산고등학교 교사인 김 소장은 퇴근 후 다시 연구소로 출근하는 길, 그렇게 연구소에서 일을 하다보면 밤늦은 시간까지 머무르기 일쑤다. ‘연구소’라는 타이틀을 달고 있으니 후원이나 지원이 있으려니 싶겠지만 실상 운영은 온전히 김 소장 개인의 몫이다. 시간과 돈, 둘 다 감당해야 하는 일이 쉽지 않을 터. 그럼에도 그가 10년 째 생태계 보존에 열정을 쏟은 이유 분명 있다. 사람들의 발길이 닿지 않는 곳에 자연의 순리대로 살아가고 있는 생명들이 전하는 말, 그들이 하고 싶은 말을 대변해주고 싶기 때문이다. “겨울이면 철새가 날아들고, 봄이면 들꽃이 피던 이곳에 멸종 위기종 동물들의 개체 수가 급격하게 감소하고 있어요. 지구온난화 등 기후 변화도 있겠지만 사람들이 만드는 무분별한 개발로 인한 생태계 파괴가 더 큰 원인이죠. 우리가 유리창에 돌을 던지면 금이 가죠. 그럼 그 유리는 못 쓰게 되는 것처럼 생태계도 마찬가지예요. 생태계가 하는 말, 저는 그 말을 대변해주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파괴된 부분은 복원을 하고 서식지를 마련해주어야 하는데 그것을 위해 연구를 하고 정확한 자료를 통해 촉구하는 일을 하는 것이지요.”


-생태수업은 백년대계의 교육
김승호 소장이 지난 10년간 쌓아온 DMZ생태계에 대한 자료와 연구는 국내 환경계에 적지 않은 영향을 끼쳤다. 2012년 문산기상대 주최로 열린 ‘DMZ 보이지 않는 위협, 기후변화’ 세미나에서 발표한 연구결과는 큰 이슈를 낳기도 했다. 지금은 학계에서도 자료를 요청할 만큼 전문적인 연구로 인정받고 있지만 처음 시작은 학생들의 환경지도를 맡게 된 것이 계기가 됐다. 문산고등학교 재직 시 학생들의 환경수업을 맡게 됐는데 입시나 성적에 무관한 터라 좀처럼 관심을 갖지 않더라고. “대학에서 원예를 전공해서 들꽃에 관심은 많았고 가까운 임진강으로 환경탐사를 다니곤 했죠. 그래서 수업에 관심을 갖지 않는 아이들과 교실 밖으로 나가 탐사를 하기로 했어요. 학교가 DMZ 인근이니 아이들에겐 천혜의 자연 교육장이 주어진 셈이죠.”
임진강 수계권 전체를 조사하는 일부터 시작한 수업을 좀 더 흥미롭게 이끌기 위해 홈페이지도 만들었다. 인터넷에 익숙한 아이들에게 테마를 준 다음 웹서핑으로 자료를 수집하고 지료를 만들어 공유하고 발표하는 식으로 수업을 진행했다. 그러는 사이 아이들이 변화를 보이기 시작했다. 꽃에 먼저 다가가고 새나 곤충을 보는 눈빛도 진지해졌다. 그러자 김 소장의 특별한 환경수업이 알려지게 됐고 방송과 시민단체에서 생태안내자를 교육하는 강의도 맡게 됐다. DMZ생태연구소는 이렇게 그를 통해 생태공부를 한 몇 사람이 모여 만들어졌고, 체계적인 연구를 통해 환경에 이익을 주는 일을 도모하는데 뜻을 모았다. 그 일 중 하나가 생태교육, 김 소장은 아이들이 학창시절에 환경에 대한 바른 인식을 갖도록 도와주는 것이 어떤 교육보다 중요하다고 믿는다.
“우리 삶은 생물과 생물을 이어주는 생태계의 메카니즘에 의해 이루어집니다. 생물 하나가 사라지는 것은 그것 하나가 문제가 아니에요. 그것으로 인해 생태계의 고리가 무너지고 결국은 우리가 사는 생태계가 심각하게 파괴되고 맙니다. 그런데 사람들은 자신이 생태계의 일부라는 생각을 못해요. 결국 그 폐해는 지금 당장은 인식하지 못해도 결국은 우리들 몫이고 우리 아이들이 살아갈 세상인데 말이죠. 그것을 바르게 인식시켜주는 일이 생태교육입니다. 생태수업이야말로 백년대계의 교육이지요.”


-꽃과 동물을 만났을 때의 교감, 늘 새로운 감동 느껴
그동안 김 소장이 연구한 결과에서 한반도 기후변화의 경향은 DMZ 생태계에도 변화가 왔음을 보여준다. 겨울철 철새의 쉼터인 민통선 근처 들판은 불과 5~6년 전만 해도 수 백 마리의 두루미가 찾아왔지만 지난해에는 30여 마리만 파주를 찾아왔다. 또 한강에서 연천에 이르는 서부권 DMZ의 기후와 생태계 변화는 동부권보다 심해 서식하던 21종의 멸종 위기종이 15종으로 감소했다. 개리와 황새가 종적을 감췄고 재두루미 등이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가장 큰 원인은 개발로 인해 먹이터가 사라지기 때문이지요. 먹이가 있던 곳들은 축사나 창고가 되고 그나마 남은 농지도 볏집을 수거하거나 갈아엎어 먹을 낙곡이 없어요. 환경보존을 주장하고 설득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과학적인 근거가 필요해요. 목청만 높인다고  되는 일이 아니지요. 어렵고 힘들지만 연구소를 접을 수 없는 이유기도 하고요.”
어렵고 힘들지만 누군가는 꼭 해야 할 일, 하지만 꼭 그것 때문만은 아니란다. “탐사를 갈 때마다 자연의 모습이 달라요. 생물도 자신을 좋아하는 사람인지 아닌지 알아봅니다. 그런 경험을 정말 자주 해요. 간절히 보기 원하면 제 모습을 보여주고 말을 겁니다. 그들과 나누는 교감, 이게 은근 중독입니다. (웃음). 그 희열은 어느 것에도 비할 바가 아니지요.”
김승호 소장은 현재 환경부 경기도 파주시 등에서 환경관련 분야의 입안, 법률자문과 연구 활동을 하고 있으며 5~6월쯤 ‘파주시 생태도감’ 발간을 앞두고 있다. 또 매년 5월에는 들꽃학교를, 11월에는 철새학교를 연다. www.dmz.or.kr 생태학교 및 탐사문의 031-955-1550
이난숙 리포터 success62@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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