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움에 과감하라’가 좌우명이라는 박기현양. 타고난 바지런함에 적극성, 완벽주의까지 더해져 뭐든 시작하면 끝을 보는 성미다.
매년 참가하는 교내 영어말하기대회도 대본 외우고 발음 연습하는 데 그치지 않고 제스처, 표정, 청중과의 눈맞춤, 무대 위 동선까지 세밀하게 시나리오를 짜서 본인이 만족스러울 때까지 수백 번 연습하는 독종이다. 무대 위에서 느끼는 ‘그 짜릿한 긴장감’에 끌려 공부하느라 정신없는 고3 때도 영어말하기대회에 참여할 만큼 좋아하는 건 꼭 해야 직성이 풀린다. 물론 노력한 만큼 성과도 뒤따른다.
“취미가 테드(TED) 동영상 강연 보는 거예요. 전 세계의 석학과 리더들이 자신의 철학과 지식을 기발한 방식으로 풀어내며 청중을 설득하는 과정이 흥미롭거든요.”
공부는 연극배우처럼
그만의 공부법도 독특하다. 또래들이 책에 밑줄 치며 요점 정리하며 외울 때 그는 큰 소리로 떠들며 손짓, 몸짓 총동원해 연극 배우가 대사하듯 공부한다. “배운 내용을 머릿속에 정리해 입으로 술술 말할 줄 알아야 온전히 내 공부가 되더군요.”
이런 공부법은 고1 국어명예교사를 하면서 자연스럽게 터득했다. 처음엔 예습, 복습해 가며 아무리 열심히 수업 준비를 해가더라도 칠판에 써서 가르치니까 아이들이 점점 딴짓하고 요점만 베껴갔다. 맥이 빠진 그는 고민 끝에 교수법을 바꾸었다. 글을 줄줄 읽는 대신 ‘말’로 가르치자 수업 효과가 나타났고 이 방식을 자신의 공부법에도 응용했다.
“명예교사를 하면서 많이 배웠어요. ‘남을 가르친다’는 게 내가 아는 걸 알려 주는 게 아니라 상대방이 필요로 하는 걸 채워주는 거라는 것. 이건 공부 뿐 아니라 동아리 활동, 친구 관계에 모두 해당되더군요. ‘소통’의 중요성을 터득한 셈이죠.”
배운 걸 활용해 봐야 진짜 공부
지행일치(知行一致), 그가 중시 여기는 덕목이다. 때문에 배운 건 꼭 일상에 두루 적용해 보려고 애쓴다. “영어책 줄기차게 읽으며 쌓은 영어실력을 외국인과 만날 때 골고루 써 먹었어요. 신기하게도 내가 쓴 단어, 문장으로도 말이 통하더군요. 초등 저학년 때의 그런 경험이 영어에 자신감을 심어줬고 외교관이란 꿈까지 품게 해주었지요.”
정치외교학과를 지망하는 그는 외국인 유학생들을 위한 통역 가이드도 맡았고 사이버외교사절단 반크 동아리에 가입해 독도 홍보에도 열을 올렸다. “운 좋게 가수 김장훈, 외교부 장관 까지 만나 독도 홍보의 방법론에 대해 조언을 들었어요. 감정적인 대응보다는 근거 자료를 가지고 전 세계를 상대로 이성적으로 설득해 나가는 외교 노하우가 필요하다는 걸 두 분 모두 강조하더군요.”
독도 거리 캠페인에서 만난 외국인의 충고
박양 스스로도 외국인을 상대로 한 거리 캠페인에 나섰다가 이 점을 뼈저리게 배웠다. “인사동에서 만난 한 영국인은 독도는 타케시마라고 잘라 말하더군요. 순간 말문이 막히며 내가 준비한 설득의 논리가 약하다는 걸 깨달았죠. 나중에 알고 보니 그 외국인은 국내의 한 고교에서 반크동아리 지도교사였고 일부러 우리 반응을 떠보려고 했더군요. 일본의 주장을 냉정하고 논리적으로 반박하되 부드럽게 한국을 PR할 수 있는 방법론을 찾으라고 따끔하게 충고해 주셨어요.”
이 같은 현장 경험이 박양에게 성장의 자양분이 됐다. 학생회 활동도 그가 꼽는 고교 시절 최고의 추억거리다. “학생회 부회장에 자율부원까지 맡아 아침마다 교문 앞에서 복장 점검을 담당했는데 늘 학생들과 실랑이가 끊이지를 않았어요. 합리적인 해결책을 찾기 위해 모두들 머리를 맞대고 납득할 수 있는 개선책을 찾았어요. 쉽지는 않았지만 방법론을 찾아나가는 그 과정에서 배운 게 많아요. 게다가 선배와 또래 학생회 간부들을 곁에서 지켜보면서 그들의 부드러운 리더십, 갈등을 해결해 나가는 소통 노하우 같은 장점을 벤치마킹할 수 있었고요.”
학생회에 동아리 활동, 방과후 수업, 여기에 공부까지 그는 고교시절 내내 숨 돌릴 틈 없이 바쁘게 보낸다. 온갖 자료 찾아 설문조사까지 해야 하는 소논문도 매년 꼬박꼬박 썼다.
입시 공부에 올인 하느라 고교생만이 해볼 수 있는 숱한 경험을 놓치기 싫어하는 박양 특유의 욕심 때문이다. 책에서는 지식을 얻지만 현장 경험에서는 지혜를 얻는다는 걸 일찌감치 간파한 노련함이 뒷받침 됐다.
“모든 걸 다해보고 싶다는 욕심이 시간을 효율적으로 쓰게 만들어 줘요. 실제로 여러 가지 활동을 한다고 성적이 곤두박질 치는 건 아니에요. 많은 걸 해봐야 내가 뭘 잘하고 좋아하는 지를 명확히 검증받을 수 있거든요.”
하고 싶은 것 다 하면서 최상위권 성적을 유지하는 박양만의 비법이 궁금했다. “주변의 평가, 남들 시선에 신경 쓰지 말아야 해요. 고1 때 공부 슬럼프를 겪을 당시 계속 내 성적을 남과 비교하니까 악순환만 계속되더군요. 공부는 결국 나와의 싸움이에요.”
완벽하게 공부하지 않으면 시험에서 꼭 실수하게 되고 원리를 깨닫지 못하면 응용문제의 함정에 빠질 수밖에 없으며 내신은 내신만의 공부법을 간파해 효율적으로 준비하라는 어찌 보면 당연하지만 뼈가 있는 말을 그는 조목조목 덧붙였다.
오미정 리포터 jouroh@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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