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날인

김혜수 정신여고 3학년

꾸준함으로 키운 ‘공부 근육’

지역내일 2014-03-26

수년째 빛날인 인터뷰를 하면서 스스로의 담금질로 반짝반짝 빛날 준비하는 멋진 원석들을 다채롭게 만난다. 성적도 빼어나고 또렷한 꿈을 향해 행군하는 ‘팔방미인형’, 성적 보다는 좋아하고 잘하는 것에 매진하며 비범한 결과물을 차곡차곡 쌓아가는 ‘꿈 올인형’, 성적은 최상위지만 진로 고민을 치열하게 하는 중인 햄릿 스타일 수재형. 이번 빛날인의 주인공 김혜수양은 ‘소녀’같은 첫인상의 세 번째 스타일이었다.

김혜수
 
느린 공부 속도 때문에 택한 스스로 공부
 전교 톱3의 성적을 유지하는 비법은 자기주도학습. 그만의 독특한 공부법을 찾아보기 위해 노트를 찬찬히 살폈다. 수업 시간의 요점 사항, 참고서나 문제집을 보다가 새로 알게 된 내용들이 미니 노트에 깨알 같이 정리돼 있다. 
 이처럼 그가 자기주도학습을 택한 이유는 공부 속도 때문. “나는 공부 속도가 무척 느리고 한번에 많은 양을 공부하기 보다는 매일 조금씩 그 대신 100% 이해를 목표로 보고 또 보는 스타일입니다. 같은 양을 공부해도 또래들보다 시간이 배로 들죠. 진도가 빠른 학원 수업은 따라가기 버겁고 배운 내용을 소화하는 시간이 부족하니 ‘내 공부’가 되지 않더군요.”
 막히는 부분은 계속 참고서를 찾아보고 끙끙대면서 정답을 찾아가기 때문에 공을 많이 들이는 만큼 기억에도 오래 남는다고. “고3 첫 모의고사 후 최근 교실 분위기가 술렁거려요. 개개인의 실력이 바로바로 숫자로 나오니까 객관적인 데이터 앞에서 의기소침해 하죠. 나는 의식적으로 실컷 수다 떨며 찜찜한 기분을 날려버리려고 해요. 고3이 되니까 공부하는 것보다 심리적 압박감을 컨트롤할 줄 아는 평정심 유지가 중요하네요.”


‘공부 이유’ 답 찾기까지
 그의 하루 일상은 단조롭다. 학교 수업 마친 후 오후 5시부터 밤 11시까지 학교 자습실 붙박이로 공부에 집중하고 하굣길에 독서실에 들러 새벽 1시까지 책과 씨름한다. 이런 생활을 하루도 빼놓지 않고 무한 반복한 덕분에 ‘공부 근육’이 길러졌다. 국어와 영어는 교과 내용을 달달 외우다시피했다. 수능형 문제에 익숙해지도록 기출문제의 선택지를 꼼꼼히 분석하고 중요 영어 단어는 따로 단어장을 만들어 지하철 등하굣길이나 쉬는 시간에 틈틈이 암기하고 있다. 특히 문제 푸는 속도를 높이기 위해 스피드 연습도 꾸준히 한다. 수학은 공을 많이 들여야 하는 과목. 개념과 원리를 다지기 위해 수학의 정석을 반복해서 본 다음 문제풀이 기술을 익히는 중이다.
 물론 중간 중간 성장통도 앓았다. “중3 때 공부 벽에 부딪힌 적이 있어요. 부모님과 주변에서 ‘잘한다, 잘한다’ 소리를 듣다 보니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책을 파고들기는 했죠. 하지만 ‘도대체 왜 공부하고 있는지’ 이유를 찾지 못하니까 일순간 공부 피로감이 몰려오더군요. 학교 가기가 싫어 거리를 쏘다니며 3일 연속 결석을 했죠. 집에서는 난리가 났지만 그걸 계기고 내 진로를 고심하게 됐습니다.”


‘각자의 방법대로 열심히 살자’
 어릴 때부터 동네 아이들 잔뜩 모아다가 책 읽어 주고 놀아주는 걸 즐겼던 그는 ‘돌봄’에 관심 많은 본인의 성향에 맞춰 간호사, 의사, 적정기술 과학자, 교사 등의 직업군을 놓고 고심중이다.
 “아이디어를 짜내서 창의적인 일을 하는 것보다는 짜여진 틀 안에서 정해진 일을 여러 사람과 어울리며 하는 것에 적성에 맞는다는 걸 깨달았어요. 초등학교 때는 교육청 영재교육원에서 심화교육도 받았던 터라 나름 창의성이 있다고 자부했는데 지금의 나를 냉정하게 들여다보니 장점과 한계점이 객관적으로 보이더군요.”
 단조로운 일상 속에서 넓은 세상을 경험하기 위한 노력도 부지런히 했다. 관심 분야의 대학 캠프에 틈틈이 다녔고 봉사도 즐겁게 참여했다. “초등학교 때 배운 플롯을 배운 뒤로 중고교 내내 관현악반에서 활동하며 실력을 쌓아왔어요. 그러던 중 피아노 연주자인 친구 엄마의 권유로 음악봉사를 시작했지요.” 장애인시설, 고아원 등지를 정기적으로 찾아 소박한 무대에서 음악을 연주한다.
 “친숙한 멜로디의 ‘마법의 성’, ‘당신은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 같은 곡을 들려주면 흥에 겨워 노래 부르고 춤추며 감정을 표현하는 장애인을 보면 뭉클할 때가 많아요. 내가 가진 아주 작은 재능이 쓰일 곳이 있다는 사실이 흐뭇하고 에너지가 됩니다.”
‘즐겁게 살자, 세상에 공짜는 없다’는 좌우명에 충실하기 위해 새로운 도전을 늘 즐긴다는 그는 ‘몸치’ 콤플렉스를 털기 위해 한때 학교 치어리더로도 활동했다. “우리 학교는 연극부, 뮤지컬부, 노래선교단 같은 동아리 활동이 활발해요. 개개인의 흥미, 성향에 다양한 경험을 쌓다 보니 본인도 몰랐던 끼가 발휘되고 그걸 계기로 진로를 찾는 친구들도 생겨요. 공부만이 능사는 아니잖아요. 각자의 방법으로 열심히 사는 모습들이 보기 좋아요.”
 김양의 진로 찾기는 지금도 현재진행형이다. “100세 시대라는데 난 아직 20년도 알 살았어요. 성급히 미래를 결정짓기 보다는 내가 진짜 하고 싶은 걸 현장 경험을 통해 찾고 싶어요.” 차분히 속내를 털어놓는 김양에게는 꼿꼿한 심지가 엿보였다.


오미정 리포터 jouroh@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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