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놀아야 공부도 잘한다.
지금 한국 사회에서 휴식이 가장 보장되지 않은 직종은 분명 학생들이다. 과도한 입시 경쟁에 처한 그들은 주말이나 방학이라는 휴가 기간에도 노는 경우가 매우 드물 정도로 공부를 열심히 한다. 오래전에 ‘열심히 일한 당신 떠나라’라는 광고 카피가 큰 사회적 반향을 일으켰다. 그런데 실제 그 당시 그 카피대로 떠난 사람은 별로 없었다. 단지 열심히 일하면 떠날 수 있다는 희망이라도 있기 때문에 그 광고는 많은 사람들에게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을 뿐이다. 지금 한국 사회는 실제 즐거움이 있는 게 아니라 환상의 즐거움에 묻혀 살고 있다. 과도한 노동이나 학습에 찌든 사람은 환상이나 가상의 세계로 자신을 달랠 수밖에 없다. 성인들의 술 소비량이 세계 최고를 기록한 것과 청소년들은 TV 시청, 게임, 스마트 폰에 몰입하는 것은 같은 원리다. 그런데 문제는 그것은 실제가 아니라 가상이나 환상이기 때문에 스트레스가 해소되지도 않는 저질의 놀이 문화다. 잘 놀아야 공부도 잘한다는 원리와 어떻게 놀아야 잘 노는지에 대한 깊은 사유가 필요하다.
쾌락의 질을 추구할 때다.
쾌락은 ‘양적 쾌락’과 ‘질적 쾌락’이 있다. 자신이 쾌락을 즐기되 타인에게 해가 되어서는 안 된다는 생각에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을 외친 양적 쾌락의 철학자는 ‘벤담’이다. 이에 반해 질적으로 높은 수준의 쾌락을 즐겨야 한다고 주장한 철학자가 ‘밀’이다. 그래서 그는 수준 낮은 쾌락을 돼지의 쾌락이라고 비하했다. 우리 사회는 과도한 노동, 과도한 학습에 시달리기 때문에 여유있게 질 높은 쾌락을 즐길 수가 없다. 그래서 당장 환상적, 가상적, 자극적 쾌락을 쉽게 접할 수밖에 없는 처지다. 그래서 높은 수준의 음악과 미술에 대한 이해도는 저질의 대중문화에 압도되어 매우 낮다. 특히 요즘 청소년들의 대중문화는 더욱 저질화 되어 자극과 흥분만 있지 감동이 없다. 높은 수준의 쾌락은 강도 높은 ‘훈련’이 필요하다. 과도한 노동에 빨리 취해야 하는 폭탄주를 마시는 것처럼 청소년들의 대중문화는 강력한 자극이 요구된다. 그래서 무척 선정적이고 자극적이다.
그런데 입시 경쟁을 위한 공부할 시간도 부족한데 쾌락을 즐기기 위한 또 다른 ‘학습’을 허용할 부모는 거의 없다. 통계에 의하면 상류층 자녀들과 빈곤층 자녀의 여가 시간 활용도는 크게 차이가 있다. 상류층 자녀는 훈련이 필요한 쾌락을 접하는 반면 빈곤층 자녀는 TV 시청, 게임 등의 쾌락을 누린다. 내 자녀의 쾌락의 질을 생각한다면 우선 게임이나 TV시청 등에서 멀어지도록 유도해야 한다.
쾌락원칙과 현실 원칙의 오묘한 줄다리기
공부하기도 바쁜데 질적 쾌락을 위해 투자할 필요가 있을까? 일요일 저녁에 하는 개그 콘서트라는 인기 코미디 프로그램이 있다. 월요일 아침부터 시달려야 하는 직장, 학교 등으로 돌아가야 하는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느끼는 것은 그 프로가 끝날 때 즈음 연주하는 음악에 대한 회환이 있다. 올림픽 경기의 폐막식날, 월드컵 경기가 끝날 때 많은 사람들이 이제 무슨 재미로 사나하는 회한을 갖는 것과 같다. 이들에게는 스스로 즐거울 수 있는 수준 높은 쾌락의 요소가 없는 사람들일수록, 현실적 삶이 팍팍한 사람일수록 그 증세는 강하다. 아이들이 즐기는 게임이나 스마트 폰의 쾌감은 이와 같은 현상을 동반한다. 그런데 이러한 쾌락은 실제 노동의 질, 학습의 질을 높이는 데 크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래서 우리들은 수준 높은 쾌락을 즐길 수 있는 지혜를 가져야 한다. 지금 한국 사회의 질높은 쾌락을 즐기고 난 뒤는 우리는 힘든 일상의 삶도 같이 즐길 수 있다. 텔레비전이나 게임의 쾌락은 실제 내가 즐기는 쾌락이 아니라 대체 쾌락이고 환상의 쾌락일 뿐이다. 그러한 쾌락에서는 육체적 영혼적 활동에 의해서 이루어지는 아타락시아(최고 경지의 쾌락)을 체험할 수가 없다. 그래서 잘 놀지 못했기 때문에 공부도 잘하지 못한다.
질 높은 쾌락의 조건
질이 높은 쾌락은 앞에서 말한 대로 강도 높은 훈련이 동반되는 쾌락, 즉 현실원칙의 매우 강한 과정을 거친 뒤에 도달하는 수준 높은 쾌락을 즐길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또 다른 조건은 타인의 쾌락을 감상하는 쾌락이나 가상의 쾌락이 아닌 실제 내가 몸을 쓰고 영혼의 교감을 접해야 한다. 연예인이 1박 2일, 무한 도전을 하는 것을 보면서 즐길 것이 아니라 실제 내가 여행을 가야하고 무한도전을 해야 한다. 자극적 가상이 아닌 동서고금의 훌륭한 예술을 접해야 한다. 잘 놀아야 잘 산다, 잘 놀아야 공부도 잘 한다는 지혜를 터득해야 할 때다. 잘 놀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 주는 부모가 훌륭한 부모다. 전문적 스포츠나 악기 연주 등을 통해서 양질의 쾌락을 느낄 수 있는 자녀는 게임이나 스마트 폰, TV 시청 등에서 느끼는 즐거움이 그만큼 반감된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다음주에 제3장 ‘게임에 빠진 자녀, 철학적 사유로 구출하기(1)’이 이어집니다.
이성구 선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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