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랑귀가 될 수 밖에 없는 엄마
어떤 사람이 팔랑귀일까? 우선 줏대가 없는 사람 즉 자존감이 부족해 열등의식이 강한 사람, 경쟁이 치열하여 조급한 상황에 처한 사람, 올바른 정보가 없는 사람, 노력에 비해 큰 결과 즉 대박을 바라는 사람 등이다.
주변에 팔랑귀를 가진 사람은 대부분 그 삶의 결과가 긍정적이지 않다. 왜냐하면 자신의 본질에 알맞은 삶을 선택하지 못하고 주변 상황에 휘둘리다 보니 저절로 모든 상황이 왜곡되고 말아 노력에 비해 결과가 좋지 않게 된다. 이렇게 좋지 못한 팔랑귀를 차고 싶은 사람은 없다. 그런데 문제는 아무리 자존감이나 자신감이 넘쳐도 극단의 경쟁에 처하게 되거나 공교육자의 권익과 사교육의 이익 추구를 위한 왜곡된 정보의 강력한 논리 앞에서는 팔랑귀를 착용하게 된다. 그러나 열심히 팔랑귀를 차고 돌아다니나 팔랑귀를 차지 않으나 먼 미래의 결과는 크게 다르지 않다.
극단의 치열한 경쟁, 팔랑귀는 유혹은 강력하다
학벌 위주의 사회는 과도한 입시 경쟁을 낳는다. 실제 2014년 대입 수시 모집의 일반 전형인 논술 전형은 평균 100:1을 기록했다. 그래서 지금 웬만한 경우 서울 소재 대학만 입학하여도 우수한 학생으로 인정해야 할 정도다.
이러한 극단의 경쟁 상황에서 대학 입시의 정보나 지식은 아주 중요하다. 그런데 문제는 그 정보나 지식을 제공하는 사람들이 정확하고 객관적인 정보를 제공하지 않고 자기가 소속된 단체의 이익을 위한 쪽으로 해석해서 전달하다 보니 많이 왜곡되어 있다. 실제 교육 분야의 불안 마케팅은 매우 심각한 수준이다. 극단의 경쟁과 위기감을 느끼게 하는 불안 마케팅의 공격에서 느긋한 태도를 지니기는 매우 어렵다.
학벌 사회의 붕괴 전초 증상은 이미 시작되었다
팔랑귀를 차지 않으려면 조급증을 없애고 미시적 시각에서 벗어나 거시적인 시각을 가질 필요가 있다. 지금 팔랑귀의 주범인 학벌 위주의 사회는 앞으로도 계속 유지될까? 대부분 사람들은 한국 사회의 학벌 위주의 성향은 극복되기 어렵다고들 말한다. 그러나 필자의 생각은 결코 아니다. 10년이 지나고 나면 한국 사회는 지금의 학벌 위주의 사회에서 엄청나게 멀어져 있을 것이다. 그 근거로 이미 진행 중인 학벌 붕괴 현상을 들 수 있다. 90년대 초반만 해도 대부분 사람들은 전공보다 대학의 이름을 선택했다. 그런데 청년실업이 심각한 이 시대는 이미 대학의 서열보다 전공이 더욱 중요하게 인정되고 있다. 그래서 이미 학교 서열도 그룹화되어 ‘서연고, 서성한, 중경시’라는 말로 묶는다. 이미 학벌 사회는 상당히 붕괴되고 있다는 증거다.
두 번째 이유는 교육에 대한 투자 대비 그 결과가 별로 좋지 않다. 즉 투입의 양(Input)에 비해 생산의 양(output)이 썩 만족스럽지 않다. 명문대를 보내기 위한 오랜 세월 동안 투자하는 경제적 요소는 대단히 막대하다. 그런데 최근 대졸자들의 사회적 경제적 위상은 예전같이 높지 않다. 만약 서울대 경영학과를 진학하는 티켓과 연수입 2억의 3대째 내려오는 설렁탕집 운영의 티켓 두 개를 제시한다면 무엇을 잡을까? 예전같으면 당연히 전자였다. 그러나 지금은 상황이 매우 다르다. 그 이유 중 가장 강력한 것은 평균 수명의 증가다. 수명 100세 시대가 예고된 지금 명문대졸의 간판은 50세에 끝난다. 그러나 설렁탕집의 간판은 죽기 전날까지 유효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화이트 칼라의 수명이 길지 않는 것과 수명 100세 세대의 역설적 현상이 학벌 붕괴의 이유다. 남아 선호 사상이 불과 몇 년만에 급격하게 사라진 것을 직시하면 학벌 위주의 사회도 곧 붕괴될 가능성은 매우 높다.
세 번째 이유는 육체적 노동에 대한 가치 상승이 한국 사회에서도 일어날 수 있다. 우리는 그동안 노동에 대한 가치 폄하가 매우 심했다. 특히 3D 업종은 기피해야 하는 일일 뿐이었다. 위험하고 힘들고 불결한 일인데 임금마저 낮는 모순을 가졌다. 이 현상은 남북이 대치된 상황에서 노동자를 옹호하는 사람들을 좌편향이라고 싸잡아 비판한 탓이다. 이러한 현상은 한반도 긴장만 완화되고 세대가 교체되면 엄청난 변화를 초래할 것이다. 좌우의 이념적 균형을 잘 이룬 유럽 사회에서는 노동을 열심히 하면 누구나 부를 누릴 수 있다. 이제 한국 사회도 양적인 발전에서 질적인 발전으로 지향하려는 갈등의 수준이 매우 높아지고 있다. 경제 대국 독일이나 프랑스의 경우 대학 진학률은 30%대다.
학벌 위주의 사회에 편승하여 입시 전선에 뛰어든 학생과 학부모들에게 최대한 불안 마케팅을 통하여 자신들의 이익을 추구하려는 사교육의 왜곡된 정보 전달은 이제 도를 넘어선 듯하다. 자녀에 대한 신뢰 회복과 자신감 그리고 먼 미래를 예측하는 지혜를 지녀야 올바른 교육을 할 수가 있다. 더불어 부모가 자녀를 믿어 주지 않는 상황에서 어떻게 자녀가 자신감을 가질 것인가 생각해 봐야 한다.
- 다음 주에는 제1부 제3장 연재가 이어집니다.
필자는 공교육 10년 사교육 20년 경험으로 올바른 교육에 대한 남다른 열정과 경험을 가졌다고 자부한다. 지난 20년 가까이 지혜롭고 정확한 입시 전략을 설명하며 많은 학부형들과 공감을 나눠왔다. 이제 앞으로 약 1년 간 입시에 대한 정확한 정보 분석과 대응 방법, 그리고 지혜로운 교육에 대한 글을 연재하려고 한다. 많은 관심을 부탁드린다.
이성구 선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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