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20일 정오. 안산문화광장에 안산시민들이 모이기 시작했다. 보름 전 팽목항을 출발한 밀알청년 김희범(27) 군과 도보행진을 함께 하기 위해 시민들이 모인 것이다.
이날 참가한 안산시민들 중에는 김 군과 함께 도보행진에 참여하지는 못하지만 발대식에서 마음이라도 함께 하고자 하는 분들도 있었다.
합동분향소에서 조문을 마치고 도착한 김희범 씨와 도보순례단이 안산문화광장에 들어서자 시민들은 박수로 이들을 맞이했다. 제종길 안산시장과 동산고 김인중 이사장도 함께 해 마음을 더했다.
오후 1시가 되자, 모인 시민들은 “출발! 안산에서 광화문까지 잘 다녀오세요!”라고 외쳤다. 비록 함성은 아닐지라도 응원하는 마음으로 뒤를 따르기도 했다. 함께 걷던 한 시민은 “유가족들은 치유도 또 회복되지도 않았는데, 옆에서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지쳐가니 부끄러운 일이다. 유가족들이 오해와 편견을 받는 것은 정말 마음 아프다”고 말했다.
광화문에 도착하기로 예정되어 있던 지난 21일은 아침부터 세찬 비가 내렸다. 하지만 김 씨와 안산시민도보행진의 행진을 막을 수는 없었다. 거센 비를 뚫고 광화문에 도착했다.
그리고 이들은 유가족 대표단에게 팽목항에서부터 입고 온 티셔츠(단원고 학생들 이름이 쓰인)와 팔찌, 편지를 전하고 일정을 마무리했다.
김 군은 인사말에서 “합동분향소에서 느낀 슬픔과 분노로 마음이 너무 아프다. 광화문에 도착하면 유가족들을 위해 할 일을 찾겠다. 안산시민들이 세월호를 잊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 안타깝다”고 말했다. 그는 아직 우리가 기억해야 하고 유가족을 도와야 한다고 호소했다.
김 군이 팽목항에서 광화문까지 ‘세월호 위로순례’을 기획한 것은 단원고 생존학생들이 “걷는 것이 친구들을 위해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이라며 시작한 1박2일 도보행진 때문이었다.
그리고 지난 8월 7일 팽목항을 출발한 이후 안산 합동분향소까지 15일이 걸렸다.
그는 SNS를 통해 “목적은 없다. 오직 사고를 당한 유가족들과 후배 단원고 학생들을 위한 위로, 관심이다”라고 전했다.
박향신 리포터 hyang308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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