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교호수공원은 풍경이 아름다운 도심 휴식공간으로 사랑 받고 있는 곳. 자연과 하나 되며, 몸도 마음도 힐링되곤 한다. 주로 클래식이 귀가에 살포시 내려앉던 이곳에 조그만 변화가 생겼다. 화·목·토 오후 7시면 반가운 DJ의 목소리와 함께 은은한 가요나 팝송들이 들려오기 시작한 것이다. 이 방송의 주인공들은 광교 주민들로 이루어진 방송동아리 ‘다락방’ 회원들. 아직은 조금 서툴기도 하지만, 방송에 대한 사랑으로 광교호수공원의 한 때를 더욱 찬란하게 만들고 있었다.
■처음해 보는 방송, 그러나 열정 앞에 두려움은 없다
수원영상미디어센터 녹음실, 박현신 DJ는 떨림을 뒤로 한 채 자리에 앉았다. 여행을 주제로, 작가와 뜻을 맞춰 준비한 원고에서 눈을 떼지 못하는 그 앞에 신찬수 PD가 Q사인을 준다. 목소리 톤도 조절하며 한 줄 한 줄 정성스레 녹음은 진행된다. 완성본은 석양과 어우러져 광교호수공원 구석구석에 울림을 전하리라. DJ들이 한 번씩 돌아가며 녹음을 하는데 마지막 순서로 참여한 박DJ. “방송에 관심은 있었지만 처음해 보는 녹음이라 많이 긴장된다. 하지만 봉사도 하고, 꿈꿨던 일이라 자부심도 넘쳐난다”며 소감을 전한다.
다락방은 현재 회원 10명으로 구성된 광교동 방송동아리. 지난 2월부터 동아리 모집광고가 났고, 뜻있는 이들이 하나둘 모이며 방송을 위한 모양새가 갖춰졌다. 월1회 정기모임과 임시모임 등을 하고, 녹음을 앞두고는 모니터링에 참여하기도 한다.
이미 몇 차례 방송을 했지만, 음향관련 관련 일을 하는 신PD를 제외하고는 대다수 방송과 처음 접해 보는 주부들이다. 두려움 없는 열정으로 호수공원의 음악방송을 위해 PD, AD, 작가, DJ로 의기투합 했다. 방송순서에 따라 DJ와 작가가 공동 작업을 하며 자신들의 스타일로 방송을 다듬어 나간다. 팝송, 국내가요, 동네소식 등 방송 콘셉트를 정하는 것도 이들의 몫이다.
■호수를 가르며 퍼져가는 방송, 삶의 또 다른 의미가 되다
회원들은 많은 고민들과 노력으로 완성한 작품이 호수공원에서 흘러나오고, 사람들이 즐겁게 청취하는 모습에 신바람이 났다. 방송은 이들에게 어떤 의미를 던졌을까?
신수혜 DJ는 6월 개국 방송을 했다. 축하 메시지를 전달하고, 광교호수공원 방송이 생긴 것을 안내했다. “광교동 주민센터 주관의 소규모 방송으로 생각했는데 구청장님, 동장님, 시의원들의 축하가 이어졌다.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어 책임감이 생긴다.” 좋아하는 음악과 함께 할 수 있고 가족들이 자랑스러워해 더욱 행복하단다.
송정희 DJ도 다른 회원과 마찬가지로 방송경험이 전무했었다. 음악을 사랑하고 주민 입장에서 관심만 있으면 된다는 말에 용기를 냈다. “실제 녹음을 해보니 어색하고 개선할 점이 많았다. 부족했지만 멋진 음악이 있어 나름 괜찮았다고 자부한다”며 만족해했다.
광교 주민들과 소통의 장을 마련하는 밑거름이 되는 것 같아 흐뭇한 김선희 작가는 자신의 손길이 닿은 작품이 방송으로 나갈 때마다 진한 감동을 느낀다. 김덕희 AD는 처음 햇빛이 가득한 광교호수 공원을 봤을 때 아이들이 백조가 날아오를 것 같다고 탄성을 자아낸 순간을 잊을 수 없다. 이처럼 아름다운 호수공원에서 클래식만 울려 퍼지다가, 자신들의 방송이 나오자 주민들의 표정이 더 밝아진 것 같아 뿌듯하기만 하다.
■호수공원만큼이나 사랑받는 방송, 모두의 힘으로 만들 터
호수공원의 음악방송은 현재 화·목·토 오후 7시마다 2주씩 같은 방송이 나가고 있다. “DJ가 더 많아지면 매주 방송 내용을 달리할 계획이다. 신청곡도 많아지고 역량이 쌓이면, 주말마다 생방송에도 도전해 보고 싶다. 회원들 가족이나 동장님을 DJ로 내세우는 등 여러 가지 콘셉트로 재밌는 방송을 만들고 싶다”는 신찬수 PD. 자유롭게 듣고 싶은 음악을 신청할 수 있도록 네이버에 카페를 만들어 소망에 한 걸음 다가서고 있다.
회원들의 바람 역시 광교 주민들의 사연과 신청곡으로 방송이 채워지고, 호수공원만큼이나 오랫동안 사랑받는 방송을 만드는 것이다. 안 나오면 궁금하고 기다리는 방송을 만들겠다는 포부다. 그렇기 위해서 전란영 DJ는 아직은 개인적으로 아는 곡 위주지만, 폭 넓은 선곡으로 다양한 연령층을 아우르는 방송을 만들고 싶단다. 신DJ는 알려지지 않은 비경이 많은 호수공원의 구석구석을 소개하고 싶기도 하고, 김AD는 빨리 동아리가 자리를 잡아 멋진 방송을 하기를 고대하기도 한다.
광교동 방송동아리 ‘다락방’은 신청곡과 사연 외에 기다리는 것이 또 있다. 방송을 함께할 회원들과의 소중한 만남이다. 방송이라는 부담감을 덜고, 많은 주민들이 작가나 DJ로 참여해 주기를 바라고 있다.
권성미 리포터 kwons021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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