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가람고등학교(교장 백성호, 이하 한가람고) 플라잉디스크 대표팀이 지난 7월 서울체육중고등학교에서 열린 ''2014 서울특별시교육감배 학교스포츠클럽 리그''의 한 부문인 플라잉디스크 대회에서 ''얼티미트''는 6전 전승으로 우승을 확정짓고, ''디스크 윷놀이''는 공동우승, ''디스크 골프''는 준우승을 차지했다.
플라잉디스크란 원반을 패스하면서 점수를 득점해 겨루는 팀 경기로 이번 대회에는 서울시내 37개 학교에서 500여명의 선수가 참가해 얼티미트, 디스크골프, 윷놀이 등의 종목에서 기량을 펼쳤다. 과격한 플레이에 상처를 받기도 하고 경기규칙이 제대로 숙지가 되지 않아 밀리기도 하는 등 우여곡절을 겪고도 서울시교육감배 대회에서 우승한 그들만의 이야기를 들어본다.
한여름 뙤약볕 아래 훈련도 마다하지 않아
한가람고의 플라잉디스크 대표팀은 교내 스포츠클럽 얼티미트 6개 팀의 멤버 중 지원을 받아 테스트를 거쳐 1학년 17명, 2학년 10명으로 대표선수를 선발했다. 한가람고는 3년 전부터 1학년 체육시간에 얼티미트 종목을 선택, 계속 훈련을 해 오던 중 올해 처음으로 대표팀을 구성하게 됐다.
중간고사와 기말고사를 앞두고 있는 고등학생들에게 기초훈련부터 시키기에는 시간이 부족했지만 대표팀 아이들은 쉬는 시간 틈나는 대로 각자 기초체력훈련을 했고 기말고사가 끝나자마자 2시간씩 일주일에 3~5번 정도 얼티미트 대회 전술 토의, 기본기 연습, 연습 경기로 이어졌다.
연습은 수업이 끝나고 뙤약볕 아래서 이뤄졌다. 모임의 시작은 항상 실내체육관이었다. 그러나 전술토의가 끝나고 연습경기에 돌입하면 아이들은 밖으로 나갔다. 실전 대회와 똑같은 환경에서 훈련을 해야 경기에서 잘 할 수 있다는 마음이 모아졌기 때문. 결코 쉬운 훈련은 아니었지만 공부로 인한 스트레스도 사춘기 갈등도 해소할 수 있는 기회가 되어 실(失)보다 득(得)이 더 많았다고 회상한다. 플라잉디스크를 이끌고 있는 박영호 지도교사는 “한여름에 땀을 뻘뻘 흘리면서도 실제 경기와 같은 조건인 뙤약볕 속에서 연습을 해야 한다는 학생들의 열정을 보면서 놀랐다. 학교에서 여학생들에게 이런 열정을 발휘할 기회가 없었던 점에 대해 미안한 마음까지 들었다”고 전한다.
상대편의 거친 몸싸움에도 페어플레이 정신으로 이겨
얼티미트는 7명의 선수로 구성된 두 팀이 엔드존이 설치된 사각 필드에서 경기를 펼친다. 학교에서 경기를 할 때는 엄격한 경기규칙 하에 거친 몸싸움 없이 페어플레이를 했다. 그러나 막상 대회에 나가보니 서로 이기려고 격렬한 몸싸움에 조금이라도 불리하다 싶으면 심하게 항의를 받기도 했다.
한 번도 이런 경험을 해 보지 못한 아이들은 거의 쇼크 상태에 빠지게 됐다. 하지만 이내 대표팀 선수들은 상대팀과 감정적으로 과도하게 대치하지 않고 실력발휘를 할 수 있는 방법을 서로 의논하고 배우면서 나머지 경기를 점점 더 가볍게 풀어나갈 수 있었다.
