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시절 최고의 키워드를 꼽는다면? 김형민군은 주저 없이 생물을 꼽았다. 단조로운 고교생활의 숨구멍이자 미래로 연결해주는 가느다란 끈 역할을 톡톡히 했다고. “2년간의 과학탐구동아리에서 알차게 활동했어요. 나의 흥미, 관심사를 눈에 보이는 구체적인 결과물로 끌어내는 방법을 배울 수 있었지요.”
과학탐구 동아리에서 찾은 고교시절의 활력소
집 베란다에 텃밭을 꾸며 놓고 간이 육종실험에도 도전했다. “고추를 심어 꽃을 피운 뒤 붓으로 인공 수분을 해가며 품질 개량에 나섰어요. 결과는 당연히 실패였지만요(웃음). 육종실험이 성공하려면 수십 년이 걸리는 시간과의 싸움인데 나처럼 몇 달 해서는 원하는 결과물이 나올 수 없어요. 하지만 실패를 겪으며 내가 설계한 실험의 문제점, 오류를 확실히 알아낼 수 있었던 건 큰 수확입니다.”
입시를 향해 전력질주해야 하기 때문에 사실 학교 교과 과정에서 과학 실험은 사치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김군은 이 궁리, 저 궁리 해가며 집에서도 남몰래 실험해 가며 호기심의 끈을 놓지 않았다.
“과학에 관심 있는 20명 남짓 모인 동아리에서 많이 배웠어요. 실험을 정확하게 하기 위한 준비와 단계별 처리 과정, 또래들과의 협업을 자연스럽게 익힐 수 있었지요. 또 실험 결과를 일목요연하게 정리해 내 소감과 느낀 점까지 논리적으로 풀어내는 보고서 쓰는 법도 세세하게 지도받을 수 있었고요.”열성적인 지도교사 덕분에 과학축전, 사이언스 잼버리 같은 굵직굵직한 과학 관련 행사에도 골고루 참여할 수 있었다.
호기심이 생물 지식 확장시켜
생물에 대한 호기심은 자발적인 탐색으로 이어졌고 전공서적을 뒤적이거나 인터넷을 검색해 지식의 깊이와 폭을 확장해 나갔다. “과학 교과서에서 생물의 기원과 미세구조 단원을 공부하다 흥미로운 대목을 만나면 개론서 뒤적이며 생물의 분자모형구조까지 훑어가며 생명체의 복잡한 매카니즘을 이해해 나갔어요. 이런 식으로 각 단원을 심화학습 했고 시간이 쌓이면서 자연스럽게 내 진로를 생명과학자로 결정짓게 됐지요.”
입시에 집중하라는 부모님의 성화에도 고1 때는 고집스럽게 생물올림피아드대회까지 준비했다. “방학 기간 중에는 아침에 일어나 잠들 때까지 생물만 공부했어요. <일반생물학> 끙끙거리며 읽고 또 읽으며 파고들었죠.”
국영수 주요 과목을 작파하고 생물 공부에만 몰입한 건 그만큼 이 분야가 좋았기 때문. 덕분에 전국 규모로 치러진 대회에서 70등 안에 들어 서울대에서 진행된 캠프 참가 자격까지 얻을 수 있었다. “전국에서 모인 또래들과 일주일간 합숙하며 생물 전범위에 걸쳐 교수님 강의를 들었어요. ‘얘는 영재구나’ 싶을 만큼 똑똑한 아이들과 어울리다 보니 나의 부족한 면을 깨닫고 더 분발해야 겠다는 자극도 됐지요.”
교내 생물경시대회에도 매년 참가해 동상, 은상, 금상을 차례로 수상했으며 지난해에는 고려대에서 열린 ‘분자과학연구 심포지엄 MFS’에 참가해 세계적인 석학들의 고급 강연을 듣는 호사를 누렸다. “이틀간 영어로 진행되는 강연회라 내 영어실력의 한계를 뼈저리게 느꼈어요. 내 관심 분야인데도 어렴풋하게는 이해하지만 정확히 알아듣지 못하니까 안타까웠죠.”
성적은 끈질김에서 판가름
그는 과목별 호불호가 강한 편이다. 수학, 과학은 끈질기게 파고드는 반면에 영어에는 흥미를 느끼지 못해 공부에 큰 비중을 두지 않았다.
“영작 시험 항목에서 ‘took’이라고 써야 할 것을 ‘taked’라고 써 틀릴 정도였으니까요. 동사변형 같은 기초 실력이 부족했던 거지요.” 정신이 번쩍 들었고 일단 오기가 발동하자 교과서와 문제집에 나오는 문장이며 단어를 악착같이 외우기 시작했다. “내게 맞는 공부법을 찾기까지 시행착오를 많이 겪었어요. 힘든 시간이었지만 그런 과정을 견뎌내야만 성적이 오르더군요. 영어가 특히 그랬지요. 원래 외우는 걸 좋아했기 때문에 암기로 승부를 걸었습니다.”
수학을 곧잘 했지만 수학경시대회는 만만치 않았다. 그가 꼭 넘고 싶은 산이었기에 끈질기게 물고 늘어졌다. 수학을 잘하려면 문제 파악 능력부터 길러야 하고 그러기 위해선 개념이 머릿속에 분명히 서있어야 했다. 개념과 문제풀이를 될 때까지 반복 훈련한 덕분에 수학경시대회에서도 상을 거머쥘 수 있었다.
김군은 소문난 악필이다. 자신이 쓴 글씨를 알아보지 못할 때도 많다고. “수업시간에 필기를 거의 안해요. 써도 알아보지 못하니까요(웃음). 대신 초집중에서 수업 내용을 듣고 머릿속에 꼭꼭 짚어 넣어요. 그런 다음 복습을 해서 배운 내용을 암기해 두죠. 주변에 권할만한 공부법은 아니지만 나는 이런 방식이 맞더군요.”
줄곧 최상위권 성적을 유지하는 노하우를 묻자 김군이 멋쩍게 말한다. 그러면서 덧붙이는 한마디. “공부에 결코 비법은 없어요. 읽고 또 읽고, 외우고 또 외우고, 이해될 때까지 파고들어야 내 공부가 되더군요. 결국 끈질김에서 판가름 나지요.”
오미정 리포터 jouroh@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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