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동구 암사 역사생태공원 안에 자리 잡은 희망목공소. 버려진 고사목들이 새 생명을 얻느라 분주한 곳이다. 목수들의 손끝에서 나무결이 살아있는 기다란 벤치가 만들어진다. 100% 핸드메이드 원목 의자다.
“고사목을 잘라 사포질하면서 결을 다듬은 다음에 양쪽에 구멍을 내 의자 다리를 붙이고 칠을 해서 완성합니다. 연간 1백여 개 만듭니다. 완성된 의자들은 공원, 버스정류장, 어린이놀이터 등지에 비치되지요. 유치원이나 학교에서 요청이 들어오면 선물하기도 하고요.” 희망목공소 터줏대감인 강동성씨가 설명한다. 벤치 외에도 강동구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는 나무 표찰, 사각 화분, 장승도 모두 여기에서 만들었다.
고사목이 목수를 만나면 생활소품으로 변신
목공소 한켠에는 고덕산, 일자산, 구봉산에서 주어온 잣나무, 소나무, 은행나무, 아카시아나무가 산처럼 쌓여있다. 강씨는 “2010년 당시 태풍 곤파스로 쓰러진 나무들이 대부분”이라며 최근에는 목공소가 입소문 나면서 “벼락 맞은 나무부터 쓸 만한 목재가 있다며 실어가라고 여러 군데서 연락이 온다”고 말한다. 강동구 전역에서 모아온 폐목들은 적당한 크기로 잘라 껍질을 벗겨낸 후 썩지 않도록 약품 처리해 보관한 다음 필요할 때마다 하나씩 쓴다.
사무실 한 켠에 가지런히 세워놓은 낡은 한옥 문짝의 용도를 궁금해 하자 강씨는 “종갓집 고택을 허물 때 나온 한옥 문짝”이라며 “문틀을 손 봐서 칠을 새로 하고 창호지만 붙이면 나중에 전통체험 행사 열 때 요긴한 소품으로 쓰일 보물”이라며 귀띔한다.
일자산에 나무 놀이터 선보여
2009년 문을 연 뒤부터 고사목을 활용한 일상용품을 다양하게 제작해오고 있는 희망목공소에서는 올해 새로운 시도에 나섰다. 강동구민들의 쉼터인 일자산도시자연공원 안에 리사이클링 생태놀이터를 만들어 각종 놀이기구를 나무로 제작해 선보였다.
“아이들이 버려진 나무로 만든 놀이 기구로 숲속에서 맘껏 뛰노는 활동을 자연스럽게 생태교육으로 연결시키자고 아이디어를 냈습니다. 다른 지역의 나무 놀이기구를 벤치마킹하고 사진자료와 도면을 구해다 목수들끼리 머리를 맞대고 궁리해 가며 하나씩 완성했습니다.” 이기성 강동구청 푸른도시과 팀장이 설명한다.
현재 일자산 공원 안에는 출렁다리, 맨발 클라이밍, 흔들의자, 통나무 디딤돌 등 13개의 놀이기구가 마련돼 있다.
무료 목공 교실 매주 열어
주민 대상 목공 체험프로그램도 7월부터 목공소에서 선보이고 있다. 매주 수, 토요일 오후 2시에 열리는 목공교실은 유치원생부터 초등학생 자녀를 둔 가족단위 신청자들로부터 꾸준한 호응을 얻고 있다.
교육장에서 만난 장현지(명덕초 5)양은 “나무 조각을 붙여 동물 모양의 연필꽂이를 직접 완성했다”면서 앞으로 “책상 위에 올려놓고 두고두고 사용할 것”이라며 뿌듯해 했다.
초등학생 두 딸과 함께 참여한 김효진씨는 “지난번에 나무솟대를 재미있게 만들어 다시 한번 참여하게 됐다”면서 “목공소 주변이 시골 분위기가 물씬 나는데다 도시 아이들이 나뭇조각을 맘껏 만져볼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라며 만족스러워 한다.
2시간 동안 진행되는 목공교실에서는 나뭇조각과 펜, 본드, 조각도를 이용해 펜, 솟대, 장승, 목걸이 등의 나무 소품을 손쉽게 만들어 볼 수 있다. “느티나무 같이 쉽게 구할 수 있는 나무를 재단해 수업 재료로 활용합니다. ‘나만의 작품’을 만드는 재미에 어른, 아이 모두 즐거워하지요. 얼마 전에는 오동나무로 나무목침을 만들어서 머리에 베는 방법까지 설명해 주자 반응이 뜨거웠습니다.” 교육을 맡은 김세종씨가 설명한다.
희망목공소에서 진행하는 체험프로그램은 모두 무료며 필요한 재료도 목공소에서 준비한다.
희망목공소 9월 체험프로그램
일시 : 매주 수, 토 오후 2시
대상 : 초중고생 및 성인
신청 : 강동구청 홈페이지(www,gangdong.go.kr)에 접수
문의 : 강동구청 푸른도시과 02-3425-6453
어르신들을 위한 장수지팡이 ‘청려장’
희망목공소에서는 2013년부터 어르신들을 위한 장수지팡이 청려장(靑藜杖)을 만들고 있다. 청려장은 명아주 줄기로 만든 지팡이로 가볍고 단단하며 지압 효과까지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통일신라시대부터 장수한 노인에게 왕이 직접 청려장을 하사했다고 전해지며 <본초강목>에는 ‘청려장을 짚고 다니면 중풍에 걸리지 않는다’는 기록이 있고 민간에서도 신경통에 좋은 귀한 지팡이로 여겼다. 안동 도산서원에는 퇴계 이황이 짚고 다니던 청려장이 보관돼 있다.
어르신들을 위한 청려장을 선보이기 위해 지난해부터 강동구는 목공소 인근에 명아주 1000여 그루를 재배하고 있다. “봄에 씨 뿌려 1년 농사를 지어 가을에 수확합니다. 명아주 줄기를 손질해 찐 다음 껍질을 벗기고 사포질을 해서 표면을 매끄럽게 다듬어 멋스럽게 색칠까지 마쳐야 지팡이가 완성됩니다.” 희망목공소 강동성씨가 제작 과정을 설명한다.
1년여 제작 기간이 걸릴 만큼 정성이 만이 들어가는 장수지팡이 청려장은 ‘효 사상’을 되새기자는 의미에서 오는 10월 노인의 날에 강동구 어르신들에게 선물한 예정이다.
오미정 리포터 jouroh@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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