게다가 경기규칙도 연습 때와 달랐다. 1m 거리에서 수비를 하는 줄 알았는데 상대팀이 30㎝ 밀착 방어를 했던 것. 한가람고팀은 멀리서 수비를 하니 상대팀이 쉽게 공격을 했고 다른 팀은 밀착 방어를 하니 한가람고 선수들은 제대로 공격을 할 수 없었다. 심판에게 항의를 하다 알게 된 건 한가람고팀이 경기규칙을 잘못 알고 있었던 것. 30㎝ 거리에서 수비를 하는 것이 이번 대회 경기규칙이었다. 다시 밀착방어를 했고 그 결과 얼티미트에서는 6전 전승으로 우승을 확정지었고, 디스크 윷놀이는 공동우승, 디스크 골프는 준우승을 차지했다.
교실에서는 배울 수 없는 것을 경험하고 경기 당일 직면한 문제를 긍정적으로 대처하려고 했던 아이들. 백혜림 선수(1학년)는 “우리 팀이 이기려면 어디서 무엇을 해야 할까를 고민했다”며 “팀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고 싶었다”고 전한다. 연습경기에서 부딪혀 코가 찢어지기도 했던 이예담 선수(2학년)는 “경기 당일이 토요일이었는데 학원을 빠지고 대회에 나가면 그만큼 손해 보는 것도 많지만 후회하게 될까봐 대회에 출전했다”며 “이왕 하는 거 우승하고 싶었고 운동에 대해 긍정적으로 생각하게 됐다”고 전한다.
장은심 선수(1학년)은 “운동장을 뛰어다니다보면 기분도 좋아지고 득점을 하게 되면 뿌듯하다”며 “거친 경기에 화가 나기도 했지만 우리는 정정당당히 경기에 임해 우승할 수 있었다”고 자랑한다. 이수연 선수(2학년)는 “다른 학교와 연습경기를 한 번도 하지 않아 우리의 실력이 얼마만큼 되는지 알지 못해 1등을 할 것이란 생각은 하지 못했지만 생각보다 경기를 잘 풀어나갈 수 있었던 건 서로 마음이 모아졌던 거 같다”고 강조한다.
송정순 리포터 ilovesjsmore@naver.com
미니인터뷰
박영호 지도교사
“연습시간이 학원 시간이나 개인 스케줄과 겹치는 경우가 많았는데 학생들이 능동적으로 조정하고 시간을 쪼개 쓰는 것을 보고 오히려 학생들에게 배운 점이 더 많았습니다. 11월 서울시대표로 전국대회에 나가서도 좋은 결과로 마무리되기를 바랍니다.”
이이레 주장(2학년)
“학교에서 대표팀으로는 처음 나가는 대회라 부담이 컸지만 플라잉디스크는 모두 처음 접하는 종목이기 때문에 연습을 얼마만큼 하느냐에 따라 경기 결과가 달라집니다. 열심히 했고 이왕 하는 거 1등 하고 싶었습니다.”
이지원 선수(2학년)
“운동을 좋아하는데 점심시간에는 남학생들이 운동장을 다 차지하고 있어서 따로 운동할 곳이 없었던 차 스포츠클럽에 가입하고 얼티미트 연습을 하면서 실컷 운동했습니다. 기회가 되면 또 참가하고 싶습니다.”
최희재 선수(1학년)
“대회 준비하면서 얻은 것이 더 많습니다. 체력이 약해 조금만 뛰어도 숨이 찼고 수족냉증으로 고생했는데 대회준비하면서 싹 사라졌어요. 이제는 15분을 뛰어도 거뜬하네요. 체력이 확실히 증진됐답니다.”
진재영 선수(1학년)
“대표팀을 뽑을 때 신청한 학생 중 제가 가장 실력 있고 잘하지 않을까 생각했었습니다. 남학생들이 같이 축구를 하자고 할 만큼 운동에는 자신 있었기 때문에 우리 팀이 당연히 승리할 것이라 생각했고 전국대회도 우승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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