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낮의 길이가 같아진다는 추분도 지나고, 어느덧 완연한 가을이 성큼 다가왔다. 가을비가 두어차례 지나간 후에는 선선한 바람까지 더해 한층 가을이 깊어질 듯하다.
가을의 정취 감상도 좋지만, 요즘처럼 아침 기온이 17도 이하로 내려가는 날들이 많아지면 이제는 정말 환절기 일교차를 준비해야 할 때이다. 특히 비염 증상으로 고생 중인 사람이라면 몸의 필터 역할을 해주는 코가 고장이 난 셈이니, 아마 콧물, 코막힘, 재채기, 목의 따끔거림 등의 증상으로 몸소 가을이 왔음을 느끼고 있을 것이다.
이 가을. 지긋 지긋한 코와의 전쟁을 떨쳐내고, 어떻게 좀 더 건강하게 보낼 수 있을까?
아침 증상 이야기
10월. 이불 속에서 나오면서부터 코와의 전쟁이 시작된다. 코가 막혀서 숨을 쉬기 힘든 건 물론이고, 콧물이 줄줄 흐르고 재채기가 연거푸 반복되니 아침부터 여간 괴로운 일이 아니다. 하물며 예쁜 우리 아이가 이렇게 고생하고 있다면 보고 있는 엄마의 마음은 더욱 괴로우니, 이 환절기가 빨리 지나길 바랄 뿐이다.
대개 환절기 코 증상은 아침에 심한 모습을 보이기 쉽다. 아침 기상 직후 우리 몸은, 전원을 막 켜서 가동 준비 중인 예열 단계와 비슷하므로 아직 새벽의 찬 공기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가 쉽지 않다. 이럴 때는 기상 직후 미지근한 물을 한 잔 마셔 호흡기계를 촉촉하게 만들어주고, 아침밥을 소량이라도 챙겨 먹음으로써 몸의 기본 에너지를 만들어주는 것이 좋다.
만약 코의 불편한 증상이 낮에도 여전히 심하다면, 코의 기능이 많이 떨어져 있어 효과적으로 낮 기온에도 방어 작용을 잘 하고 있지 못한 상태로 볼 수 있다. 따라서 이 때는 반드시 점검과 치료가 필요하다.
6살. 늦어도 10살까지
아이들의 경우 호흡기계가 구조적, 기능적으로 아직 미완성 단계이므로 비염 환아의 경우 특히 환절기마다 더욱 고생하기 쉽다. 또한 단체 생활이 본격적으로 진행되고, 외부 활동이 많은 3~4세 경 가을, 겨울은 더욱 고달프다. ''이런 고생을 대체 언제까지 해야 하는 건지?'' 부모들의 속은 타들어 갈 뿐이다.
대개 만 6세경 아이의 호흡기계는 거의 어른과 구조적으로 흡사해진다. 따라서 6세를 전후로 코 점막의 상태가 한 단계 안정될 수 있도록 이 시기 이전에 코 증상으로 고생을 많이 했던 아이는 치료를 하는 것이 좋고, 그렇지 않았던 아이들도 점검을 받아 보는 것이 좋다. 즉 만성형 비염으로 진행되지 않기 위하여 반드시 "만 6세" 이전의 환절기를 잘 보내는 것이 중요하다.
만약 이 시기를 이미 지나쳤다면 두 번째 기회는 "만 10세"이다. 늦어도 사춘기 이전에는 비염 증상을 완화해 주는 것이 좋다. 사춘기에 본격적으로 진입한 이후에는 체내의 호르몬 변화로 인해 알레르기 항원에 대한 민감도가 높아져 증상이 더욱 악화될 수 있다.
가을 면역을 높이는 방법
햇볕을 많이 받은 가을 제철 음식들은 아이들의 호흡기 면역력을 강화해 주는 데 으뜸이다. 배, 도라지, 은행 등은 환절기 가래, 기침 증상에 좋고 땅콩, 밤, 잣, 호두 등의 견과류는 불포화 지방산이 풍부해 가을 바람에 건조해지기 쉬운 호흡기계를 촉촉하게 만들어준다. 이 외에도 제철 열매와 채소는 비타민과 무기질이 풍부해 체내 자연 치유력을 높이는데 도움이 된다.
