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때까지는 공부를 곧잘 했는데 사춘기가 되면서 성적이 뚝 떨어지고 공부에 열의가 없어요.” 이 같은 하소연을 하는 중학생 학부모가 꽤 많다.
즐겁지 않은 학교 생활, 성적 부진이 사춘기 때문이기만 할까? “1등부터 꼴등까지 서열이 매겨지면서 아이들은 상처를 받습니다. 게다가 텍스트가 많아지게 되면서 공부를 버거워하게 되지요.”라고 초등대안학교 ‘지지학교’의 박준규 교장은 진단한다.
글 대신 이미지가 편한 아이들 ‘중학교가 무섭다’
교실 안 ‘불편한 진실’을 좀 더 살펴보자. ‘스마트폰 과소비의 원인을 현대 사회의 특성과 관련지어 쓰시오’ 중2 국어에 나오는 서술형 문제다. 종합적 사고력, 논리적인 문장력을 갖춰야만 풀 수 있다. 안타깝게도 모범 답안을 써내지 못하는 학생들이 교실마다 꽤 많다.
“디지털 키드들은 글보다는 이미지로 표현하는 걸 선호합니다. 글을 읽을 줄은 알지만 뜻은 잘 모르고 문장력, 어휘력도 떨어집니다. 아이들의 지적 능력이 떨어져서가 아니라 정보를 처리 방식이 이미지 중심으로 바뀌고 있기 때문입니다.”라고 박 교장이 설명한다.
하지만 학교에서 진행되는 모든 공부는 예전 방식 그대로 글로 가르치고 글로 시험 친 다음 숫자로 등수를 매긴다.
10대들의 심리를 꿰뚫고 있는 박 교장은 오래전부터 ‘마인드 맵’ 공부법을 선보여 성과를 거두고 있다. “해리포터에 열광하는 아이라도 책 내용을 꼼꼼히 기억하지는 않아요. 반면에 영화는 다르지요. 모든 장면 줄줄 꿰고 있어요. 이처럼 아이들에게 친숙한 이미지와 스토리를 공부에 활용하면 자신의 생각을 논리적인 글로 표현하는 수준까지 이릅니다.”
베테랑 교사가 신념으로 세운 대안학교
서울교대를 나온 박 교장은 서울, 강원도에서 20년간 아이들을 지도한 베테랑 초등교사 출신이다. 자존감을 잃은 청소년들을 보듬겠다는 소신으로 공교육을 떠나 학습심리상담소 ‘아름다운 배움터’를 세우고 송파구에 중고등 대안학교인 ‘단재학교’를 운영했다. 지난해부터는 초등학생을 위한 도심 속 대안학교인 ‘지지학교’를 만들어 ADHD 때문에 학교 생활에 적응하지 못하는 아이들을 세심하게 가르치는 중이다.
학교 울타리 안팎을 넘나들며 각양각색의 초중고생을 지도한 내공은 교육 커리큘럼 곳곳에 녹아난다. “교과 내용을 핵심 단어, 연관 관계를 한눈에 알기 쉽게 이미지로 정리해서 가르치면 아이들의 이해가 빨라요.”
대안학교에서 만난 중고생들도 이 같은 학습법을 통해 대학에 무난히 합격시켰다. “어린 시절부터 왕따였던 고1 남학생은 사람들과 어울리지 못한데다 공부의 기초가 없었어요. 마인드맵을 활용해 기초부터 닦으머 국영수 과목별로 자신만의 교과서를 따로 만들며 실력을 쌓은 덕분에 IT계열 학과에 합격했어요.”
그는 학생 개개인에게 노트북을 지급해 수업에 최대한 활용한다. 필요한 정보와 이미지를 찾고 각자의 관점을 담긴 포트폴리오북을 만들기 위해서다.
공부 두려움 없애주는 예비중학 프로그램
11월부터는 주말과 방학을 활용한 예비 중학생 프로그램을 야심차게 시작한다. 중1 첫 시험에서 좌절해 공부에 흥미를 잃는 아이들이 많다는 걸 오랜 경험에서 배웠기 때문에 예비 중학생을 위한 특별 프로그램을 마련한다. 산만하고 집중력이 부족한 아이, 학교 공부를 못 따라가는 아이들이 대상이다.
국영수 중심의 커리큘럼도 독창적이다. <엣지 오브 투마로우>, <사랑의 블랙홀> 등 엄선한 영화 7편과 알스버그의 그림책 <주만지> 등을 가지고 비평문을 쓰도록 훈련시킨 후 책을 펴낼 계획이다. “아이들은 과거의 행동이 현재의 결과를 만들어 낸다는 사실, 왜 미래를 준비해야 하는지 절실한 고민이 없어요. 일부러 타임루프를 소재로 한 작품들을 매개로 각자의 과거, 현재, 미래에 대입해 보며 함께 고민하고 토론하며 글로 정리해 볼 생각입니다.”
기초가 중요한 중학 수학은 개념 이해를 쉽게 할 수 있도록 이미지와 스토리텔링이 결합된 프로그램으로 진행한다. 영국인 교사는 영어와 친숙해질 수 있도록 수업을 이끌며 모두가 즐겁게 참여하는 힐링음악수업도 마련한다. 방학 중에는 무의도 학습캠프, 필리핀 마닐라 리조트에서 영어, 수학 집중 캠프가 진행된다. 특히 리조트에는 온천 수영장 등 다양한 운동을 즐길 수 있는 시설이 마련돼 있다.
“예비 중학생들에게 공부 두려움을 없애는 동시에 ‘자기주도학습’을 어떻게 하는지 구체적이고 반복적으로 몸에 익을 때까지 가이드하며 중학 생활에 자신감을 갖도록 하는 게 이번 프로젝트의 최종 목표입니다.” 라고 말하는 박 교장의 얼굴에는 소신이 엿보였다.
예비 중학생을 위한 ‘꾸러기 주말학교’
-일시 : 11월1일~2월28일
-대상 : 초등 6학년생 20명
-내용 : 영화, 그림책을 활용한 비평문 쓰기
중1 스토리텔링 수학 완전정복
영국인 교사와 함께하는 ‘영어와 친숙해지기’
무의도 학습캠프 & 필리핀 영어·수학 캠프
-문의 : 02-484-2398 cafe.daum.net/ggeschool
오미정 리포터 jouroh@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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