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여사장!’ 열혈 창업스토리

가락동 꽃집 ‘자르뎅’ 방정원

고만고만한 동네 꽃집 NO, 배짱은 실력에서 나옵니다!

지역내일 2014-04-08

방정원4050 전업주부들의 마음이 복잡하다. 100세 시대라는데 남편의 퇴직은 다가오고 인생 후반전을 어떻게 준비해야 할지 막막하다. 똑같은 고민을 안고 한발 앞서 자기 일을 찾아 맹렬히 사는 우리 동네 여사장들을 만나 해법을 청했다.


“난 화분 물 줄 때는 화분을 통째로 30분간 물에 담가둬야 해요.”, “꽃다발은 패트병을 잘라서 화병 대신 쓰면 좋고 가위로 줄기를 어슷하게 잘라주면 물 흡수가 좋아 꽃이 오래가요.” 방정원 사장(55세)의 손과 입은 쉴 틈 없이 없다. 꽃 사러온 손님 말고도 길 가던 사람이 화초 가꾸는 팁을 얻으러 수시로 들를 때마다 그는 친절히 알려준다.
꽃집 이름 ‘자르뎅’은 불어로 정원이란 뜻인데 그의 이름 역시 ‘정원’. 꽃집 사장이 자신의 천직이라며 활짝 웃는다.


동네 꽃집만 5곳인데서 승부수
개롱역, 가락 래미안아파트 부근에 자리 잡은 꽃집은 독특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톡톡 튀는 화분과 인테리어 소품들이 세련미를 더해주기에 화분을 사러왔다 인테리어에 반해 소품까지 덤으로 사가는 손님도 꽤 많다.
“2012년 2월1일 오픈 당시 반경 200m 안에 꽃집이 5곳이나 있었어요. 평범한 꽃집으로는 승산이 없었기 때문에 ‘플라워 갤러리’를 콘셉트로 꾸몄습니다.”
방사장과 꽃과의 인연은 20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대구에서 교편을 잡았던 그는 취미로 꽃꽂이를 배웠다. 재미가 붙자 꽃꽂이 사범자격증까지 땄지만 남편 직장 따라 서울로 올라온 뒤 남매 키우는 데 바빠 잊고 지냈다.
“나이 50대에 내 가게를 열고 싶어 이것저것 고민하다 젊은 시절 배운 꽃이 떠올랐어요. 기술은 젊어서 익혔으니까 포장기술이 필요하겠다 싶어 곧장 신촌 근처 학원의 창업반에 거금을 주고 등록해 열심히 배웠어요.” 그러다 우연히 송파구가 운영하는 무료창업교육기관인 참살이 실습터에 플로리스트반이 개설됐다는 소식을 듣고 곧바로 지원했다.
“첫 수업 때부터 ‘나는 1호 창업생이 될거다’고 공표했고 뭐든지 열심히 했어요. 당시는 강사진이 교수, 꽃집 대표 등 여러 명이 돌아가며 가르쳤기 때문에 교육생 입장에서는 배울 점이 많았죠.”


창업교육 통해 얻은 자신감
4개월 교육을 마친 후 곧바로 집 근처 점포 물색에 들어갔다. “지금의 꽂집 자리가 전에는 치킨집이라 사방 벽이 기름 범벅이었어요. 싹 뜯어내고 블랙과 화이트 톤으로 꾸몄죠.” 우여곡절도 많았다. 인테리어업자가 돈만 챙기고 도망가는 바람에 간판, 작업대 설치 공사에 이중으로 돈이 들었다.
창업자금은 1억8천만 원. 남편의 만류를 무릅쓰고 정부의 창업지원금 4000만원을 저리로 대출받고 지인에게 돈을 빌려 배짱 좋게 밀어붙였다. “잘할 자신이 있었거든요. 지금 오픈 못하면 앞으로도 못한다는 절박감이 한몫 했고요.”
창업 3년차인 그는 자신감이 넘친다. 그만큼 치열하게 노력하기 때문이다. 매주 3~4번 그의 ‘애마’ 마티즈를 몰고 고속터미널, 양재 꽃시장과 과천 화훼단지를 훑으며 싱싱하고 예쁜 꽃과 나무를 사온다. 꽃 포장 재료도 최고급만 고집한다. 색상별로 고급스럽게 프린트된 포장지와 값비싼 가죽 끈이며 리본 같은 부자재를 다양하게 갖춰놓고 까다로운 손님의 눈높이를 맞춰주자 ‘감각 있는 꽃집’으로 근처에 소문이 났다.
“손님과 대화를 많이 나눠요. 여자 친구와 11주년을 기념해 장미꽃 11송이를 사러온 총각, 가난한 조카의 대학졸업식에 최고로 크고 멋진 꽃다발을 선물하고 싶다는 중년여성 등 손님의 사연에 맞춰 꽃을 포장합니다.” ‘청담동 스타일’에 가격은 합리적이라고 소문이 나서 강남에서까지 일부러 찾아온다고 그는 자랑까지 덧붙인다.


거친 손이 노력의 증표
방 사장은 플로리스트로서 자부심이 대단하다. “자신감과 자만심은 천지차이죠. 손님 앞에서 당당하려면 실력이 뒷받침돼야 하죠.” 그의 투박하고 거친 손이 담금질의 고단한 시간을 대신 말해준다. 지금도 그는 일요일 휴무일에는 인터넷을 끼고 자료를 검색하거나 관련 책과 잡지를 탐독한다. 전문 교육이 열리며 만사 제쳐두고 달려간다.
“세계적인 플로리스트가 얼마 전 방한했을 때는 가게를 삼일간 닫아 걸고 1백5십만원 교육비까지 내고 수강했어요. 눈이 보배라 공부는 끊임없이 해야 됩니다. 젊은 시절 취미로 배운 매듭, 홈패션 기술이 지금 유용하게 쓰입니다.” 방 사장은 창업을 꿈꾸는 후배들에게 ‘쉼 없는 열공’을 거듭 강조한다.
창업 초기에는 2월과 5월 성수기 때와 비수기 간 매출 차이가 컸는데 점점 격차가 줄어들며 안정화되는 중이다. “큰 돈 벌겠다는 욕심을 버리고 즐겁게 일하니까 현장 유지는 무난히 됩니다. 앞으로는 미술을 전공한 뒤 광고회사에 일하는 딸까지 합류시켜 플로리스트 강의도 하며 차근차근 꽃집을 키워볼 생각입니다.” 꿈을 말하는 50대 방 사장은 반짝반짝 빛이 났다.


자르뎅 블로그 : blog.naver.com/jardin5421, 02-402-5421



리포터''s eye 자르뎅 방사장의 창업 노트


퍼주기
광고비 대신 1년간은 손님에게 그만큼 더 서비스한다는 마음으로 듬뿍 퍼주었다. 마진이 적은 대신 단골을 확보했다.


다르게 하기
꽃집마다 취급하는 화초는 엇비슷하다. 독특한 화분, 예쁜 포장 재료를 써 고급스러운 꽃집으로 이미지 메이킹했다.


쉼 없는 공부
유행에 민감한 업종이라 기술력이 중요하다. 꼭 필요한 강의는 항상 챙겨 듣는다.


오미정 리포터 jouroh@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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