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와 사람들 르뽀작가 김순천

기록은 기억보다 강하다

세월호 시민기록단 김순천 작가

지역내일 2014-10-08

이 시대 소외되고 억압받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담한 목소리로 전달하는 르뽀작가 김순천씨.
세월호 사고 이후 유가족을 만나 그들의 이야기를 기록하는 일을 하고 있다. 같은 동네 아이들이 어른들의 잘못으로 하늘나라 별이 되었고 죄책감에 그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작업인 기록을 시작했다. 남겨진 가족들을 만나고 떠난 아이들이 세상에 남긴 이야기의 조각을 모아 기록한다. 기록은 기억보다 강하기 때문이다. 

김순천


세월호 이전의 삶에 대해 이야기 해 주세요.
저는 글을 쓰는 사람이에요. 아픔이 있는 사람들을 만나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글로 옮기는 작업을 하죠, 용산참사 피해자들, 이랜드 노조원들, 청계천 철거 상인들, 밀양 송전탑 건설 반대하시는 할머니들을 만나 이야기를 듣고 글을 쓰고 책으로 만들었어요. 왜 이일을 시작했냐면 지배자 입장 기록만 남아있다면 그 시대를 제대로 이해할 수 없겠죠. 사회 약자의 입장에서 사건을 짚어보고 그들 관점에서 이야기를 남기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이야기를 진지하게 들어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만으로 사회에서 입은 상처가 치유되기도 합니다.


세월호 시민기록단 활동은 어떻게 하게 되셨나요?
세월호 사건은 엄청난 충격이었죠. 내가 다른 도시에 살고 있었더라도 충격이었겠지만 바로 내가 살고 있는 동네 아이들이 당한 사건이니까요. 너무 아팠어요. 사고 사흘만인가 팽목항에 내려갔어요. 그 때 느낀 무력감은 뭐라 표현할 수 없어요. 이대로는 아무것도 못할 것 같아 시골로 내려갔었는데 생존자 아이들 ‘치유글쓰기’프로그램을 진행해 달라는 요청을 받고 안산으로 다시 왔어요. 그런데 결국 시행되지는 못했고 시민기록단이 꾸려지면서 세월호를 기록하는 작업이 마치 내 운명처럼 다가왔어요.


유가족 분들은 얼마나 만나셨나요?
만남을 가진 분은 한 백여분 되고요 기록을 하기 위해 심층 인터뷰를 한 가족은 30여 가족이에요. 만나서 이야기를 듣고 나면 기진맥진이에요. 사고 직후에는 아이를 잃은 상실감에 절망하던 부모들이 지금은 사회에 대한 절망감으로 더 힘들어하는 것을 느낄 수 있어요. 한 동안은 부모님들이 아이의 희생으로 좋은 세상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가졌어요. 그런데 국회 세 번째 합의안을 본 부모님들은 정말 절망하고 계세요. 유가족들에게 돌아선 시민들의 냉랭한 태도에 더 힘들어 하시죠.


얼마나 힘들어하시는지 구체적으로 들을 수 있을까요?
밤 잠을 못 주무시는 분들이 허다해요. 밤에 잠을 못 주무시겠데요. 벌써 170여일이 지났잖아요. 그런데도 변한 건 없죠. 너무 억울해서 잠 들 수가 없다고 하시죠. 이야기를 나누다보면 아버지들이 눈물을 뚝뚝 흘리세요. 아이 보내고 가족들 앞에서는 꿋꿋하게 버티시던 분들인데 특별법 만들려고 정말 최선을 다 했는데, 그래도 안 이뤄지는 이 상황이 아버지들을 힘들게 하나 봅니다. 그래도 왜 버티시는 줄 아세요? 사건 초기에 국민들이 보여준 사랑 때문이라고 하십니다. 한 어머니가 순천에 서명 받으러 간 이야기를 해 주셨어요. 할머니가 뜨거운 찐 옥수수를 품에 안고 와서 주고 가셨더랍니다. ‘내가 뭐라고 이런 관심과 사랑을 주시나’ 싶어서 옥수수를 받고 울었데요. 그 어머님은 할머니 때문에 이제 와서 포기 못한다고 하셨죠. 유가족 분들은 지금 국민들의 냉소 어린 이야기가 가슴을 아프게 하지만 그 분들을 지금까지 오게 한 사람들도 바로 국민들이었던 거에요.


유가족에게 그리고 우리에게 희망은 있을까요?
세월호 만큼 국민들의 감정이 롤러코스트를 탄 것처럼 급변한 사건도 찾아 볼 수 없을 거에요. 전 국민이 슬퍼하다가 지금은 많은 사람들이 ‘이제 그만하라’고 손가락질을 해요. 250명의 아이들을 잃은 안산에서도 이런 이야기가 나오니까요. 그런데 유가족 분들은 절대 포기하지 않을 거에요. 아니 포기하고 싶어도 포기하지 못하시는 거에요. 유가족 부모님은 ‘난 집이 다섯채’라고 너스레를 떠세요. 청운동, 광화문, 국회, 분향소, 그리고 집이라고요. 여전히 유가족 총회에 나오시는 분들이 많고 서울 농성장에도 많은 사람들이 찾아오고 있어요. 희망은 거기 있지 않을까요? 아이를 포기할 수 없는 부모들 그리고 그들 곁에 튼튼히 서 있으려는 이웃들. 저는 그것이 희망이라고 생각해요.


세월호 시민기록위원회 작가단은 유가족들의 이야기를 담은 인터뷰 집 ‘천개의 바람이 되어’를 발간할 예정이다. 늦어도 내년 1,2월까지 책을 발간할 예정이다. 김순천 작가를 포함해 18명의 작가가 참여하고 있다. “인간을 깊게 이해하는 것이 민주주의의 출발이라고 믿는다”는 김순천 작가는 “인터뷰집이 우리의 이웃인 유가족의 마음을 깊이 들여다보고 그들을 오해하지 않고 매도하지 않는 진실한 창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하혜경 리포터 ha-nul2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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