아이와 함께 가을 햇볕 아래 가볍게 20분 정도 산책하거나 뛰노는 것도 좋다. 여름 동안 몸 안에 쌓여있던 묵은 노폐물을 빼내고, 아이의 성장을 돕는 비타민 D 합성에도 도움이 되니 1석 2조의 효과를 볼 수 있다.
저녁에 집에 들어온 이후에는 아이의 보습 관리에 힘써 주는 것이 좋다. 차갑고 건조해진 바람은 호흡기계 뿐만 아니라 피부도 건조하고 민감하게 만든다. 피부와 폐는 외부의 기운으로부터 우리 몸을 방어해주는 1차 방어선이다. 따라서 피부와 호흡기계가 튼튼하고 촉촉해야 외부의 자극으로부터 건강하게 대응해낼 수 있다. 목욕은 하루 한 번 정도 시키고, 가벼운 로션으로 전신 보습에 신경써 주는 것이 필요하다. 날씨가 본격적으로 추워지고, 가을이 깊어진 이후에는 크림 형태의 보습제를 사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창문. 열어야 되나요? 닫아야 되나요?
성장 에너지가 풍부한 아이들은 어른들보다 양기가 풍부하므로, 몸이 더워지기 쉽다. 잠자리에 든 이후에 이불을 잘 덮지 않으려 하는 것은 물론, 창가나 벽에 붙어 자는 것을 좋아하여 아침 기침, 콧물 등이 심해지는 일이 많다. 아무래도 잠자리를 좀 더 따뜻하게 해 주어야 할 듯 한데, 땀을 뻘뻘 흘리며 자는 아이를 보니 또 마냥 따뜻하게 해 주기도 곤란하다. 대체 가을, 겨울. 우리 아이 잠자리를 어떻게 해주는 것이 좋을까?
아이가 잠들기 시작하고 2시간은 스스로 열을 내는 시간이다. 이 2시간은 시원하게 해 주는 것이 아이의 숙면에 좋다. 따라서 아이가 잠든 이후 2시간 동안은 바깥 온도가 20도 이상일 경우 창문을 살짝 열어두고 재운다. 다만 외부 온도가 18도 이하라면 창문을 모두 닫아 찬 공기가 들어오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
밤 기온이 가장 떨어지는 새벽 4시 무렵에는 이불을 신경써서 덮어주고, 배에 수건 한 장이라도 올려주는 것이 좋다. 벽을 타고 한기가 들어올 수 있으니 창문 쪽으로 머리를 두고 자지 않도록 한 번 더 신경써야 한다. 기억하자. 새벽 4시! (호흡기계는 찬 공기에 매우 민감하다.)
또한 대부분의 아이들은 이불을 잘 덮으려 하지 않으므로 얇은 내복 형태의 긴팔 상의과 긴 바지를 입혀 재우는 것이 좋겠다.
박광철 리포터 pkcheol@naeil.com
도움말 잠실함소아한의원 권혜림 원장
Tip 간단히 보는 생활 습관
· 실내온도 18도, 습도 50%는 외워두자
· 감기에 걸리지 않았더라도 아이들 외출에는 마스크 필수
· 햇볕 받으며 뛰어노는 하루 30분의 시간은 평생 건강을 위한 가장 중요한 투자
· 곁에 두고 수시로 마시는 미지근한 보리차는 약
· 집에서 먹는 가을철 보약 필수: 배, 도라지, 은행, 땅콩, 밤, 잣, 호두 등
· 마른 수건으로 키우는 면역력: 건포마찰로 감기 예방
· 목욕 직후에만 보습? 건조하고 얇은 아이 피부라면 보습제품 자주 덧발라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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