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교육은 지금 선행학습에 매우 시달리고 있는 중이다. 정부에서는 이 현상의 문제점을 잘 알기 때문에 선행학습 금지법까지 만들었지만 사교육의 달콤하기 그지없는 선행학습의 효과를 맛본 많은 사람들의 묘수로 그 효과는 어느 정도가 있을지 의문이 든다. 선행학습은 실제 교육에서 좋은 방법이 결코 아니다. 단지 당장의 일시적인 점수 향상에는 도움이 되어 조급한 마음을 지닌 사람들에게 만족감을 주지만 장기적이거나 거시적으로 보면 해가 될 뿐이다. 선행학습의 많은 문제점을 제대로 이해하고 올바른 교육을 할 수 있는 지혜로운 엄마가 되어야 하다.
1. 선행학습의 원리
사실 선행학습은 타 교과보다 수학에서 가장 많이 하고 있는 현상이다. 국어와 영어는 수학처럼 단계가 강하게 구분되는 분야가 아니다보니 선행이 필요할 가능성이 별로 없다. 수학은 선행을 잘 하면 당장 점수를 올리는데 상당히 효과적인 부분이다. 가장 간단하게 생각하면 ‘2+2+2+2=8’이라는 덧셈을 배우는 과정에 머물러 있는 아이는 그 계산 속도도 느리고 틀릴 가능성도 있다. 그런데 덧셈을 배우는 과정에서 다음 단계인 곱셈을 배워 ‘2*4=8’을 알아버리면 문제 푸는 속도나 정확도는 덧셈에 비해 월등하다. 극단의 경쟁으로 불안심리에 시달리는 부모들은 당연히 이 선행 학습의 묘수에 혹할 수밖에 없다. 옆집 아이는 곱셈을 턱턱해서 답을 빠르고 정확하게 찾는데 자신의 자녀가 곱셈을 몰라 더하기를 하고 있으면 어느 부모가 그걸 지켜보면서 선행 학습을 거부할 수 있을까. 그래서 지금 한국 교육의 선행학습은 엄청나다.
2. 뿌리 깊은 나무와 샘이 깊은 물의 지혜
모든 운동에서 기본기는 매우 중요하다. 동네 수준의 운동에서는 기본기가 약해도 이기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아마추어가 아닌 프로급의 운동선수들은 기본기가 매우 중요하다. 그래서 수준급 선수들은 기본기가 탄탄할수록 위기 대처 능력도 탁월하고 창의적인 경기 운영도 잘 한다. 아마 수준 높은 운동을 경험한 사람이라면 이 원리는 누구나 인정한다.
학습도 마찬가지다. 수학 점수가 좋은 학생들도 두 부류로 나눠진다. 수학적 추상화의 사고 과정에서 근본 원리에 대한 이해도가 높고 심화학습을 많이 하여 기본이 튼튼한 학생이 있고 근본 원리보다 선행의 묘수로 답을 잘 찾는 학생도 있다. 어쨌든 둘 다 맞추었으니 문제 될게 없다는 사람들이 있을 수 있다.
동네 운동 수준에서는 기본기가 그렇게 중요하지 않듯이 초등이나 중등에서는 기본기가 별로 없어도 그럭저럭 좋은 점수를 얻어낼 수 있다. 그래서 선행학습의 효과는 초중등 과정에서 많이 나타난다. 실제 함수 그래프에서 곡선의 접변 기울기를 이해할 때 고등 과정의 미분을 이해하면 아주 쉽게 이해될 수 있다. 그런데 우리 주변을 잘 보면 초등 때 신동, 중등 때 천재들이 대입시에서 크게 성공하지 못하는 경우가 매우 허다하다. 그 이유는 이러한 선행학습을 통해 초, 중등 때 큰 힘을 발휘하지만 대입시의 수준에 도달하면 여지없이 무너지기 때문이다.
특히 문과 수리 논술이나 이과 수리 논술을 담당하고 있는 강사들에게 이 선행학습을 이야기하면 아주 흥분하면서 선행학습을 주도하는 학원을 향해 강한 혐오감을 표현한다. 문이과 수리 논술 문제는 객관식이 아니라 그 풀이 과정에서 수학적 사고력을 측정하는 경우가 많다. 이럴 때 수학적 근본 원리를 잘 학습한 학생들은 그 풀이 과정을 제대로 서술하는데 선행학습을 받은 학생들은 대부분 풀이 과정을 서술하지 못하고 선행의 묘수를 동원하여 답을 찾기만 한다. 이 경우 근본 원리를 이용하는 창의적 사고는 전혀 할 수가 없다. 기본기가 좋은 선수가 위기에 강하고 창의적인 능력을 발휘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선행학습을 한 학생은 위기에 매우 약하고 창의력을 발휘하지 못한다.
3. 선행학습은 제로섬 게임(Zero Sum Game)
교육은 분명 멀고 길게 내다봐야 바람직한 길을 갈 수 있다. 즉발적 효과를 노린 방법은 당장의 달콤한 효과에 만족스럽지만 결과적으로는 그 효과가 부정적이 되어 결국 ‘0(Zero)''가 되고 만다. 당장의 학교 시험 성적을 반짝 올리지만 대입시에서는 결과적으로 낭패를 볼 수 있는 아주 좋지 못한 학습 방법이다.
그리고 경제적 효율성에도 큰 문제가 있다. 국어 교과도 고등부에 진학하기 전에 학원 강의에서 선행학습을 많이 한다. 그런데 학생의 입장에서는 그 당시에 듣고 끝나는 게 아니라 학교에 가면 정규 수업 시간에 또 들을 것이라는 예측이 가능해 진다. 그리고 시험 기간이 되면 학원에서 시험 범위에 대한 강의를 또 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서 스스로 노력하지 않는다. 한 번 열심히 듣고 정리하면 될 내용을 여러 번에 나누어 반복적으로 듣지만 능동적 자기 주도학습을 하지 않게된다. 자기 주도 학습과 거리가 먼 것이 바로 선행 학습이다. 그래서 국어 학습의 선행학습은 경제적으로 효율성이 없다.
남들이 다 하니까, 괜히 내 자녀가 뒤쳐진 듯한 느낌이 들어, 실제 당장의 점수가 오르는 효과가 있어 선택하는 선행학습, 당장의 달콤함은 매우 강하지만 교육적 독을 주는 것과 마찬가지다. 지혜로운 부모는 선행을 할 것이 아니라 심화를 더 많이해야 한다는 만물의 섭리를 잘 이해해야 한다.
- 다음 주에는 제1부 제4장 연재가 이어집니다.
글 : 이성구 선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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