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지만 특별한 벼룩시장 - 짜투리시장

대안화폐 사용과 자발적 참여, 놀이로 즐기는 동네잔치

지역내일 2014-09-24 (수정 2014-09-24 오후 2:30:35)

대흥동에 둥지를 튼 지역대안화페 모임 ‘원도심레츠’와 게스트하우스 ‘산호여인숙’이 공동으로 주관하는 짜투리시장은 대안화폐를 사용하는 벼룩시장이다. 대흥동 젊은 예술인들의 참여로 다채로운 문화행사가 더해져 북적대는 놀이판이다. 적막한 대흥동 골목에 활기를 불어넣어 관심을 받고 있는 짜투리시장을 찾아가 본다.


극단 나무씨어터의 전통혼례 재현

잠자던 골목이 북적댄다
평소 토요일 오후면 조용한 대흥동 골목에 동네잔치가 벌어진다. 골목 빈터엔 넓은 자리를 깔고 울긋불긋 예물이 오른 높은 대례상이 차려진다. 신명나는 풍물패를 따라 사모관대 차림의 신랑에 이어 원삼에 족두리를 쓴 신부가 가마에서 나와 부축을 받으며 사람들의 환호와 함께 식장으로 들어선다. 옆 골목에는 여러 가지 수공예품을 비롯해 입던 옷가지를 파는 벼룩시장이 열렸다. 한쪽에선 부침개 냄새가 고소하다. 오늘은 짜투리시장의 장터에서 중구 마을기업 극단 ‘나무씨어터’(대표 정우순)가 전통혼례를 재현한다. 장구경을 나왔던 사람들이 모두 하객이다.
짜투리시장은 지난해 4월부터 매달 셋째 주 토요일 낮 12시부터 오후 6시까지 산호여인숙과 그 입구 골목에서 열리는 벼룩시장이다. 대흥동의 자투리 공간에서, 자투리 시간을 내어, 각자가 가진 자투리 물건을 대안화폐 ‘두루’로 거래하는 호혜시장이다. 그동안 매회 인디밴드공연, 마임, 인도 마사지, 아코디언 연주 등의 다채로운 즐길 거리와 함께 했다.




벼룩시장 모습

지역민이 함께하는 유쾌한 대안경제의 장 
짜투리시장은 ‘원도심레츠’(대표 최장희)와 ‘산호여인숙’(대표 송부영)이 주관한다. 3년 전 대흥동에 자리 잡은 지역대안화폐 사용 회원모임인 원도심레츠가 대안화폐 ‘두루’를 포함해 밥값을 지불할 수 있는 현미 중심의 건강밥상을 1주일에 3회 점심으로 제공했다. 대흥동의 젊은 문화예술인들이 현미밥상을 이용하면서 대흥동에서 ‘두루’도 알리고 재미있게 놀아보자는 취지로 기획했다.
원도심레츠의 두루 체계와 현미밥상팀의 건강한 음식, 산호여인숙의 공간을 기본으로 매회 문화예술인들의 자발적 참여로 꾸려오고 있다. 시장을 시작한지 2년째에 접어들면서 자투리 물품들과 먹거리, 예술 활동으로 복작대는 유쾌한 대안경제의 장으로 자리 잡았다. 원도심레츠에서 실무를 담당하는 이종현(49)씨는 “초기에는 원도심레츠 회원들의 이용이 많았는데 회를 거듭할수록 비회원의 참여가 늘고 있다. 규모를 키우자는 의견도 있는데 장단점이 있어 논의 중이다”라고 말했다.
산호여인숙을 운영하며 짜투리시장 온라인 카페지기인 서은덕(34)씨는 “짜투리시장은 각자의 장점이 더해져 만들어진 시장이다. 먹거리와 인적자원, 동네의 예스러움이 한데 모여 만들어졌다. 예술 하는 젊은이들에게 재미있고 쉽게 사람들과 소통할 수 있는 장이 되었으면 한다”고 밝혔다.
주변 상인들도 협조적이다. 장이 서는 날은 공간마련을 위해 물건도 치워주고 차도 빼준다. 15년째 이곳에서 식당을 해왔다는 이종춘(수원손칼국수·73)씨는 “가게 안에만 있어 서로 잘 몰랐는데 짜투리시장이 열리는 날이면 나가서 구경도 하고 서로 인사도 나누게 됐다. 토요일 오후면 떠들썩하니 사람 사는 것 같아 좋다”고 전했다.
황미경(51·인천시 소래구)씨는 “인터넷 검색을 통해 알게 돼 대전에 왔다 들렀다”며 “다른 벼룩시장과 달리 모든 게 정성이 들어가 있는 것 같아서 좋다”며 물건을 골랐다.
 

벼룩시장 모습

돈 대신 ‘두루’사용


대안화폐 두루

한쪽에는 환전소가 있다. 짜투리시장의 모든 물건은 두루로 거래돼 먼저 현금을 두루로 바꾸어야 한다. 작은 크기의 두루는 500, 1000, 5000, 1만 단위가 있다. 각 단위는 현금단위와 같아 1000두루는 1000원에 해당한다. 쓰다 남은 두루는 당일에 한해 인근 가맹점(도시여행자 카페, 산호여인숙, 사과나무, 램프의 진희, 북카페 이데)에서 사용 가능하다.
판매신청은 네이버 카페 짜투리시장(cafe.naver.com/zzzzaturi)에 댓글로 할 수 있다. 판매자의 경우 참가비는 따로 없고 매출로 번 두루를 환전소에서 현금으로 환전할 때 5%의 수수료를 낸다. 환전소를 담당한 이정은(29)씨는 “환전 금액이 크진 않다. 하루에 1백만 원이 좀 넘는 수준이다. 근데 판매자들이 번 두루로 다시 필요한 것들을 사고 두루가 여러 차례 돌고 도니 실거래액은 훨씬 많다. 거기까진 우리들도 정확히 파악이 안 된다”고 설명했다. 
10월 셋째 주 토요일(18일)에는 대흥동이 아닌 조치원역 앞에서 오후 1시부터 4시까지 유랑짜투리시장이 열릴 계획이다. 세종시가 커지면서 상대적으로 위축된 조치원 원도심 활성화를 위해 그 지역 상인회와 짜투리시장번영회, 극단 나무씨어터가 함께 판을 벌일 예정이다. 11월엔 쌀쌀한 날씨로 실내로 자리를 옮겨 원도심레츠에서 진행한다. 겨울을 보내고 날씨가 풀리는 4월에 산호여인숙골목에서 짜투리시장은 다시 열린다.




이영임 리포터 accrayy@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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