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위가 절정에 닿을수록 나무그늘은 더욱 짙어진다. 여름날 시원한 그늘을 선물하던 동네 느티나무 기억하는가? 한 여름 동네 느티나무 아래 놓인 평상은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사랑방이었다. 시원한 수박을 가져와 나눠 먹고 동네 꼬맹이들은 엄마 무릎을 베고 잠들 곤 했다. 아무리 땡볕이라도 나무 그늘 아래만 들어서면 더위가 싹 가시는 마법같은 장소. 그 추억을 가진 사람이라면 그늘 짙은 나무아래 불어오는 한 줄기 바람을 그리워 할 것이다. 이처럼 자연과 친밀해지는 감성은 어릴 때 삶 속에서 습득된다. 우리가 살고 있는 안산에는 아이들과 함께 시원한 나무그늘을 만끽할 수 있는 숲이 많다. 짙은 녹음과 시원한 바람, 풀벌레 소리와 화려한 여름철 꽃까지 감상할 수 있는 ‘안산 푸른학습장’을 찾았다.
향토식물 교육의 장으로 조성
성포동 청소년 수련관 앞에서 수인산업도로 아래 교차로를 통과해 부곡동으로 진입한 후 좌회전하면 곧 푸른학습장이 나타난다. 부곡동 부곡초등학교 맞은 편에 위치한 푸른학습장은 녹음으로 우거진 나무가 시원한 그늘을 선물하고 여름철 꽃이 진한 향기를 뿜어낸다.
생태학습장은 수인산업도로와 부곡동, 일동 사이에 위치한 완충 녹지에 만들어졌다. 완충 녹지 일동지역엔 성호공원과 성호기념관, 식물원, 조각공원 등 시민들의 휴식공간으로 조성됐고 부곡동은 생태학습장이 만들어진 것이다.
소나기가 그친 여름날 부곡종합복지관에 주차를 한 후 곧바로 푸른학습장으로 향했다. 도로변 메타세콰이어 나무가 만들어낸 시원한 그늘이 학습장을 입구까지 이어졌다.
‘안산시 푸른학습장’ 입구에 들어서자 오른편으로 관리동과 널찍한 공터가 나타난다. 혹시나 생태 해설사를 만날 수 있을까 싶어 문의했으나 아쉽게도 해설사는 상주하지 않는다고 한다.
시민이 기증한 나무은행 ‘묘목장’ 있어
푸른학습장은 넝쿨식물로 입구를 꾸민 정원 2곳과 묘목장, 벚꽃길, 꽃잎광장, 가로공원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푸른학습장을 찾은 아이들은 회화나무, 마로니에 나무, 단풍나무, 벚나무 저마다 생김새가 다른 나무들을 만져보기도 하고 냄새도 맡아보며 이리저리 돌아다니기 바쁘고 어른들은 그저 나무 그늘 아래서 쉬기에 여념이 없다. 관리동 옆에는 나무 벤치가 길게 이어져 간만의 산책으로 피곤한 발을 쉬게 하기에 안성맞춤이다.
학습장 내에는 무리지어 핀 여름꽃들도 한 창이다. 고운 누이를 닮은 능소화가 치렁치렁 늘어졌고 비온 뒤 쑤욱 자라는 메나리도 소담소담 피었다. 선홍색이 도드라진 플록스도 여름 꽃 무리에서 빠질 수 없다며 색을 뽐내는 중이다. 이름을 알 수 없는 꽃을 보며 어느 시인의 시처럼 저 꽃의 이름을 불러 줄 수 있다면 더 좋을 텐데 하는 아쉬운 마음이 가득하다.
생태 학습장 한 켠엔 시민들이 기증한 나무은행이 조성되어 있다. 도로를 만들거나 집을 지을 때 버리기 아까운 나무는 안산시에 연락해 나무은행에 기증할 수 있다. 기증 받은 나무는 학습장 적당한 곳에 식재하기도 하고 공원에 적합한 수목이면 공원으로 옮겨심기도 한단다.
놀이터이며 산책로인 생태학습장
비 온 후라서인지 공원에서 시민들을 찾기는 어려웠다. 생태학습장 관리원 아저씨는 “봄이면 주변 유치원에서 자연 공부하러 많이 온다. 평일에는 아이들이 옆 복지관에서 무슨 공부를 하는지 공원안을 달려 지나기도 하고 꼬맹이들이 잠자리며 곤충 잡으러 많이 찾아 온다”며 “학습장이라고 해서 꼭 공부하는 곳이 아니라 오고가며 나무 이름 꽃 이름 눈길 한 번 주라고 이름표를 붙여 놓은 것”이라고 말한다. 형식상 관람 시간이 정해져 있지만 시민들에게 24시간 개방하고 있다.
여름이 가기 전 돗자리 한 장 준비하고 푸른학습장을 찾아가 보면 어떨까? 행복이 멀리 있지 않듯이 배움도 거창한 곳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하혜경 리포터 ha-nul2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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