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주운정초등학교 학부모 재능기부 수업

학부모가 가르치고 학부모가 배운다

지역내일 2014-08-10

학기 초 학교에서 날아오는 많은 가정통신문 가운데 학부모 재능기부 여부를 묻는 설문지가 있다. 무심코 넘긴 사람이 있는가 하면 소중한 재능을 나눠주는 이들도 있다. 파주 운정초등학교(교장 이원순)에서는 올 상반기 2개의 학부모 재능기부 수업을 운영했다. 학부모가 가르치고 학부모가 배우는 리본공예와 퀼트반 수업이다. 수업은 7월 한 달 동안 각 4회씩 진행했다. 각각 20여 명이 참여할 만큼 학부모들의 호응도 좋았다.
이향지 리포터 greengreens@naver.com



학교와 학부모, 학생을 잇는 재능기부
운정초가 이 같은 학부모 재능기부 수업을 진행하는 것은 크게 두 가지 이유에서다. 이원순 교장은 “많은 학부모들이 퀼트와 리본공예에 큰 관심을 가지고 계시나 학원 등에서 배우려면 꽤 많은 비용을 지불해야 하기 때문에 그동안 배우기를 주저하셨다. 학부모 재능기부를 통해 이 같은 비용 부담을 덜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원순 교장은 또 “같은 학교 학부모들이 서로 가르치고 배우는 것이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공감대를 형성해 더 즐겁고 편하게 배울 수 있다는 점도 장점”이라고 말했다. 
또 하나의 바람은 학부모들이 다시 학생들에게 재능기부를 하는 것이다. 재능기부를 통해 교육받은 학부모들이 학교 학생들을 위해 다시 재능을 기부함으로써 학생들에게도 다양한 교육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다. 


성취감 느끼고 관심사 공유
리포터가 찾아간 날은 마침 퀼트 수업 마지막 날이었다. 퀼트수업은 한 달 동안 손가방을 만드는 것을 기본 과제로 정했다. 학부모들은 개인 역량에 따라 작품 개수와 난이도를 조절했다.
2학년 고지안 학생의 어머니 김선중 씨는 “퀼트를 배워보고 싶었던 터라 유용한 시간이었다. 지난해에는 뜨개인형을 배웠는데 다른 곳 보다 같은 학부모니까 이야기도 잘 통하고 학교에 대해 더 애착을 갖게 됐다”고 만족해했다.
이처럼 학부모 재능기부 수업은 학부모와 학교를 이어주는 중간 역할을 하고 있었다.
1학년 학부모들은 학교 행사에 처음 참여하면서 즐거움과 성취감을 느끼고 고학년 학부모들은 학부모들과 같은 관심사를 나누며 교류하는 기쁨을 맛본다.
퀼트 수업을 통해 뜻밖의 재능을 발견한 학부모도 있다. 최의현, 서현 학생의 어머니 이선화 씨다. 이씨는 “제가 손재주가 없는데 엄마가 손바느질을 하니 좋아 보였는지 빨리 손가방을 만들어 달라고 아이들이 기대하고 있다”며 웃었다.


엄마가 만드는 가방 기다리는 아이들
가방을 바느질해서 만든다니 가장 좋아하는 것은 역시 아이들이다.
“남편은 그렇게 해서 가방이 되냐고 의아해 했어요. 친정엄마는 뭐 그런 걸 만들고 있냐며 사서 쓰라고 하시고요. 딸아이만 관심을 갖고 바느질을 한다며 가르쳐 달라고 해서 같이 하는데 재밌어요. 시간이 걸려서 그렇지 꽤 해볼 만 한 것 같아요.” (신은준, 혜인 학생의 어머니 오영숙 씨)
퀼트를 배우면서 자신만의 시간을 누리는 기쁨을 다시 찾은 이들도 있다.
1학년 유진서 학생의 어머니 진경순 씨와 2학년 이지인 학생의 어머니 홍연희 씨는 “아이들 키우고 살림하면서 배울 기회가 없었는데 이런 기회에 작품을 만들게 돼 여유롭고 좋다”고 말했다.
학교에서 퀼트를 배운 엄마들은 가정으로 돌아가 자녀와 남편과 다시 그 즐거움을 나누고 있었다. 운정초의 바람대로 수업을 배운 학부모들이 다시 학생들에게 재능을 나누어주는 아름다운 모습이 실현되기를 바라본다.


>>> 재능을 나누는 학부모들


퀼트강사 허순일씨
“만드는 즐거움 함께 나누고 싶었어요”




허순일(42)씨는 1학년 김예지 학생의 어머니다. 일산에 살다 파주로 이사해 아는 사람이 없던 그는 재능기부 가정통신문을 보고 선뜻 신청했다. 5살인 둘째 아이가 4월부터 어린이집에 다니면서 오전 시간의 여유도 생겼기에 가능했다.
“같이 바느질 하면서 듣지 못했던 아이들 생활 이야기, 학교 분위기도 알게 됐어요. 퀼트 과정이 배우려면 꽤 비싸거든요. 최대한 엄마들이 재료비 부담 갖지 않게 천을 재활용 하라고 말했어요.”
수업을 마친 지금은 후련하게 지난 과정을 이야기하지만, 수업을 시작하기 전에는 걱정이 태산이었다. 막상 수업을 하겠다고 신청은 해놓고 남들 앞에서 말할 수 있을지 걱정이 됐기 때문이다.
“제가 하고 싶고 좋아하는 일을 하니까 자신감이 생겨서 저도 신기했어요. 부담스럽고 맞지 않는 자리에 가면 힘들었을텐데요. 우리 아이들에게도 자기가 하고 싶은 걸 하게 해야 자신감이 생기겠구나, 잘 하고 좋아하는 일을 하면 기쁘겠구나 생각하게 됐죠.”


리본공예 강사 허영미씨
“1학년 학부모로 참여할 수 있어 기뻐요”




1학년 고은수 학생의 어머니 허영미(39)씨는 학창시절 미술을 전공하고 파티플래너로 일해왔다. 우연히 리본아트를 접하고 파티 장소를 꾸밀 때 직접 만든 리본을 응용해 꾸몄더니 반응이 좋았다.
도매 상가에 가서 재료를 사서 책을 보고 직접 만들기 시작했다. 실패를 거듭하고 재료도 많이 버렸지만 덕분에 자신만의 실력을 탄탄하게 쌓을 수 있었다.
허영미씨는 리본공예를 학부모들에게 가르칠 수 있게 된 것을 기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엄마가 학교에 참여하니까 아이도 좋아해요. 오늘도 학교에서 가르쳤냐고 물어보고 리본 수업에 오는 엄마의 아이들하고도 친하게 지내고요. 아이가 더 활발해지는 것 같아서 뿌듯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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