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문>
“휴식을 모르는 사람은 브레이크 없는 자동차같이 위험하다”고 포드는 말했다. 여름휴가를 대하는 우리의 태도가 조금씩 바뀌고 있는 듯하다. 많은 서민들이 연례행사처럼 어쩌다 여행을 갈 수 있었던 궁핍한 시절에는 열정적으로 바캉스나 놀기를 즐겼다면, 최근에는 나를 힐링하고, 재충전하는 데에 의미를 두는 이들이 많다. 푹 쉬면서 정신적으로 위안을 얻었다면 휴가의 막바지에 내 몸을 한 번 점검해보는 것은 어떨까? 그 중에서도 삶의 질에 큰 영향을 미치는 치아 검진의 중요성에 대해 일산의 사과나무치과병원 김혜성 원장의 조언을 통해 알아보자.
스트레스 많이 받는 사람들의 치아 상태 매우 좋지 않아
우리 몸 중 어느 한 부위라도 전신 건강에 영향을 주지 않는 곳이 없지만 치아와 잇몸의 상태는 신체 건강과 직결되는 대표적인 건강의 바로미터라고 할 수 있다.
퓰리처상을 수상한 미국 흑인작가 알렉스 헤일리의 소설 ''뿌리''를 보면 백인들이 흑인 노예를 선택하는 중요한 기준으로 치아 상태를 면밀히 살피는 장면을 볼 수 있다. 치아 건강이 신체 건강을 가늠하는 척도가 되는 것을 오래 전부터 알고 있었던 것이다.
부진을 겪은 사업가나 정치인, 소설가, 운동 선수 등에서 평균치보다 몇 배나 빠른 치주질환 진행을 보이곤 하는데, 이 역시 치아와 신체 건강과의 상관관계를 파악할 수 있게 한다.
조금 다른 의미이기는 하지만 우리 조상들은 ‘이빨 빠진 호랑이는 토끼도 업신여긴다’는 풍자적인 속담을 통해 치아 건강의 중요성을 표현하기도 했다.
음식을 ‘20번 이상 충분히, 천천히 씹어 먹어야’ 좋다는 말은 상식에 속한다. 왜냐하면 많이 씹을수록 타액분비가 활발해지고, 크고 딱딱한 음식물을 잘게 부수어 소화가 잘 되기 때문이다.
사과나무치과병원의 김혜성 원장은 “치아가 부실한 이들의 경우 대충 씹고 삼키는 경우가 많아요. 소화불량은 물론이고, 음식물이 가진 중요한 영양분을 흡수하지 못하죠. 부족한 영양분을 보충하기 위해 과식을 할 수도 없잖아요. 더구나 노년층의 경우에는 저작 활동을 제대로 하지 못하면 두뇌 활동에도 영향을 주게 돼 치매의 한 원인이 될 수도 있다.”라고 말한다.
현대인들은 길어진 수명에 비해 음주, 흡연, 인스턴트 음식, 잘못된 칫솔질 등 치아를 상하게 만들 수 있는 환경에 다수 노출되어 있기 때문에 평소의 관리와 예방이 매우 중요하다.
다행스러운 것은 청소년의 경우 전보다 구강 관리 교육이 잘 이루어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2012년 국민구강건강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12세 아동의 경우 충치 경험 개수가 2000년 3.3개에서 2012년 1.8개로 줄어드는 추세에 있어 평소 관리의 중요성과 효과를 보여준다.
하지만 국민건강보험공단 발표에 따르면 잇몸이 붓거나 피가 나는 ''치주염'' 환자 수는 2006년 전체 인구 48,782,000명 중 5,633명에서 2011년 50,515,000명 중 7,996명으로 오히려 증가해 나이 들수록 치아 관리가 소홀해지는 것으로 나타나 우려를 낳고 있다.
이에 대해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은 조사를 통해 65세 이상의 81%, 65세 미만의 50.4%가 경제적인 이유로 치과 치료를 완전하게 받지 않은 것으로 파악했다. 이외에 ‘시간이 없어서’나 ‘증상이 심하지 않아서’라는 이유도 많았다.
치주 질환 조기 치료가 경제적, 시간적으로 훨씬 이익
물론 당장의 경제적, 시간적 이유가 치과를 찾는 발길을 잡아놓을 수도 있지만, 향후 발생할 더 큰 손실을 생각하면 초기에 혹은 정기적으로 검사와 진료를 받는 것이 필수적이라는 데에는 누구도 예외가 될 수 없다.
이에 대해 김혜성 원장은 “많은 분들이 경험하셨겠지만, 치주 질환은 자각 증상 없이 진행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통증이나 불편함을 느낄 정도가 되면 이미 질환이 상당히 깊어진 뒤인 것이죠. 이런 환자를 보면 ‘호미로 막을 것을 가레로 막는다’는 속담이 딱 떠올라 안타깝습니다.” 라며, 조기에 치료하는 것이 시간과 경제적인 부담을 훨씬 줄이고, 치료 효과도 높일 수 있다고 말한다.
최근의 치과는 의술과 장비의 발달로 검진과 치료 과정에서 환자가 느끼는 통증과 두려움을 상당히 감소시키고 있다. 지난해부터는 연 1회 스케일링(치석 제거)에 대해 건강보험이 적용돼 예방 차원에서의 경제적 부담도 대폭 줄어들었다. 이에 따라 방학이나 휴가, 연휴 혹은 주말을 이용해 치아 상태를 살피고 스케일링을 하는 사례가 많아졌다.
노화의 대가로 통하는 미국의 한 학자는 나이 드는 것에 대해 ‘누구도 피할 수 없으며 생체 고유의 변화로 바꿀 수도 없다’고 정의했다. 하지만 서울대 의대 박상철 교수는 다양성과 적응성이라는 인식의 전환을 내보이며 생활 환경이나 습관을 통해 적응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치아 건강도 마찬가지다. 나이가 들거나 유전적, 환경적인 이유로 치아와 잇몸이 부실해질 수도 있지만 꾸준하고 올바른 평소 관리와 적극적인 검진을 통해 예방과 조기 치료가 얼마든지 가능한 것이다. 이번 여름휴가 마지막 날은 가까운 치과를 찾는 것으로 건강하게 마무리해볼 것을 권한다.
도움말 치과의사 김혜성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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