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와 사람들
세월호 참사 후 당신의 일상은 안녕하십니까? 파도처럼 밀려오던 슬픔이 가신 자리에 어떤 감정이 남아있습니까? 세월호 이후, 변해야 할 것은 하나도 변하지 않았는데 변하지 말아야 할 것은 너무 쉽게 변해 버린 것 같아 속울음을 울고 계실 안산시민을 위로하는 지면을 마련합니다. 아이를 잃은 부모의 울음이 멈출 때까지 그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는 이웃이 되길 바라며 세월호와 함께 한 안산시민들의 이야기를 연재하려 합니다. 이 코너의 글쓴이는 누구나 가능합니다. 세월호 참사 시민기록위원회 인터뷰 기록, 유가족이 쓴 편지, 자원봉사 활동 수기도 좋습니다. 널리 알리고 싶은 이야기들을 보내주세요.
하혜경 리포터 ha-nul21@hanmail.net
지난 28일 경기도 미술관 1층 세월호 참사 시민기록위원회 사무실에서 ‘지성아빠’를 만났다. 단원고 2학년 1반 17번이었던 지성이는 세월호 희생자다. 엄마와 아빠의 우수한 유전자만 닮아 키도 크고 얼굴도 예뻐 자라는 내내 ‘뭐가 되도 될 놈’이라는 기대를 심어줬던 귀여운 막내딸 문지성. 아빠는 지성이가 떠난 후 그저 ‘지성아빠’로만 불리길 바라며 오늘도 지성이가 왜 그렇게 빨리 부모 곁을 떠났는지 해답을 찾기 위해 분주히 농성장을 오간다. 지성아빠는 현재 세월호 참사 시민기록위원회가 제작하는 유가족방송 ‘416TV’ 메인앵커로 활동 중이다.
깡마른 몸이 걱정스러워 단식하시냐고 묻자 “단식 20일째라고 해도 믿으시겠죠?”라고 농담을 건네는 지성아빠. 세월호 이후 몸무게가 10Kg이나 줄었다. 먹어도 먹은 것 같지 않은 날, 잠을자도 간 것 같지 않은 날들이 흘러가고 있다.
지성이는 5월 1일 날 찾았다. 지성이가 수학여행을 떠난 다음 날 아빠는 시간이 어떻게 흘렀지 조차 기억이 없다. “그날은 달이 바뀌는 날이었으니까 기억을 해요. 전날 찾은 아이 인상착의가 적인 종이가 붙었는데 키도 안 맞고 5개 중에 2개 정도 맞았어요. 그런데 신기하게도 그 종이를 보는 데 딱 지성이 인 것 같더라고요. 종이가 확 다가와 가슴에 쿵 박히는데 지성이가 왔구나 했죠”
바닷가에서 태어난 지성아빠는 오히려 해경보다 바다에 대해 더 많이 알았다. 구조작업에 대한 의견을 내고 이렇게 해라 저렇게 해달라는 유가족의 요구에 해경은 수동적으로 움직일 뿐이었다. “그 때부터 정부도 언론도 믿을 수가 없었어요. 유가족들이 해경청장 붙들고 앉아서 악다구니를 쓰면 겨우 하나 이뤄지는 상황이었죠. 엉터리 방송을 내보내는 것은 말할 것도 없었죠”
지성이를 찾아 보내 준 후 지성아빠가 한 일은 ‘지성이의 행적 찾기’였다. 생존아이들에게 물어보고 기록도 찾아보면서 지성이가 어쩌다 변을 당했는지 찾아야만 했다. 아빠가 매달릴 수 밖에 없는 이유는 지성이가 생존자와 실종자 명단을 수 차례 오고갔기 때문이다. 지성이에 대한 의문은 풀렸지만 왜 배가 사고가 났는지는 아직도 의문이다. 유가족 대책위원회와 함께 진도 VTS도 방문하고 주변 섬 주민들도 직접 만났다. 그러나 여전히 배가 왜 급변침했는지, 안개속에 왜 출항했는지, 왜 아이들에게 탈출 명령을 내리지 않았는지 수많은 의문점이 풀리지 않고 있다.
지성아빠는 이런 의문은 수사권 기소권이 포함된 특별법이 만들어져야 풀릴 수 있다고 믿고 있다. 특별법 제정을 위해 그가 든 무기가 바로 ‘카메라’다.
지성아빠는 시민기록위원회 김종천 사무국장과 박성호군의 누나 보나양과 함께 ‘416TV’를 만든다. 8월 8일 시작한 ‘416TV’는 처음 유트브로 방송되다가 지금은 유스트림을 통해 생방송으로 진행한다. 매일 오후 3시부터 8시까지 광화문과 국회, 청운동 동사무소 앞 상황을 실시간으로 만날 수 있다. 국회 단식 농성 상황을 알린 첫 방송 조회수가 5만을 넘길 정도로 화제가 되었다.
“모든 걸 다 배우면서 합니다. 물량, 인원, 모든 것이 기존 방송에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열악합니다. 그래도 우리의 목소리를 생생하게 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조금은 거칠어도 국민들은 유가족들의 진정성을 알아봐 주실 것”이라는 지성아빠. 카메라를 들이대고 권력자들의 민낯을 전하고 싶은 것도 그의 바램이다. “카메라는 국회의원도 장관도 고개 숙이게 할 수 있죠. 사람들이 보고 있다는 것 만으로 그 사람들은 함부로 행동하지 못하죠. 그래서 방송을 시작한 것입니다”
인터뷰 내내 조근 조근한 말투에서 지성아빠의 결기가 느껴진다. ‘이제 그만하라’는 말에 ‘아직 시작조차 못했다’고 말하는 유가족들. 그들의 이야기가 궁금하다면 유가족방송 ‘416TV.net''으로 접속하면 된다. 헨드폰으로도 시청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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